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sic 100] 그게 진짜 좋은 거야

in #stimcity10 months ago (edited)





'좋아해' 라고 말할 수 있는 것들을 만나는 일은 날이 갈수록, 살아갈수록, 어렵고 힘들다. 싫은 것들, 불편한 것들, 마음에 들지 않는 것들 투성이인 불평불만의 나날들이 좋아하는 마음을 자꾸 지워가기 때문이다.



나는 뭘 좋아하는 걸까?



쓰라고, 생각해 보라고 말하면. 연필만 자꾸 돌리다 놓치고, 떨어뜨리고, 그냥 공백만 되새기게 된다. 그것들이, 좋은 것들이, 넘쳐나던 적도 있었는데 말이지.



그때에는 그걸 하지 못하게 해서, 그걸 갖지 못하게 해서, 그걸 보지 못하게 해서, 마음에 안달이 나고 불평이 넘쳐났는데. (그게 뭐냐고? 훈련병의 초코파이 같은 것들 말야.) 그게 자꾸 지워졌다. 해서 지우기도 하고, 채워서 지우기도 했지만, 해보지도, 가져보지도, 가보지도 못한 채, 좋아하고 싶은 마음이란 것이 날이 갈수록 옅어지니까, 그건 지나가는 바람 같은 것이니까, 져버린 석양 같은 것이라, 이내 까맣게 아무것도 보이지 않게 되는 거야.



그러니까 하고 싶을 때 하라고.



할 수 있을 때, 마음이 끓어오를 때, 그때 하는 거야. 그때마다 하는 거야. 그러라고 체력이라는 게, 열정이라는 게 있는 거지. 그럴 때 쓰라고 지방을 두둑이 채운 거잖아. 안 굶어 죽어. 사흘 나흘을 굶어도 말이지. 해도 안 죽고, 가져도 안 망하고, 여기저기 다녀도 거지 되는 일 없는걸. 그러나 모든 걸 갖춘 뒤에는. 준비가 끝난 뒤에는. 마음을 이미 다 소진해 버려, 좋은 것이 없어.



'좋아해' 말하고 싶은데



좋은 것이 없는 거야. 그럼 뭘 한 걸까? 좋아하고 싶은데. 그 마음이 다 어디로 간 걸까?



세상에 더 이상 좋아하는 게 없을 때. 욕망이란 것이 모두 사그라들어, 불어오는 바람들이 텅 빈 가슴을 그대로 통과해 지나가는 걸, 누군가는 해탈이라 부르고, 누군가는 유령이라 부르니까. 나는 유령이 되어가고 있는 걸까? 해탈에 가까워지고 있는 걸까? 그게 좋아? 좋냐구? 좋지 않아. 좋아하는 마음이 들지 않는 게 좋을 리 없잖아. 좋아한다고, 좋아하는 마음이 마구 솟아나는 게 좋은 거지. 그걸 갖지 못해도, 가지 못해도, 하지 못해도, 좋아하는 마음. 그 마음이 좋은 거야. 그게 진짜 좋은 거야.



나는 '사랑해'보다 '좋아해'가 더 좋아. 그건 진짜 좋은 거니까.







[위즈덤 레이스 + Music100] 18. 좋아해_ 김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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