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SINT] 사토시의 잠언 - 3: 일어나서도 잠을 자는 사람들

in #coinkorea6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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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블록체인에 대한 칼럼 및 설명을 작성하는 @kilu83 COSINT입니다.

비트코인의 창시자로 알려진 사토시 나카모토, 그는 과연 누구일까요? 세상을 이렇게 떠들썩하게 만들고 사라졌습니다. 하지만 그가 인터넷에 남긴 글들은 아직도 남아있습니다. 지난 1편을 시작으로 연재물을 통해 사토시가 남긴 말들을 공유하고 그가 전하고자 했던 메시지들을 해석해드리고 있습니다.

일반 사람들은 사토시가 백서만 내놓고 사라졌다고 생각하나, 실제로는 온라인상에서 많은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었고 질의응답도 했습니다. 많은 분들이 사토시의 사상, 목적 그리고 암호화폐의 역사와 본질 등을 알아가는 유익한 시간이 되기를 희망합니다. 시리즈 초기엔 일반인들을 위한 내용으로, 후반부엔 기술적인 내용들을 작성하도록 하겠습니다.

1편 <사토시의 잠언 – 1: 시작과 이유> 바로가기: https://bit.ly/2Nangsq
2편 <사토시의 잠언 – 2: 탈중앙화라는 마법의 단어> 바로가기: https://bit.ly/2ojmsqq




사토시의 잠언 – 3:

일어나서도 잠을 자는 사람들


이전 포스팅에서는 블록체인과 암호화폐의 코어 가치라고 할 수 있는 탈중앙화에 대해 살펴보았습니다. 이번 주제는 다른 코어 가치라 할 수 있는 검열 저항성과 익명성입니다. 글을 읽기 전에 모두 한번 생각해보았으면 좋겠습니다. 여러분은 검열과 감시를 당하고 있다 생각하십니까?

아마 대부분의 일반인들은 그렇지 않다고 대답할 겁니다. 본인이 검열과 감시로 인해 피해를 받은 적이 아직 없다 착각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런데 왜 블록체인의 검열 저항성이라는 특성이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 것일까요? 쉽게 생각하면 표현의 자유가 보장된다는 점이 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표현의 자유가 보장되고 더욱 많은 정보가 공유된다는 것 만으로 더욱 나은 세상이 펼쳐질까요? 아니요, 저희는 블록체인을 통한 검열 저항 세상이 도래하기 이전에 먼저 꿈에서 깨어나야 합니다.




1984

영국의 가장 위대한 작가 중 한명으로 뽑히는 에릭 아서 블레어(필명: 조지 오웰)가 1949년 11월에 출간한 『1984』는 디스토피아 문학의 대표로 손꼽히는 명작입니다. 소설의 배경은 1984년 지구 전체가 3개의 전체주의 국가로 나뉘어진 상황입니다. 그리고 전쟁은 계속 발생하고 있습니다. 전쟁이 지속되어야 시민들을 통제할 명분이 생기기 때문입니다. 전체주의란 민족이나 국가의 이익을 위해 개인의 자유를 희생해야 한다는 사상으로 강력한 국가 권력이 국민의 생활을 간섭하고 통제하는 체제입니다.

소설 속 지배자 계급인 빅브라더는 시민들을 24시간 감시합니다. 그리고 텔레스크린이라는 장치를 사용하여 시민들을 세뇌시킵니다. 조작된 통계자료를 사용하여 현재의 삶이 과거의 삶보다 낫다고 선동합니다. 『1984』의 주인공 윈스턴은 현 체제에 대한 의구심을 갖습니다. 본인이 알고 있는 것이 진실이 아닐 수 있다는 의심을 합니다. 빅브라더는 예전부터 진실을 요구한 사람을 고문하고 실종 처리했습니다. 결국엔 윈스턴 역시 고문을 당하고 현 시스템에 굴복하게 됩니다.

“검열은 정부가 지불해서 만들어 낸 광고이다.” – 페데리코 펠리니

표현의 자유가 보장되지 않는 다면 진실도 사라집니다. 국가가 권력 유지를 위해 개개인을 감시하고 통제하는 미래로 이어질 뿐입니다. 처음엔 말을 통제하고, 그 다음엔 생각을 통제합니다.




허락받고 하는 거래

인터넷 검열에 대해선 일반인들도 많이 들어 봤을 겁니다. 하지만 금융 검열에 대해 생각해보신 적은 있으신가요? 많이 생소하실 겁니다. 일반인들은 일상생활에서 거래를 할 시 크게 검열을 당한 경험이 있지 않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금융 검열에 대해선 크게 관심이 없습니다.

사람들은 일을 하고 그에 대한 보수를 받습니다. 그리고 받은 돈을 은행에 저금하거나, 사고 싶은 것을 사는데 사용합니다. 신용카드를 이용해 한도 내에서 마음껏 사용합니다. 그런데 금융 검열을 받고 있다니요? 맞습니다. 검열을 받고 있다 생각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단, 언제 받을지 모른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사람들은 저금을 합니다. 일반인들 가운데 현금으로 금고에 쌓아 두는 이는 거의 없을 겁니다. 은행을 이용합니다. 은행에 있는 돈, 당연히 저희가 힘들게 일해서 번 돈이며, 저희의 돈입니다. 하지만 은행에 돈을 저금한다는 것은 곧 은행을 신뢰하고 맡기는 것입니다. 은행에 돈이 들어가는 순간 그 돈에 대한 통제권을 은행과 공유하게 됩니다.

사람들은 자신의 돈을 자유롭게 받고 보내는 것과 안전하게 보관하는 것에 매우 큰 관심이 있습니다. 금융 검열이라는 단어 자체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것일 뿐, 실제로는 금융 검열에 대해 매우 큰 관심을 가지고 있으며 신경 쓰고 살고 있습니다. 최근 페이팔과 은행 계좌 동결 등의 금융 검열 빈번도가 높아지는 만큼 더욱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금융 검열과 비트코인이 함께 연관된 흥미로운 사례가 있습니다.

“위키리크스는 현재부로 아래의 비트코인 주소를 통해 익명 후원을 받는다.” – 줄리언 어산지

주로 각국 정부나 기업 등 조직의 비공개 문서를 폭로하는 위키리크스는 당연히 자신들의 비리와 진실을 숨기고 싶어 하는 상위층의 눈에 거슬리는 존재였습니다. 미국 정부는 2010년 비자, 마스터카드와 같은 결제 처리 회사에 압력을 가해 위키리크스에 대한 금융 서비스를 금지시켰습니다. 곧 이어 페이팔도 동참했고, 위키리크스의 설립자인 줄리언 어산지는 비트코인을 통한 후원금 모집을 생각했습니다. 암호화폐는 누군가의 허락을 받고 거래가 이뤄지지 않습니다. 금융 거래의 자유가 개인에게도 제공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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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의 은행 구조는 담당하는 그룹과 신뢰받는 제3자의 정보 접근 권한을 제한하는 방식으로 프라이버시를 보호한다. 모든 거래를 공개하는 방식에서 은행 형태의 모델을 차용할 수는 없지만 프라이버시를 유지하면서 모든 거래를 공유하는 것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시간과 거래량은 공개되지만 누구의 거래인지 알 수 없다.” – 사토시 나카모토

위 사진은 비트코인 백서에 있는 표입니다. 기존의 은행 시스템은 개인이 거래를 일으키고 제3자를 걸쳐 상대방에게 전달됩니다. 그리고 거래 정보는 접근 권한이 제한되어 있습니다. 비트코인의 경우, 자산 통제권은 개인이 가지고 있으며, 누구의 허락도 받지 않고 상대방과 거래를 성사시킬 수 있습니다.

이러한 금융 검열은 모든 법적, 행정적 절차를 무시한 채 진행되고 있습니다. 실제로 은행과 기업들은 정부로부터 비공식적인 압력을 받았다는 사실을 시인한 바 있습니다. 금융 검열은 이러한 제3자를 통해 금융 거래를 차단하는 방식으로 이뤄지고 있습니다. 이는 개인의 경제적 자유를 침해하는 명백히 부당한 행위입니다. 현재도 위키리크스와 관련된 수많은 인사들이 금융 검열을 당하고 있으며, 위키리크스는 이와 관련하여 오랜 소송을 진행 중에 있습니다.

“이 프로젝트는 천천히 성장해야 한다. 그래야 소프트웨어가 더욱 견고해지기 때문이다. 나는 위키리크스가 비트코인을 사용하지 않길 부탁한다. 비트코인은 아직 초창기이며 작은 베타 커뮤니티일 뿐이다.” – 사토시 나카모토

사토시는 위키리크스의 이 계획을 말린 바 있습니다. 비트코인이 당시 너무 초창기라 전세계적인 이용은 부작용을 발생시킬 수 있다며 걱정했습니다. 이 말은 들은 줄리언 어산지는 당시 비트코인 후원 계획을 중단했으나 2011년 결국 비트코인 후원이 진행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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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시작한 위키리크스의 비자, 마스터카드, 페이팔, 아멕스, 머니부커 등 모든 금융거래를 불법적으로 차단해준 리버맨 의원, 맥케인 의원 그리고 미국 정부에 매우 감사하다. 그로 인해 우리는 비트코인에 투자할 수 있게 되었고, 50,000%의 수익을 얻었다.” – 줄리언 어산지

줄리언 어산지는 2017년 10월 5일 위와 같은 트위터를 게시하며 그들에게 감사의 표시를 전했습니다.




줄어드는 지폐, 늘어나는 감시

“지폐는 인쇄된 자유이다.” – 랄스 펠드 독일 프라이부르크 대학 경제정책 교수

현재 많은 국가들이 지폐 없는 경제를 구축하려 노력합니다. 덴마크의 경우 2017년 1월 1일부로 동전과 지폐 생산을 중단했습니다. 덴마크뿐만 아니라 미국을 포함한 여러 선진국들이 지폐 없는 경제 생태계 구축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모든 돈이 디지털화될 시 불법 활동에 유출되는 것을 줄일 수 있고, 사람들이 세금을 내도록 강요하기 쉬워집니다. 돈의 디지털화를 통해 그들이 얻을 수 있는 최대 장점은 무엇일까요? 금융 감시가 쉬워진다는 것입니다.

“우리가 G-20에서 매우 면밀히 봐야할 것은 암호화폐가 스위스 비밀 계좌처럼 되지 않게 해야 된다는 점이다.” – 스티브 므누신 미국 재무부장관

하지만 국가들은 퍼블릭 블록체인 기반의 암호화폐에 대해선 여전히 회의적인 의견을 내놓습니다. 많은 국가들이 암호화폐는 추적이 어려워 지하 세계에서 사용된다는 점을 지적합니다. 암호화폐를 제외한 법정화폐가 모두 디지털화된다고 해서 불법 남용이 과연 사라질까요?

“사람들은 남용하기 위한 새로운 방법들을 항상 찾아낸다. 지금 현재 대부분의 돈 역시 전자적인 숫자일 뿐이며, 우리는 이러한 디지털 머니가 관여된 수 많은 불법 활동들이 존재한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다.” – 데이비드 월맨

지금의 돈이라고 과연 다를까요? 암호화폐보다 수백 수천 배 많은 돈이 매일매일 불법 활동에 쓰여 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범인들을 검거 하지조차 못하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이는 결국 명목에 불과합니다. 『The End of Money』의 저자인 데이비드 월맨은 정부가 사람들의 소비 패턴을 추적할 수 있을 경우 프라이버시와 관련되어 매우 큰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 밝혔습니다. 그리고 이미 대부분의 돈이 디지털화된 현재, 이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부자들은 자신들의 자산을 숨기고 국가와 세무 당국으로부터 지킬 수 있는 방법들이 많다. 종이 화폐는 부자들의 특권이라 볼 수 있는 자유, 프라이버시, 그리고 안전을 서민들이 맛볼 수 있는 몇 안되는 방법 가운데 하나이다." – 존 란체스터

왜 금융 거래의 익명성이 중요한 것일까요? 사생활과 직결되기 때문입니다. 은행에 계좌를 열 때 사람들은 매우 상세한 개인정보를 제공합니다. 그리고 일반 사람들은 카드를 사용합니다. 이는 즉, 저희가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사고, 입고, 먹는 지 기록된다는 것과 같습니다. 어떠한 이유로 이러한 정보들이 기록되는 것일까요? 감시하기 위함입니다.




왜 감시하는가?

“당신이 잘못된 일을 하지 않더라도 그들은 당신의 행동을 지켜보고 기록하고 있다. 나는 나의 모든 언행, 나와 대화하는 사람들, 나의 모든 표현, 사랑, 우정 이 모든 것이 기록되는 세상에서 살고 싶지 않다.” – 에드워드 스노든

미국의 정보당국이 일반 시민들이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고 있다는 것은 이미 드러난 사실입니다. 개인의 전화를 도청할 수 있고, 모바일 네트워크의 음성을 인식할 수 있고, 이메일과 문자를 볼 수 있으며, 웹사이트 방문 기록, GPS 이동 기록 등을 볼 수 있습니다. 범죄자들을 대상으로 한 것이 아닌 일반 시민들이 대상이었습니다. 미국만이 아닌 대부분의 국가가 그렇습니다. 왜 우리에 대해 그렇게 궁금해할까요? 이유가 궁금합니다.

“감시는 권력 구조의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 미셸 푸코

프랑스의 철학자인 미셸 푸코는 감옥에서나 벌어질 것 같은 감시와 통제가 학교, 회사와 같은 사회 전반에 걸쳐 작동한다 밝혔습니다. 감시가 왜 권력 구조의 매우 중요한 부분일까요? 많은 사람들이 말합니다. 본인은 숨길 것이 없으니 괜찮다고요. 과연 괜찮을까요?

많은 사람들이 4차 산업 혁명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그리고 4차 산업 혁명을 이야기할 때 꼭 거론되는 주제가 빅데이터와 알고리즘입니다. 이광석 서울과학기술대학교 IT정책전문대학원 디지털문화정책 교수는 그의 저서 『데이터 사회 비판』에서 국가가 빅데이터와 알고리즘을 이용하여 대중의 심리, 정신, 정보를 분석할 가능성이 있다며 우려했습니다. 실제로 작년 에드워드 스노든은 빅데이터 기술이 감시 체제에도 사용되고 있다는 사실을 폭로한 바 있습니다. 사람들은 감시에 대해 과소평가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감시는 예방적 차원에서 활용될 수 있습니다. 감시로 인한 데이터가 쌓일 경우 예측이 가능해집니다. 예측이 가능하면 해당 데이터에 대한 접근 권한을 가진 소수에 의해 설계가 가능해집니다. 즉, 그들의 입맛에 맞게 상황이 흘러가도록 권력을 남용할 수 있게 됩니다. 대중들이 이러한 현실을 자각해야 하지만, 현실은 자발적으로 데이터를 바치며 스스로 노예의 길을 걸어가고 있습니다.




블록체인에는 404 에러가 없다

중국 북경대는 2018년 4월 6일에 발표한 성명을 통해 20년 전의 성폭력 사건에 한 북경대 교수가 관여되었음을 인정했습니다. 1988년 여름, 선양이라는 해당 교수는 경고를 받았고 결국 사임했습니다. 하지만 피해자는 이미 자살한 후였습니다. 그 후 선양은 반성하기는 보다 모든 혐의를 부정한 바 있습니다.

20년이 흐른 2018년 4월 9일, 유에루오라는 한 북경대 학생은 7명의 다른 학우들과 함께 학교 측에 해당 사건에 대한 조사 자료를 공개할 것을 요구했으며, 이 성명을 위챗에 게시했습니다. 유에루오는 자료 요구 이후 학교로부터 “네가 졸업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냐” 등의 압박을 받았다고 전했습니다. 또한, 그가 게시한 위챗 게시물을 포함하여 해당 사건과 관련된 글이 위챗과 웨이보와 같은 중국 SNS에 올라오는 대로 검열되어 삭제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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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4월 23일 오후 1시 2분경, 이더리움 블록체인에 한 트랜잭션이 기록됩니다. 16진법으로 된 메모를 UTF-8로 변환할 시 “북경대 선생님과 학우들에게”라는 제목으로 시작되는 메시지가 보입니다. 이 메모에는 해당 사건과 관련하여 있었던 일들을 폭로하는 메시지가 담겨있습니다. 이 메모는 만 번이 넘는 블록 컨펌을 받았고 그 누구도 변경할 수 없습니다. 중국 정부는 이더 스캔 사이트에 접속할 수 없도록 규제할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이더리움 클라이언트를 통해 모든 기록을 볼 수 있으며, 이러한 규제는 일시적일 뿐 해당 기록은 이더리움 네트워크가 중단되지 않는 한 평생 지속됩니다.

이 사건과 관련된 사이트에 접속하면 ‘404 에러’ 메시지가 뜨며 접근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블록체인에는 ‘404 에러’가 없습니다. 위 트랜잭션 기록을 보면 1불도 안되는 돈으로 중국 정부도 검열 못하는 글을 게시했습니다. 이는 기존 권력에 맞서 개인의 표현의 자유가 보장된 매우 의미 있는 사례로 남을 것입니다.

이 트랜잭션이 기록되기 몇시간 전 북경 대학의 교직원 한 명이 유에루오의 어머니와 함께 기숙사를 찾아와 관련 정보를 모두 삭제할 것을 요구했습니다. 줄리언 어산지, 에드워드 스노든 등 진실을 말하는 사람이 숨어야 하거나, 검열을 받는 상황이 매우 안타까울 뿐입니다.

“블록체인을 사용하는 이유는 효율성에 방점이 있는 것이 아니라, 검열에 저항하고 사기와 투기를 방지하며 상호운영성과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함이다. 중앙 정부나 은행 및 여타 사업자 등의 검열과 간섭을 막을 수 있다. 블록체인 기술의 효율성은 현재 중앙화 시스템과 비교하여 매우 떨어진다, 그럼에도 블록체인을 사용하는 이유는 검열에 저항할 수 있기 때문이다.” – 비탈릭 부테린

블록체인 업계에서 종사하는 제가 생각해도 현재 블록체인 관련 서비스 가운데 쓰고 싶은 것이 없습니다. 기존의 시스템과 비교하여 너무 불편하기 때문입니다. 또한, 불안합니다. 제 명의의 신한은행 계좌에서 우리은행 계좌로 돈을 보내면 보통 잘 갔는지 확인하지도 않습니다. 하지만 비트코인과 같은 암호화폐를 다른 주소로 전송하면 결국엔 전송될 것을 알면서도 마음 한 켠은 살짝 불안합니다. 비탈릭이 언급한 바처럼 효율성을 생각하면 아직 초기 단계인 블록체인을 사용하지 못합니다. 블록체인을 사용할 이유는 블록체인에만 담긴 가치가 주는 혜택입니다.




멋진 신세계

앞서 말한 검열이 없는 세상이 도래했습니다. 사람들은 모든 정보와 뉴스를 볼 수 있는 권한이 있습니다. 올더스 헉슬리가 1932년 발간한 『멋진 신세계』의 배경입니다. 오웰의 『1984』가 진실 은폐에 대한 두려움에 대한 것이었다면, 『멋진 신세계』는 진실이 무의미한 소식에 파묻힐 것에 대한 두려움입니다. 정보의 방대함으로 인해 진실이 묻히는 세상입니다.

매우 흥미로운 실험 결과가 존재합니다. 이 실험은 검열이 심한 중국 베이징 내 1800명의 대학생을 대상으로 했으며, 18개월 동안 인터넷 검열을 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었습니다. 그 결과, 약 절반의 학생들은 아예 이 서비스를 사용하지 않았습니다. 서비스를 이용한 학생들 가운데도 이전에는 검열로 인해 사용할 수 없었던 해외 사이트에서 시간을 소비한 경우는 거의 없었습니다.

정부에 대한 두려움은 핑계였을 뿐 진실의 가치에 대한 무관심과 과소평가가 주된 이유입니다. 정보에 대한 접근성을 어렵게 만드는 것도 문제이지만, 진실에 대한 수요를 줄이는 환경 역시 문제입니다. 세상엔 너무 재미있는 일들이 많습니다. 음주, 연예인 뉴스, 성적 스캔들, 그리고 정치 등 너무 많은 정보와 뉴스로 인해 봐야할 것을 안 보고 있습니다. 1984급의 검열이 있지 않은 현재 결코 보지 못하는 것이 아닙니다. 안 보는 것입니다.



진실은 불확실하다

지금 여러분이 살고 있는 세상이 가짜라는 생각을 해보신 적 있으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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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말한 이야기를 바탕으로 한 영화가 바로 1988년에 개봉한 짐캐리 주연의 '트루먼쇼'입니다. 트루먼쇼의 주인공 트루먼은 매우 평범한 삶을 살고 있습니다. 평범한 직장을 다니고 평범한 가정이 있습니다. 하지만 트루먼은 태어날 때부터 365일 24시간 감시를 당하고 있습니다. 전 세계가 트루먼쇼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트루먼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며 흥미를 얻습니다. 트루먼이 사는 세계는 가짜로 만들어진 세상이었습니다. 물론 트루먼은 그 사실을 모르고 살아갑니다. 하지만 트루먼은 한가지 사건을 계기로 본인이 살고 있는 세상에 대해 의구심을 갖기 시작합니다.

질문: "트루먼은 왜 지금까지 그의 세상이 가짜라는 것을 깨달지 못한 것일까요?"
답변: "매우 간단합니다. 사람이란 보이는 그대로만 믿기 때문입니다." - 『트루먼쇼』 中

트루먼은 그가 사는 세상의 진실을 찾기 위해 노력하지만 제작진들이 가만히 두지 않았습니다. 트루먼의 시도를 마무시키려 노력했죠. 결국 트루먼은 온갖 역경을 딛고 진짜 세상으로 나가는 문을 찾았고, 그 문을 열기에 앞서 총괄 제작자인 크리스토프가 설득을 시도합니다.

"지금 이 세상에선 너는 아무것도 두려워 할 것이 없다" - 크리스토프 『트루먼쇼』 中

맞습니다. 트루먼이 살던 곳은 트루먼에게는 매우 안전합니다. 트루먼을 해칠 사람도 없고, 사고를 당할 일도 없습니다. 그의 모든 행동이 감시당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의 행동을 모두 감시하고 있기 때문에 통제가 가능한 것입니다. 하지만 트루먼은 본인의 안전을 포기하고 진실을 택합니다.

트루먼에게 진실을 말해주던 사람이 없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그 진실은 거짓이 되고 말죠. 거짓말과 속임수로 이뤄진 세상에서는 거짓이 진실이 되기 때문입니다. 이 영화를 본 사람들은 한번은 꼭 이런 생각을 합니다. "나도 설마 저런 세상에 살고 있는 것 아닐까?" 하지만 설마하고 넘어갑니다. 저는 저희의 삶이 트루먼의 삶과 크게 다르지 않다 생각합니다. 항상 검열과 감시를 당하고 있어 누군가의 각본에 따라 진행되는 것은 저희도 똑같습니다.

진실은 안전하지 않으며 불확실합니다. 거짓은 안전하며 확실합니다. 이미 설계되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그 안전은 불안정합니다.



설계된 꿈

“왜 사람들은 묻지 않을까요? 왜 현재를 지배하는 빅브라더가 과거를 조작하고, 미래까지 지배하려 하는데도 가만히 있을까요? 아마 이유는 그 태도가 살기에 편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 『1984』 中

얼마전 신기한 말을 들었습니다. 대부분의 경제학도들 역시 은행의 지급준비율과 같은 제도에 대해 질문하려 하기보단 통화승수 등을 구하는 수식만 외우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시험에서도 이러한 수식을 이용한 질문만이 주로 나온다 합니다. 허공에서 만든 돈을 빌려주고 이에 이자를 물리는 시스템. 상식적으로 말도 안되는 이 시스템에 사람들은 왜 관심과 질문이 없을까요? 현재 시스템속에서 안전한 삶을 살기 위해선 이러한 불합리한 시스템에 질문하면 되지 않을 뿐더러 질문이 생각나도록 두지 않습니다.

저희는 소설로만 보았던 『1984』와 『멋진 신세계』에 가까워지고 있습니다. 『1984』와 『멋진 신세계』가 너무 비현실적인가요? 전혀요. 사람들은 ‘1984 vs 멋진 신세계’로 이 둘을 비교하지만, 사실은 ‘1984 + 멋진 신세계’가 되어 가고 있습니다. 검열과 감시 속에 표현의 자유가 억압받고, 수 많은 정보들로 인해 진정으로 알아야 할 것을 모르고 살아갑니다. 사람들이 관심 없는 사이, 더욱 심해져 갈 것입니다. 음모론에 의구심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 아닙니다. 현재 저희의 일상생활 속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에 대해 의구심을 가져야 합니다.

단순히 블록체인으로 인해 검열 저항성이 생기는 것으로는 그 어떤 것도 바뀌지 않는다 생각합니다. 개개인이 잠에서 깨어나 검열 저항성으로 인해 탄생한 수 많은 정보 가운데 진실을 찾아야 하며, 검열 저항성으로 인해 얻을 수 있는 혜택을 누려야 합니다. 사람이 잠을 자고 꿈을 꾸고 아침에 일어나는 것만이 깨어나는 것이라 생각하지 않습니다. 아침에 일어나도 또 다른 꿈속에서 활동할 뿐입니다. 하지만 이 꿈은 저희가 잠들며 꾸는 꿈과 다릅니다. 저희가 잠들며 꾸는 꿈은 무의식 중에 생겨난 것이지만, 저희가 일어나서 꾸는 꿈은 설계된 것이라는 점입니다. 저희는 꿈에서 깨어나 생각을 해야 하고, 질문을 해야 합니다.

감사합니다.



References

지금 봐도 소름 돋는, 조지오웰 『1984』 다시 읽기. (n.d.). Retrieved from https://m.post.naver.com/viewer/postView.nhn?volumeNo=6644763&memberNo=4836725&vType=VERTICAL
Do Average Users Care if Cryptocurrency Is Censorship Resistant? (2018, August 12). Retrieved from https://www.dashforcenews.com/do-average-users-care-if-cryptocurrency-is-censorship-resistant/
Hashed Report: 4월 23일, 중국에서 누군가가 쏘아올린 작은 트랜잭션. (n.d.). Retrieved from http://www.hashedpost.com/2018/04/hashed-report-4-23.html
Peters, A. (2015, May 21). Denmark Might Eliminate Paper Money: Should We Do The Same? Retrieved from https://www.fastcompany.com/3046334/denmark-might-eliminate-paper-money-should-we-do-the-same
Surveillance Technologies. (n.d.). Retrieved from https://www.eff.org/issues/mass-surveillance-technologies




다음에는 <사토시의 잠언 – 4: 채굴에 대하여>로 찾아 뵙겠습니다.


By 류짬 of COSINT


오늘 하루도 마무리 잘 하시길 바랍니다.

  • COSINT에 게시되는 포스트를 통해 모아진 모든 스팀달러는 불우 이웃에 기부하거나 스팀잇 발전에 기여하는 스티미언분들 혹은 밋업에 후원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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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타가 있네요. 트루먼쇼는 1988년작이 아닌 1998년 작입니다 ㅎ

얼마 전 제가 궁금했던 부분을 속시원하게 해결한느낌입니다.
저처럼 개개인이 의문을 가지게 된다면 변화는 시작하겠죠?
좋은 글 잘 보았습니다^^

모든 혁명은 그렇게 시작되었죠! ㅎㅎ 감사합니다.

COSINT 글은 모아서 책으로 만들어야 해요 ㅎㅎ
잘 읽고 갑니다.

재밌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ㅎㅎ

와 정성 가득한 글 잘 읽었습니다.
덕분에 배웠습니다. ^^

감사합니다! 저도 뉴스 감사히 보고 있습니다^^

비트형님이 점점 금융권으로 들어가게되는 것 같아서 탈중화가 유지될려나 모르겠어요. 다들 숏 아님 롱 치는 게임이 되버린 것 같아서...ㅠㅠ

개인적으로 선물도 ETF도 반대이지만.. ETF도 결국 될 것 같긴 하네요. 안타깝습니다.

세상을 보는 눈이 자꾸 바뀌네요..
나또한 이리 사는게 편한가 보네요

자유란 절대 편하지 않은 것이죠.. ㅠ 세상을 보는 눈이 넓혀지신다니 너무 반갑습니다!

덴마크가 지폐와 동전 발행을 하지 않는군요.
404에러가 없다고 하지만 최근 스팀처럼 거래를 할 수 없는 상황이 온다면 엄청난 대란이 아닐 수 없다는 생각을 합니다.

맞습니다. 아직 블록체인도 참 갈 길이 멀죠.. ㅋㅋㅋ 얼마전 서버 마비는 참 답답했습니다 ㅠ

이오스 계정이 없다면 마나마인에서 만든 계정생성툴을 사용해보는건 어떨까요?
https://steemit.com/kr/@virus707/2uepul

마나마인에 올라오는 글 잘 보고 있어요!^^

책으로 꼭 출판됐음 좋겠어요
무조건 구매 각입니다ㅠㅠ
무지한 저에게 한줄기 빛 감사드려요~^^

정말요오~~?! 감사합니다! 앞으로 더 좋은 글로 찾아 뵙겠습니다^^

지금도 충분히 줗은 글인걸요~^^
편안한 밤 보내세요~^^

감사합니다~!! epitt925님도 좋은 밤 보내시길 바랍니다!^^

오! 감동!!! 사토시의 이런 잠언이 있는줄은 몰랐네요.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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