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맞이 시심
추석맞이 시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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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하늘이 참 좋았다. 여러 날 흐렸던 구름들이 하늘에 끼어 있던 찌꺼기들을 말끔히 씻어낸 듯 하늘은 떨어질 듯 푸르렀고 구름은 만져질듯 하얗게 부풀었다. 추석 앞두고 이런 하늘도 복인 듯 싶었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추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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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장똘뱅이들은 설에는 집에 안 가도 추석 때는 집에 돌아왔다고 했다. 농자가 천하지대본이고 농사로 평생을 엮던 사회에서 풍년 든 한가위는 얼마나 풍성하고 흥겨웠을까 상상을 해 본다. 새로이 땅 일구고 소출 세는 재미는 오죽했을 것이며 햇곡식 찧고 빻아 송편 만들고 솥뚜껑에 기름칠하고 전 부쳐 내는 내음은 온 마을을 뒤덮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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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줄기 따라 배 내려오면 서울 갔던 아버지 오시지 않을까 목이 늘어나고 때때옷도 입고 간만에 풍성한 쌀밥 고봉으로 쌓아놓고 배 두드리는 날, 그래서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 그러지 않았겠나. 하지만 그 풍경에도 밉상들은 여지없이 끼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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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좋은 날 분탕질하면서 세금 내라고 아우성치는 탐관오리들이나 그 옆에 딱 붙어서 백성들로부터 하나라도 더 뜯어내려는 얄미운 기생들에다가 지주보다 더 그악스러운 지주 마누라들이 마을을 휩쓸고 다니기도 했으리라. 그러나 그래도 한가위는 짜증내기엔 너무 즐거운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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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리 추석. 즐거운 귀성길 귀경길 되시고 고향 안가는 사람들은 편안한 쉼과 여유 즐기시길. 시원한 소슬바람 맞으며 덥지도 춥지도 않은 밤 공기를 만끽하며 달과 마주하다보니 절로 시심(詩心)이 돋는다. 오늘 낮에도 뜬 달이 있어서 더 그랬나보다. 오늘 낮에 본 달들은 곱지도 빛나지도 않았지만 그래도 추석이었으니 보아 넘겨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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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을 노래한 시이다. 그저 해석만 보아 주시기 바란다.독음을 병기하긴 하지만 굳이 독음으로 읽으실 필요는 없을 것이다. 사진은 항상 그렇듯 잘못 들어갔다.
![FB_IMG_1568294870120.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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秋接夏庫煜緊多 추접하고욱긴다
가을이 여름과 맞닿으니 창고는 들어차 얽어맬 것들 많고
母賀子能擧新家 모하자능거신가
어머니들은 새로이 집안 거뜬히 일으킨 자식들 치하하네
暖大業示斗醱殷 난대업시두발은
따뜻함 커지고 이룬 것들 드러나니 말술이 넘치는데
舶迫各膏蘭隣歌 박박각고난린가
배들도 거의 다다르니 모두들 살이 붙고 난초 같은 이웃들 노래 부른다
月來耀上何地滿 원래요상하지만
달이 떠 하늘 밝히니 얼마나 땅에도 그득한지
貯情搗攬餠已旦 저정도람병이단
정을 쌓으며 떡 찧고 빚으니 이미 아침이로세
饒畝里生閣下雯 요무리생각하문
밭이랑은 풍요롭고 생기 도는 마을, 문설주 아래는 무지개 기운 돋고
高低畓畓何祺蔓 고저답답하기만
높고 낮은 곳 논들마다 얼마나 복들이 넝쿨로 쌓이는지.
우리는 행복한 추석 보내자구요~^^
happy 추석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