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자폐증 아들을 둔 아빠다

in #kr6 years ago

이제는 거의 인정한 아들의 자폐증. 처음엔 그냥 날 닮아서 그런 거다, 그냥 느린 거다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자폐증이 확실하다는 아내의 주장에 공부를 조금씩 했고 이젠 거의 확정에 왔다.

자폐증. 발달장애라고 말하면 더 쉽게 이해된다. 일반인과 다르게 발달이 안 되는 장애가 있다는 의미의 이름인 발달장애. 아들의 치료차 다니는 발달장애 치료 센터와, 장애통합어린이집에서 만난 발달장애 엄마들을 통해 더 많은 공부를 하고 있는 요즘이다. 얼마 전엔 한 A 엄마에게 자폐증 아동의 특징을 하나 들었는데, 정말 너무 신기하게 들어맞았다.

울 아들은 소변을 일주일만에 뗐다. 보통 낮 기저귀를 떼고도 밤 기저귀는 한 달 넘도록 못 떼는 게 정상인데, 울 아들은 낮 기저귀를 떼면서 그날로 밤 기저귀를 뗐고, 아직 이불에 쉬를 한 적이 한 번도 없다. A 엄마 말이 자기 아들도 그랬다고. 그러면서 자폐증 아동의 특징을 얘기해줬다.

자폐증 아동의 경우 어느 하나의 규칙이 잡히면 틀림없이 한다고 한다. 하나의 습관화, 버릇화 되는 것이다. 그러고 보니 울 아들의 습관화 된 규칙들이 생각났다. 울 아들은 어디를 들어가든 신발을 벗고는 그 자리에서 양말을 바로 벗어서, 양말을 각각 신발에 넣어 놓는다. 틀림없이 한다. 한 번도 안 한 적이 없다. 그리고 화장실에서 쉬를 하고 나서는 반드시 불을 끄는데, 안에 사람이 있어도 무조건 불을 끈다. 끈 다음에 다시 켠다. 사람이 있든 없든 일단 불을 꺼야 하는 단계까지 규칙이 정해진 것이다. 그래서 자폐증 아동의 경우 규칙적인 생활이 매우 중요하다고 한다.

울 아들은 밥을 먹을 때 자리에 앉아서 먹지 않으며, 한 자리에 오래 앉아 있지도 못한다. 아내의 가장 큰 목표는,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할 수 있게, 수업 시간에 자리에 앉아 있게 하는 것이다. 이 교육이 가장 시급하다고 한다. 그래서 아들에게 규칙을 가르치는 훈련에 들어갔다.

이렇게 마지막 남은 '아니야, 자폐증이 아니고 느린 거야.'라는 1%의 가능성도, 0.1% 가능성도 사라져 가고 있다. 자폐증 아동의 부모를 만나 대화를 해보면 울 아들은 완벽한 자폐증이라는 확신만 더해지고 있는 요즘이다. 그것도 매우 심한 자폐증. 센터 선생님도, 장애통합어린이집 선생님도 '민준이처럼 심한 애는 처음 본다.'라고 했다. 매우 심각한 자폐증인 민준이. 아내와 내 목표는 민준이가 일반인과 함께 살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다. 초등학교에 갈 수 있게 해주는 게 첫번째 목표다. 이제 1년 반이 남았다.

아들 치료비로 매달 심각한 적자가 나고 있지만 내가 더 벌면 되니까 그건 문제가 되지 않는다. 아직 대출 한도도 남아 있으니 대출이라도 받아서 어떻게든 치료하면 된다. 하지만 이 험한 세상을 살아가야 할 울 아들은 늘 걱정이다. 그래도 다행인 건 두 살 터울인 동생이 있다는 것이다. 아내는 늘 둘째 낳길 정말 잘했다고 말한다. 하지만 둘째가 짊어져야 할 짐이 걱정되는 것도 사실이다. 엄마 아빠가 하늘나라 가고 나면 혼자 형을 책임져야 할 둘째에게 너무 미안하다. 그래서 아내는 '내가 절대 민준이보다 먼저 죽어선 안 돼.'라고 말하며 울곤 한다.

얼마전 한 노모가 마흔살의 자폐증 아들을 죽였다. 아내와 난 그 기사를 보며 펑펑 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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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타까운 마음이 듭니다.
힘내셔요~ 화이팅입니다~^^

그래도 우리 행복하게 살아요!

얼마전 영화 '증인'을 보며, 자폐아를 둔 부모의 마음을 생각해보았어요. 그 상황이 되어보기 전엔 다 헤아릴 수 없을 것 같았어요. 민준이와 가족이 늘 행복했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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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그러시군요. 힘내시라는 말 밖에.......

같은 부모입장에서 말씀이 너무 공감되네요. 화이팅이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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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내시라는 댓글이 조금이라도 힘이 되셨으면 합니다.

마음이 아프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