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트리아의 모나리자, 우먼 인 골드 [Woman in Gold]

in #aaa5 years ago (edited)


구스타브 클림트, 아델레 블로흐-바우어의 초상

위 그림은 위키피디아에서 가져온 2014년 기준 세상에서 가장 비싼 그림 6위 (1500억), 혹은 가장 비싼 초상화로 알려진 클림트 작, 아델레 블로흐 바우어의 초상이다.

보통 예술품 경매회사들은 경매에 앞서 작품에 얽힌 흥미로운 이야기를 밝혀내 경매가를 올리기위한 홍보로 이용하곤 한다는데 도대체 이 그림엔 어떤 사연이 숨어있기에 초상화중 최고가로 팔리게 되었을까?

참고로 이 그림은 현재 뉴욕에 있는 노이에 갤러리에 전시되어 있는데 미술관의 설립자인 로널드 로더는 화장품 회사 창업주인 에스티 로더의 둘째 아들이다. 그는 오스트리아 대사를 지낸 인물이기도 한데 어린 시절 이 초상화를 처음 본 후 완전히 매료되어 기회가 오자마자 거의 낚아채다시피 그림을 사들여 자신의 갤러리에 전시했다고 한다.

한때 비엔나의 벨베데레 궁전 미술관에 전시되어 오스트리아의 모나리자로 불리며 비엔나 시민들의 사랑을 듬뿍 받았던 그림이라는데 어떤 사연으로 대서양을 건너 뉴욕의 갤러리에 걸려있는것일까?

실제로 아델레 블로흐 바우어의 초상화가 미국으로 보내질 날이 다가오자 비엔나 시내 곳곳에 '아델레 안녕' 이라는 현수막이 걸렸고 그녀를 마지막으로 보기위해 수 많은 시민들이 미술관 앞에 줄을 설 정도였다고 한다. 참고

영화 우먼 인 골드(Woman in Gold)는 이 그림에 얽힌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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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먼 인 골드 (2015)

Woman in Gold
평점8.5/10
드라마
미국, 영국
2015.07.09 개봉
109분, 12세이상관람가
(감독) 사이먼 커티스
(주연) 헬렌 미렌, 라이언 레이놀즈, 다니엘 브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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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에 살고있는 80대의 할머니 마리아 알트만(헬렌 미렌),
어느날 오스트리아 정부가 예술품 반환법(나치가 불법으로 빼앗아갔던 예술작품들을 합법적인 주인에게 돌려주기 위한)을 개정했다는 소식을 듣게된다.

그녀는 바로 초상화의 주인공 아델레 블로흐 바우어의 조카인데 나치 치하의 오스트리아에서 간신히 탈출해 미국에 정착한 인물이다.

같은 사연으로 비엔나에서 탈출해 미국에 살고있는 친구의 아들(변호사)의 도움으로 숙모의 초상화등 나치에게 빼앗겼던 클림트의 작품들을 반환받고자 한다.

하지만 오스트리아 정부는 단지 국가 이미지 개선 차원에서 법을 개정했을뿐 예술작품들을 돌려주지 않기위해 온갖 (일명)꼼수를 부린다. 더구나 문제의 초상화는 오스트리아의 모나리자로 불리며 국립미술관의 상징처럼 여겨지던 작품인데 쉽사리 돌려줄리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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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과거와 현재를 넘나들며 마리아 할머니의 어린시절 숙모에 얽힌 기억, 예술을 사랑했고 수 많은 예술가들을 후원했던 부모님에 대한 기억 , 평화롭던 시절의 오스트리아 그리고 나치치하에서 변해버린 오스트리아의 모습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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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탕회사를 설립하여 막대한 부를 축적했던 삼촌, 페르디난트 블로흐-바우어는 클림트의 대표 콜렉터이자 후원자였다고한다. 삼촌은 클림트에게 아내의 초상화를 그리도록 해 아내에게 선물하기도 했는데 초상화속의 목걸이는 숙모 아델레가 실제 가장 아끼던 목걸이였다.

마리아네 가족은 자녀가 없던 삼촌네와 한 집에서 한 가족으로 살았는데 그녀의 집안은 클림트 외에도 당대 수 많은 예술가들을 후원했던가보다. 그들의 집에 드나들던 예술가중엔 작곡가 쉔베르크와 심리학자 프로이트도 있었다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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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을 돌려받기 위해 오스트리아 정부를 상대로 수년간의 힘겨운 법정싸움을 이끌어간 변호사 랜디 쉔베르크는 바로 작곡가 쉔베르크의 손자이다. 그는 처음엔 1억 달러가 넘는 그림값에 혹해 소송을 시작했지만 비엔나에 있는 홀로코스트 기념비를 방문한 후 단지 과거의 이야기가 아닌 자신의 가족의 이야기임을 새삼 깨닫고 (증조부모가 수용소에서 돌아가셨다) 반환법에 대해 열정적으로 공부하며 소송에 매달리게 된다.

나치가 오스트리아에 들어온 직후 삼촌은 스위스로 피신했는데 나치는 클림트의 그림 5점을 포함 그의 재산을 모두 압수해버렸고 문제의 초상화는 모델이 유대인이라는 사실을 숨기지 위해 작품 제목을 '아델레 블로흐-바우어의 초상'에서 '우먼 인 골드'로 바꿔 전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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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 마리아 알트만의 결혼식날 삼촌은 돌아가신 숙모가 아끼던 목걸이를 마리아에게 선물해준다.
하지만 나치는 이 목걸이 또한 당연히 압수해갔고 이후 헤르만 괴링(독일을 나치 경찰국가로 만드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한 인물)의 아내 목에 걸려있는것이 목격되었다고 하며, 나치가 가져갔던 또 다른 미술품 중 하나는 독일 알프스 지방에 있는 히틀러의 별장에 걸려져 있었다고 한다.

영화에는 나오지 않았지만 다음백과에 의하면 아델레 숙모는 비엔나 사교계 최고의 스타였지만 슬픈 삶을 살았다고 한다. 정략결혼 후 낳은 세 아이가 모두 죽고 숙모 자신도 43세의 젊은 나이에 병으로 세상을 떠났다. 초상화의 눈빛이 슬퍼 보이는 이유가 그래서인가보다.

또한 당시 클림트는 커미션이 비싼 인기작가로 비엔나 상류층 집안의 딸들과 여러 스캔들이 있었던가본데 아델레 숙모와도 단지 화가와 모델 사이는 아닐거라는 소문이 있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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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포스팅에 다 쓸 순 없지만 정말 어마어마한 사연을 간직한 그림이다.
하나씩 밝혀지는 사연들도 흥미진진하지만 한 나라를 상대로 한 일개(?)개인의 기나긴 법정싸움도 엄청나게 감동적이고 흥미롭다. 학살을 피해 탈출하는 장면도 긴박감 넘치고 기품있는 헬렌 미렌님의 연기는 두말할 필요없이 훌륭하다.

나에겐 좋은 이미지로만 남아있는 비엔나인데 마리아 알트만을 포함한 수많은 사람들에게 비엔나는 두 번 다시 발을 딛기조차 끔찍한 기억으로 남아있는 곳이라는 사실도 마음 아팠다.

마리아 할머니가 과거를 떠올릴 때마다 보여지는 과거 비엔나의 모습, 소송을 위해 어쩔 수 없이 다시 찾은 비엔나의 구석구석이 정말 아름답고 마치 그곳으로 여행을 떠난듯도 느껴지는데, 그분들의 아픔을 생각하면 무작정 아름답다고 감탄할 수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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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한 뒷이야기가 아니군요.
일본이 약탈해간 많은 문화재와 예술품들중에도 저런 이야기가 담겨져 있는 것들이 있겠죠

그쵸 수 많은 사연들이 담겨있을것 같아요.
다른점이라면 오스트리아는 그나마 개인이 법정싸움을 해서 되찾을 여지라도 있나본데
일본 전혀 안먹힐것 같아요..

유럽엔 나치, 아시아엔 일본... 아픈 역사군요. 미술에 엮여 있는 역사이야기라는 생각이 드네요.

네~ 보면서 남의 나라 이야기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ㅠ;
우리나라도 약탈당한 문화재가 정말 많지만 이들도 나치로부터 아직 돌려받지 못한 그림이 10만점이 넘는다고 해요.

영화보고 실제로 저 그림을 보면 좀 느낌이 다를거 같네요

그림을 직접 봐보고 싶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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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베데레궁 안을 구경못한게 아쉬워지는데요...^^

제가 갔을땐 이미 미쿡으로 떠난 후였는지 없더라구요 ㅠ;
물론 당시엔 저 그림의 존재를 모르긴 했습니다 ㅎㅎ ^^;;

풀봇으로 응원합니다

감사합니다~^^

전쟁의 아픔은 정말 오래 갑니다...

이벤트 참여 고맙습니다~~^^

평화가 지속되면 좋겠습니다.
저야말로 이벤트 감사합니다~ ^^

몰랐던 영화인데 흥미로운 사실들이네요
좋은 영화 소개 감사해요.^^

저야말로 감사합니다~
미미스타님도 좋아하실것 같아요 ^^

소개하시는 영화가 늘 먼가 고급집 니다.^^

고급은 저와는 정말 거리가 먼 단어인데 ㅎㅎ;;
유독 영상이 예쁜 영화를 좋아해서 그렇게 느끼셨나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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