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들, ‘은행나무 독살’ 환기미술관 고발…
서울 종로구 부암동 은행나무에 제초제를 주입한 책임을 묻는 고발장이
경찰에 접수됐다. ‘부암동 은행나무 살리미 60인’과 서울환경연합은 20
26년 6월29일 오후 1시 서울 종로경찰서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환기
재단 이사장과 환기미술관장(국제박물관협의회 한국위원장)을 형법상 재
물손괴죄와 토양환경보전법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
5월23일 한겨레 보도로 환기미술관 앞 은행나무 훼손 사건이 알려진 지
한 달여 만이다. 고발인들은 4월22일 조경업체 직원을 고용, 은행나무
뿌리 부근에 전동드릴로 구멍 10개 이상을 뚫고 성분 미상의 독극물을
주입했 다고 주장했다.
환기미술관이 약제 정보를 공개하지 않아 독극물이 토양으로 유입됐는지
파악하기 어렵다. 김보미 법무법인 원 공익전담변호사는 고발 취지에 말
못 하는 존재를 대신해 ‘이건 잘못된 일’이라고 말하는 사회가 건강한 사
회라고 말했다.
주민과 활동가들은 기자회견에서 ‘생명살림선언’을 내걸었다. 이 사건이 나
무 한 그루의 손괴를 넘어 도시 생명권의 법적 공백을 드러낸다는 취지다.
참석자들은 은행나무에 ‘수화’라는 이름을 붙였다. 김환기 화백의 호 수화
(樹話)는 ‘나무와 이야기한다’는 뜻이다. 김환기 화백의 정신을 기린다는 미
술관이라는 점도 공분을 샀다.
부암동 주민으로 생태신학을 강의하는 교수는 자기 생명의 법적 근거가
없는 존재는 소유물이나 관리 대상이 아니라는 이유로 보호받기 어렵다는
것을 느꼈다고 말했다. ‘야생초 편지’의 저자인 황대권 생명평화운동가도
은행나무 자체의 평화를 파괴하고, 그 은행나무가 주변 생명들과 맺어온
평화로운 관계를 파괴한 일이라고 말했다.
200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한 자리를 지키며 단단한 안식처, 조용한 위로
의 그늘, 묵묵한 친구이자 어른이 되어주는 일은 인간은 결코 해내지 못할
일, 그런 부암동의 큰 어른이자 수호신에게 환기미술관은 제초제를 주입
했다. ‘수화’의 회복을 위한 진실한 노력만이 용서를 구할 방법이라고 했다.
동물권 운동의 문제의식이 식물과 도시 생명권으로 확장돼야 한다. 사람의
안전과 재산권은 소중하지만, 그것이 생명을 마음대로 죽일 권리가 될 수는
없다. 인간의 편의를 위해 동물을 가두고 도살하는 현실과 담장 훼손 우려
를 이유로 나무를 죽이려 한 현실이 다르지 않다는 취지였다.
기자회견 마지막 순서로 ‘생명살림선언문’이 낭독됐다.
본문 이미지: 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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