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오스카 피터슨: 블랙+화이트

in Wisdom Race 위즈덤 레이스2 years ago (edited)

오스카 피터슨: 블랙+화이트

재즈 아이콘이자 작곡가였던 오스카 피터슨의 사운드와 스타덤, 환상적인 연주를 통해 아티스트의 생애와 그가 남긴 유산을 탐구한 ‘다큐 콘서트’. 명실공히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재즈 피아니스트 오스카 피터슨은 피카소나 모차르트처럼 독특한 천재성을 지닌 것은 물론, 거침없는 연주와 개성으로 자신만의 스타일을 완성했다. 천재 재즈 뮤지션의 70년 역사를 담은 영화는 신동으로 불리던 시절부터 그의 시그니처 사운드가 완성된 트리오 시절의 녹음, 유명 스타들과의 컬래버레이션, 전 세계를 누비며 펼친 솔로 공연뿐 아니라 미국 투어 시절 겪은 인종차별 속에서 그가 보인 불굴의 의지, 그리고 그가 남긴 역사적인 곡 ‘자유를 위한 찬가’(Hymn to Freedom)까지를 담고 있다.

일정이 맞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안 보기엔 너무 아쉬워 영화제 기간 유일하게 따로 시간을 내 온라인으로 본 영화다. 그렇게 해서라도 보고 싶었던 이유는 오스카 피터슨이기 때문이다. 무슨 말이 더 필요할까. 그는 빌 에반스, 버드 파웰과 같이 재즈 역사 속에서 굳건하고 독자적인 피아노 연주자로 존재한다.

그가 상징적인 연주자기에 나는 전공자로서 그의 음악을 듣는 것 만큼이나 자주 악보를 봐야 했다. 그 때마다 무지막지하게 큰 손으로(도~파가 닿았다는) 해대는 자비없는 연주(늘 너무 음이 많거나 넓거나 빨랐다)에 진이 빠졌고, 나는 매번 그의 곡을 제대로 칠 수 없었다. 빼곡한 악보에 기가 죽어 어느 순간 오스카 피터슨은 피아노 앞에 앉은 그의 몸처럼, 내게 아주 거대하고 단단한 벽으로 느껴지기 시작했다.


음악과 떨어져 있어서일까, 그런 과거의 기억을 덜어내고 가볍게 볼 수 있었다. 오스카 피터슨은 유명한 재즈 피아니스트가 되었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캐나다에서 자란 한 명의 흑인이었을 뿐이다. 위대한 연주자인 그의 모습보다도(이미 잘 알고 있다) 피아노 바깥의 오스카 피터슨의 얘기를 보고 들을 수 있는 것이 기뻤다.

노먼 그랜츠라는 유명한 프로듀서를 만나 미국에서 활동을 시작하게 된 이야기, 미국 활동 중 흑인이기에 차별받아야 했던 가슴 아픈 이야기. 영화 속 오스카 피터슨의 많은 일화 중에서도 엘라 피츠 제럴드와 노먼 그랜츠, 허브 앨리스, 레이 브라운이 같은 버스를 타고 투어를 다녔던 이야기가 가장 기억에 남았다. (그들은 어디서든 멈춰서서 노래하고 그 노래에 맞춰 연주했다고 한다)

엘라의 노래를 배경으로 해가 지는 건 평생 못 잊을 아름다운 장면이에요

말만 들어도 눈물 나게 아름다울 것 같다.

Ella Fitzgerald & Oscar Peterson Trio - These Foolish Things


*하나 더 신기했던 것은, 내가 특히 사랑했던 오스카 피터슨의 두 곡, Place St. Henri와 Hymn To Freedom이 오스카 피터슨에게 각별한 곡이었다는 사실이었다. 그의 진심을 느낀 걸까? 저 두 곡만큼은 (다른 곡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어렵지 않아 나도 그럭저럭 따라 칠 수 있었다.

Oscar Peterson - Place St. Henri

Oscar Peterson - Hymn To Freed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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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분에 좋아하는 아티스트들 만나서
힐링 받고 갑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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