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TY 100] 동해살이

2025년의 춘자로드 작품집 Love-powered Energy Plant의 원고들이 모였고, 편집 작업을 시작했다. 2024년의 작품집 Seaching for snowleopard에 이은 두 번째 작품집이다. 작년과는 다르게 올해는 춘자로드에 함께하지 못한 춘자 인사이드 멤버들의 작품도 함께 싣기로 했다. 나도, 함께하는 작가들도, 왜 이것을 해야 하는지, 이렇게 모인 창작물들이 무슨 의미가 있는지, 당장은 알 수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도착한 원고들은 하나같이 따끈하고 발갛다. 선명하게 팔딱거린다. 신기한 일이다. 나는 우리의 때를 기다리고 있다. 시작하면 두 번 하고 싶어지고, 두 번 하면 세 번 해야 할 이유가 생기는 법이다.
편집 작업을 마무리하기 위해 동해에 와 지내고 있다.
12월이 끝나갈 무렵, 새해에는 당분간 바다 곁에서 지내야겠다 생각했다. 의도나 목표 같은 건 없었다. 나는 크루즈 선원의 선상 수기를 담은 수필집을 출간하려는 스페인의 한 작은 출판사와 연결되어 바다의 색과 모양, 바다의 이야기를 어루만지는 작업을 두 달째 하고 있었는데 온종일 바다 생각만 하며 지내니까 그 곁으로 가고 싶어졌던 것 같다. 영감 따위 그리워한 적 없고, 겨울 바다를 보고 싶다는 낭만에 젖었던 것은 더더욱 아니다. 마침, 동해에 있는 친구네 집은 비었고, 신년의 운세는 내게 물을 가까이하라고 말하고 있었다. 다 펼쳐 놓고 보니 연말연시의 모든 흐름이 내게 바다 곁을 권하고 있었다는 걸 이제야 확인한다. 나의 감이 맞았다. 역시 오길 잘했다.
동해살이가 좋은 이유는 차고 넘치지만, 가장 실질적인 바다의 효과를 꼽자면 눈 건강의 회복이다. 11월부터는 정말 하루 종일 노트북 모니터를 쳐다보며 지냈는데, 그렇게 두 달 눈을 혹사했더니 눈 상태가 급격히 안 좋아졌다. 침침해지거나 시력 자체가 떨어지는 건 당연하고, 눈을 감아도 눈을 떠도 눈두덩이가 무겁고 욱신욱신 아팠다. 상황이 이렇다고 해서 눈으로 해야 하는 일을 쉴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안구 운동의 효과가 좋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여유가 없었다. 그저 눈에 좋다는 당근을 챙겨 먹었고, 수시로 소금물을 뿌렸다. 밤에는 온열 안대를 하고 잤다. 유난을 떨고 나면 상태가 일시적으로 호전되었으나 모니터를 몇 시간 내리 보면 이내 눈이 다시 이상해졌다. 이제 진짜 노안이 오는구나, 이러다 실명하는 거 아니냐 농담처럼 말하면서도 사실은 병원을 알아보고 있었다. 단단히 겁먹었다는 뜻이다.
그렇게 어영부영 바쁘다는 핑계로 병원도 못 가보고 강원도 동해시에 왔다. 이곳에서 지낸 지도 벌써 열흘이 지났는데 서울에서 날 괴롭히던 눈의 증상들은 거의 사라졌다. 아프지도 않다. 바다의 빛깔 때문인가? 수평선 때문인가? 물의 기운 때문인가? 기분 탓인가? 어쨌든 '물'을 가까이하라는 코드의 조언은 이번에도 적중했다. 진짜 기가 막힌다.
2026년에 대한 코드의 조언 중에 명검으로 거듭나기 위해 올해의 슬로건으로 삼은 몇 가지를 다시 되새긴다. 기회가 있으면 주저하지 말고 저요 저요 나설 것. 사랑할 수 없는 이들과의 관계를 유지하지 말 것. 스트레스 관리하며 건강 절대 지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