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의 작가 공모(수필부문) | 달리면 보이는 풍경들 Rewind #2

in #zzan5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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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이야기


몸은 거짓말 하지 않는다.

달리기를 잘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다른 운동을 먼저 이야기해보자면 축구를 잘하기 위해서는 기초체력을 기본으로 패스와 슛 연습을 통해 실력을 늘려갈 수 있다. 농구도 맥락은 비슷하다. 세부적인 연습을 통해 실력을 늘려갈 수 있다. 그럼 달리기는?

달리기는 다른 운동과 다르게 세부적인 내용이 없다. 물론 깊게 들어가면 호흡이라든가 주법 같은 게 있지만 이는 먼 훗날의 이야기고 달리기를 잘하려면 그냥 무작정 달리는 수밖에 없다.

첫 달리기의 처참함을 뒤로하고 나는 비가 오거나 야근이 있는 날을 제외하고는 매일 산책로를 찾았다. 그곳에서 매일 짧은 거리를 뛰기 시작했다. 내 삶이 영화였다면 힘든 연습과정은 짧은 장면으로 연출해 넘어갔으면 좋겠지만 나의 달리기는 현실이었기에 언제나 지독히도 힘들고 고통스러웠다. 반면 보람이나 성취도는 매우 떨어졌다.

달리기는 구기 종목처럼 승패가 있는 것도 아니었고, 함께하는 이가 있어서 기쁨을 나눌 수 있지도 않았다. 그렇다고 내 실력이 뛰어나 자기만족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그저 정해놓은 거리만큼 뛰고 혼자 땀 흘리고 헐떡일 뿐이었다. 정말 지독히도 재미가 없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매일 퇴근을 앞둔 시간이면 비가 오길 빌거나 야근이 반가웠다. 내 의지에 반하지 않고 달리기를 하지 않아도 됐기 때문이다.

달리기를 하면서 처음으로 무언가 작은 변화를 느낀 건 무려 3개월이 지나서였다. 달리고 나서 호흡이 돌아오는 시간이 꽤나 빨라진 것. 예전에는 호흡이 돌아오지 않아 집으로 돌아갈 때까지 거친 숨을 몰아셨지만 어느 순간 호흡이 제자리를 찾는 시간이 빨라졌다. 짧은 거리였지만 꾸준히 뛴 결과였을 것이리라.

지금 생각하면 호흡이 좋아진 것은 그 이전부터였을 것이다. 꾸준한 달리기로 알게 모르게 폐활량이 향상됐을 것이고, 이를 인지하기까지 3개월이라는 시간이 걸린 것뿐이었을 것이다.

아무튼 처음으로 달리기에 보람을 느꼈다. 사실 보람을 느꼈다기보다는 신기했다. 달리고 나서도 내가 이렇게 멀쩡하다니. 여전히 긴 거리를 뛸 수는 없었지만 흡사 건강한 사람이 된 것 같은 기분이었다.

내 몸이 변하고 있다는 것은 즉 실력이 늘고 있다는 증거기도 했다. 나는 이때부터 달리는 거리를 점차 늘려가기 시작했다. 물론 달리기가 재미있어서는 아니었다. 다만, 내 몸이 조금씩 변하는 것을 보는 건 그 어떤 것보다 큰 동기부여가 됐다.
그렇게 6개월이 흘렀고, 나는 비로소 3킬로를 뛸 수 있는 체력을 갖추게 되었다.


이달의 작가 공모(수필부문) | 달리면 보이는 풍경들 Rewind #2
wirtten by @chocolate1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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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달리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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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라톤에 매력을 느끼는 사람들도 많지만, 일반인들이 달리기에 매력을 느끼고 꾸준히 하기란 쉬운일이 아닌것 같아요!!

꾸준함이 몸도 마음도 건강하게 하는 것 같습니다. 최근에 스팀잇에 올라온 마녀님의 책리뷰를 보면 운동이 뇌건강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고, 기억력 향상도 돕는다고 하네요.

https://steemit.com/growthplate/@nabinabi/4t2r4m--

다음에 꼭 마라톤 같이 뛰어요!!
아까 말씀 못드렸는데 10키로 49분대입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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