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척or아닌척]주 52시간 근무 일주일 후기

in #kr6 years ago

대충 자투리를 잘라내고도 55시간 30분. 아침에 꼽아 본 지난 1주일 근무시간이다.
주 6일을 근무했으며, 수요일엔 야근이 있었다.
지난주 연차를 쓰고 금요일에 오프를 해서 3일 밖에 근무하지 않은 선배도 30시간이 넘었다.
주 52시간 근무는 기자에게는 공허한 소리였다.

주 52시간 근로제 시행에 발맞춘다며 토요일자를 폐지했다.
대신 주중 섹션면을 만들고 마지막 근무일인 금요일 근무자는 온라인 기사를 데스크도 없이 실시간으로 송출하면서 늘어난 월요일자 지면을 막을 기사까지 써 놓고 퇴근해야 한다.

지면계획이 없는 금요일 출근이 어색했다.
발제를 했지만 받아주거나 '킬'할 사람이 없었다. 그냥 올린대로 내가 써야 했다.
마침 업계 1, 2위 기업이 나란히 분기 잠정실적 발표를 했다. 쓸 게 많았다. 기사를 다 올리고 나니 분량이 평소 두배 이상이었다. 시간도 훌쩍 지나 있었다.

올린 기사는 어떤 게이트키핑도 없이 온라인 세상에 던져졌다. 그것들을 던지자마자 가방을 쌌다. 법이 허용한 정규 노동 8시간을 꽉 채웠다. 정말 쉴 틈 없이 8시간을 오롯이 노동에 쏟아부었다. 일주일 중 법을 지킨 유일한 평일이었다.

그날 아내는 다음날 새벽 2시가 넘어서 퇴근 아닌 퇴근을 했다.
하루하루 쏟아지는 기사를 막아내고, 주말자 기사를 써야 하는 금요일은 으레 퇴근이 늦곤 했다.

그날은 더 심했다.
주말자를 쓰다 말고 약속에 가야 했고 약속 자리가 파한 뒤 일을 싸들고 집에 왔다. 주말자를 쓴 뒤, 다른 단독기사를 하나 더 썼다.
아내는 내가 축구를 보며 졸다가 깼을 때도 일하고 있었다. 잠에 못 이겨 들어가서 잠이 들었다 깼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으로 오히려 노동 시간은 늘었다. 그러나 노동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시간이 더 늘어났다. 월급봉투는 더 얇아졌다. 회사에서 경력직원을 0명 채용한단다. 고용창출 효과는 생긴 셈이다.

월요일자에, 신문들은 앞다퉈 '주 52시간 근무 일주일 시행해보니'라는 기사를 쏟아냈다.
하지만 기자들의 이야기는 거기 없었다. 기자들은 주 52시간 근무 일주일 기사 따위를 쓰기 위해 노동법을 어겨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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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님 힘 내십쇼.
과도기를 잘 견뎌나갑시다.
/지난주 71시간 일한 엔지니어가 올림/ 😂

기자라는 직업 자체가 출퇴근이 의미가 없는 직업이니 52시간으로 묶어서는 안 될 거 같습니다

묶지 말고 정당한 수당을 줘야죠.

아이러니하네요 ㅎㅎ

지면에서는 볼 수 없는 넘나 안타까운 글...

오히려 손해보는 분들도 생기는군요.안타깝네요.

힘내셔요~~ㅎㅎㅎ

악순환 흑흑ㅠ 이번주는 좀 헐렁하셨으면 좋겠는데 말이죱

그렇지 않습니다요 ㅋㅋㅋ

정말 기자들은 집에서 기사 작성하겠네요.
사업장마다 일괄 적으로 규정을 하려니 그런가요? 다른 방법은 없는지...
제가 무식이라서 의문이기는 합니다. 그렇다고 다시 제자리로 돌아 가지는 않겠죠? 일은 그대로 이거나 늘었는데, 소득은 추가 수당이 없어져서 얇아졌다니 정말 일은 일이네요. ㅠㅠ

기자님들은 아마 집에서도 일을 해야 할것 같습니다. ㅠㅠ

집에서 일한 건 또 회사에서 안 쳐줍니다. ㅋㅋㅋㅋ

결국 잔량은 집에서 하게되는군요...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