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로아티아는 착하다] ③ 안녕, 샌드위치는 고마웠어요._2
전편 에 이어....
짐 보관소가 없을 수 있다는 생각은 했다.
변변히 시간 때울 카페가 없을 수 있다는 생각도 했다.
그러나... 그러나...
아예 버스터미널 자체가 없을 거라는 생각은 1도 해보지 않았다.
그러나ㅋㅋㅋ 그 일이 ㅋㅋㅋ벌어지고ㅋㅋㅋ 말았습니다.
'파진'이라는 도시의 시외버스는 번듯한 터미널이 아닌 길가의 정류장에서 서는 거더란 말입니다......
버스에서 내려 사방을 둘러보았다. 그래도 시외버스 오가는 정류장인데 밥집 하나쯤 있는게 상식 아닌가 싶었다. 그러나 이 도시는 나의 상식을 뛰어넘고 말았다. 그런거 없었다. 흔한 점빵 하나 보이지 않았다.
나는 정류장 벽에 붙어있는 버스 스케줄을 다시 확인했다. 인터넷에서 봤던 대로 모토분 가는 버스는 오후 두시에나 있었다. 휴대폰을 켜서 시간을 확인했다. 오전 열시를 십분쯤 넘어가고 있었다. 사방을 둘러봐도 이 일대에는 네 시간을 가까이 때울 곳은 없어보였다.
망
했
다
나는 필사적으로 정류장 벽에 있는 정보들을 뒤졌다. 전화번호 하나가 1000배쯤 확대되어 내 눈에 들어왔다. 택시기사의 번호였다. 그래. 택시를 불러서 가자. 전화를 걸어보는거야. 나는 전화를 걸었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주저앉고 말았다.
....기사가 영어를 못해.
망했다.
이제 나에게 남은 방법이란 가장 빠른 시간에 오는 대도시행 버스를 타고 파진을 빠져나가는 것 뿐이다. 모토분 안녕. 넌 인연이 아닌가봐. 어쩌면 크로아티아 정부에서 나몰래 나에게 모토분 출입금지를 걸었는지도 모르겠다고, 그러니까 아마 나는 그곳에 평생은 가볼 수 없을거라고 개똥같은 위로를 하며 앉아있는데..
한 커플이 나에게 다가와 물었다.
"도와줄까?"
갑자기 어디선가 후광이 쏟아졌다. 그들은 서로 크로아티아어로 뭐라고 주고 받더니, 적어도 방금 통화한 택시 기사보다는 100배 훌륭한 영어로 나에게 도와주겠다는 얘기를 하고 있었다. 나는 너무 좋아서 울 것 같았다.
"모토분에 가려고 해. 그런데 버스 스케줄이 안맞아. 택시를 부르고 싶은데 기사가 영어를 잘 못하는 것 같아."
"그래? 우리가 도와줄게. 번호는 이거야?"
커플 중 남자분이 기사에게 전화를 걸었다. 한참을 크로아티아 말로 통화를 하더니, 전화를 잠시 내리고는 나에게 말했다.
"모토분까지 가능하대. 요금은 50유로. 20분 정도 후에 이리로 올 수 있대."
....30분도 괜찮습니다 선생님!!!!!
그들은 택시가 도착할 때 까지 함께 기다려주겠노라 했다. 듬성듬성 놓인 징검다리를 건너는 것 처럼 그들과 나의 대화가 띄엄띄엄 이어졌다. 그들은 그곳에 사는 젊은 부부라고 했다. 나는 크로아티아를 좋아하는 한국인 여행자고, 아침 일찍 자그레브에서 이곳으로 왔노라고 말했다. 한국사람을 이 동네에서 본 것은 처음이라며 무척 신기해했다. 그들은 걱정스런 눈빛을 하고는 내게 물었다.
"아침은 먹었어?"
"아니, 못먹었지. 괜찮아. 이제 모토분가서 먹으면 돼."
그녀는 가방을 주섬주섬 뒤지더니 무언가를 꺼내어 내게 내밀었다.
샌드위치였다.
나는 괜찮다고, 안받겠다고 손을 내저었지만 그녀는 내 손을 잡아끌어 굳이 샌드위치를 쥐어주었다. 나는 그 샌드위치를 한참 쳐다보았다. 뻣뻣한 빵에 햄과 치즈가 들어간 단순한 샌드위치였다. 그녀에게 이 샌드위치는 원래 무엇이었을까. 적어도 길에서 만난 외국인에게 준다는 건 처음 계산에 들어있지 않았을 거다.
조금 후 택시가 왔다. 나는 낑낑거리며 짐을 트렁크에 넣은 뒤 차에 올랐다. 그리고는 커플에게 머리숙여 감사 인사를 했다. 그들은 웃으며 손을 흔들었고, 한마디를 덧붙였다.
"한국 돌아가면 크로아티아 사람들이 얼마나 친절한지 꼭 얘기해줘!"
그래서 지금 이 글을 쓴다.
우리 동네에 길 잃은 크로아티아 사람이 지나가면 나도 똑같이 도움을 주고 싶은데, 그럴 일은 없을 거 같아서 대신 기회만 되면 크로아티아 사람들이 얼마나 친절하고 착한지 얘기하고 있다. 그 예쁘고 매력적인 나라를 더 기억에 남게 만드는 건 사람들이라고 자꾸자꾸 말하고 있다. 트립스팀에서도 앞으로 두 편 정도는 더 떠들 생각이다.
이 글은 스팀 기반 여행정보 서비스
trips.teem 으로 작성된 글 입니다.
너무 멋지네요. 크로아티아 ~
크로아티아 사람들 보면 친절하게 대해야겠어요.
서울에서 크로아티아 사람 볼 일 있으면 진짜 국빈대접해주고 싶어요 ㅎㅎ
오호 여기서 샌드위치가 나오는 군요 ㅎㅎ 아 진짜 이렇게 매력적이면 너무 가보고 싶자나요 ㅠㅠ 그나저나 얼마나 좋길래 택시비가 50유로 입니까 ㄷㄷ
아, 20km 거리예요 ㅎㅎㅎ 도시간 이동이니까 아주 비싼건 아니지만... 잠깐만요 눈물좀 닦고요.
마지막 사진 빛내림은 정말 아름답네요..
저걸 보겠다고 그 고생을 하고 거기까지 꾸역꾸역 간거랍니다 ㅠㅜ
아~ 감동의 도가니입니다. 모르는 이방인을 걱정하고 샌드위치를 나누어 줄 수 있는 마음, 정말 '크로아티아는 착하다'는 제목과 맞아 떨어지는 여행기네요. 감동의 여행 스토리 잘보고 갑니다! 앞으로 어떤 감동들이 이어질지 기대가 됩니다~^^
이틀은 이어보겠습니다 ㅋㅋ
오오오 '천공의 성 라퓨타'의 영감이 된 모토분에 가셨군요!!! 저도 가보고 싶었는데, 어쩌다보니 리예카와 함께 건너 뛰어버렸습니다 ㅠㅠ
리예카는 제 기억엔 그다지 관광도시가 아니었어요 ㅎㅎ 그 옆에 오파티야가 더 괜찮았었던듯요.
정말 살아있는 여행기네요. 뭔가 크로아티아에 갈때는 렌트를 해야할 듯한 느낌이 들기도하는데요. ^^
네. 사실 꼭 렌트를 해야하는 여행지인데 제가 운전을 못해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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