[크로아티아는 착하다] ③ 안녕, 샌드위치는 고마웠어요._1
사실 크로아티아의 화양연화는 아직 오지 않았다. 볼거리와 할 거리 대부분이 제대로 개발되지 않은 날 것이거든. 이스트라 반도는 이러한 ‘날 것’의 정도가 가장 심하게 나타나는 곳이다. 크로아티아 서북쪽에서 아드리아 해를 향해 비죽하게 비어져 나온 통통한 반도인데 해안선과 내륙으로 작고 예쁜 마을과 유서깊은 유적 도시가 점점이 박혀있다.
그러나 이 대부분은 아직까지 걍 '포텐'일 뿐이다. 도시간 교통수단도 변변치 않고, 일일 투어 따위도 그다지 개발되어 있지 않다. 껍데기 속에서 숙성을 기다리고 있는 덜 찬 진주 같다. 아, 글타. 앞서 소개한 로빈도 바로 이스트라 반도에 있다. 코 앞에 있는 슬로베니아의 도시로 가는 버스가 동절기에는 일주일에 달랑 두 편 다니던 그노무 로빈 말이다.
이스트라 반도의 대중교통이 전반적으로 악랄한 편이지만, 그 중 끝판왕은 단연 모토분(Motovun)이다. 이스트라 반도 내륙에 위치한 작은 마을로, 야트막한 산꼭대기 위에 아름다운 중세 마을이 오롯이 자리하고 있다. 미야자키 하야오가 <천공의 성 라퓨타>의 모티브를 얻었다는 바로 그 마을. 워낙 여행자의 감수성과 도전정신을 자극하는 모습이라, 아예 존재를 모른다면 또 모를까 한번 알게 된 이상 한번쯤은 루트에 살며시 밀어 넣어보게 되는 마을, 모토분.
그러나 정작 뚜껑을 열어보면 이 마을을 찾게 되는 사람은 그다지 많지 않다. 특히 뚜벅이 여행자들은 백이면 99명이 포기한다. 대중 교통편이 없다시피 하거든. ‘모토분은 렌터카 아니면 못가는 곳’이라는 게 일종의 상식처럼 통하기도 한다. 그러나 '없다시피'라는 것은 '아예 없다'는 뜻은 아닌거고, 그렇다면 포기를 모르는 바보가 한명 쯤은 나오기 마련이다. 그리고 나는 그런 바보들 중에서도 상바보에 속한다.
나는 장장 두 번 실패하고, 세 번째 시도 끝에 모토분에 발을 들였다. 첫 번째 시도에서 나는 순진하다 못해 멍청하게도 자그레브에서 직통 버스를 알아봤었고, 매표소 직원은 ‘그딴 거 몰라’라는 단호한 태도를 취했다. 두 번째는 해외여행 포럼을 통해 ‘포레치에서 하루 3∼4대의 버스가 있다’라는 정보를 알게 되었지만, 정작 포레치에 도착해서 들은 얘기는 ‘하루에 한 대. 돌아오는 버스 없음.’이라는 매정한 소리뿐이었다.
그래서 좀더 꼼꼼하게 정보를 수집했다. 오만 여행 커뮤니티를 뒤진 끝에 인근의 도시인 '파진(Pazin)'에서 하루 서너대의 버스가 다닌다는 정보를 구할 수 있었다. 아주 이른 아침과 오후 시간에 집중되어 있고 그나마 주말에는 아예 안다니는 몹시 더러운 스케줄이었지만 일단 시도해 볼 가치는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크로아티아를 세번째인가 여행했던 어느 봄날의 아침. 나는 자그레브에서 파진행 버스에 올랐다. 파진에 도착하면 아침 열시 쯤 될 예정이었다. 파진에서 모토분 가는 버스는 오후 두시인가 세시랬으니까, 파진 터미널 유인 보관소에 짐을 맡겨놓고 동네를 한바퀴 돌아본 뒤 여유롭게 모토분으로 갈 생각이었다. 음 근데 보관소가 없으면 어쩌지? 근처 카페 같은데서 맡아주지 않을까? 카페도 안맡아주면 어쩌지? 할수 없지. 그냥 그 카페에 앉아서 시간을 때우는 수 밖에. 근데 카페도 없으면 어쩌지? 그래도 카페테리아나 매점은 있겠지 뭐. 어떻게든 다 되더라.
몇시간 후, 버스는 파진에 도착했다.
그리고 나는 상상도 못했던 기절동천할 사실을 알게되었다.
파진. 그곳에는
...터미널이 없었다;;;;;
이런 비겁한 절단 신공을 써서 죄송하지만 글이 너무 길어서 부득이 끊고갑니다;;;
뒷편 금방 올릴,....까요?;;;
이 글은 스팀 기반 여행정보 서비스
trips.teem 으로 작성된 글 입니다.
안녕하세요~ @tsguide 입니다. '크로아티아는 착하다: 3편'이군요! 아직 개발되지 않은 광광루트를 직접 만들어 나가시는 것같네요~^^ 자유투어가 기억에는 더 오래 남지 않을까 개인적으로 생각합니다. 버스가 도착했는데.. 터미널이 없다니 다음 이야기가 벌써 궁금해집니다~!!
감사합니다 :) 너무 긴 글은 저도 보기 싫어서 가차없이 잘랐습니다 ㅎㅎ
날것의 크로아티아 여행기라서 그런지 더욱 매력이 있네요 ^-^
감사합니다 :) 크로아티아는 아직도 생생한 날것의 느낌이 많아요.
샌드위치는 언제 주죠?ㅋㅋㅋㅋㅋ
다;; 다음편에요 ㅋㅋㅋㅋ
광고 보고 다시 시작하는건가요~
파진에는 터미널이 없었다!
60초 후에 시작할까 했는데 벌써 몇시간이 흘러버렸네요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