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TY 100] 새빨간 거짓말

in Wisdom Race 위즈덤 레이스2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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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이 된 피터.
우리는 모두 점이에요! 작고 귀엽고 소중하고 위대한!



피터님은 걱정이 지나치게 많아요. 피터님은 이기적이에요. 피터님은 둔감해요. 피터님은 다른 사람 말을 귀담아듣지 않아요. 피터님은 질투심이 많아요. 피터님의 부정적인 반응을 이해하기 힘들어요. 피터님은 스스로를 과소평가하고, 그것은 저를 슬프게 해요. 피터님은 모순투성이에요. 에이 다 새빨간 거짓말.

라다크에서 피터와 함께 지내며 그에게 했던 말들이다. 그는 아마 기억하지 못할 것이다.

3주가 지나고,

피터님의 걱정을 이해해요. 그래요, 누구나 이기적이죠. 피터님은 예민한 사람이군요. 피터님은 책을 너무 많이 읽어서 말보다 글에 익숙한 것이 아닐까요? 피터님의 부정적인 반응이 단지 습관이라면 바꾸어 보는 것은 어떨까요? 피터님이 가진 모든 것에 대해 자부심을 가지세요. 피터님이 가진 지식과 생각은 귀하고 위대하답니다. 피터님의 모순을 이해해요. 그 모순은 내 안에도 있어요. 나는 그 모순을 없애고 싶어요. 피터님은 어떠신가요? 마음 안에 생겨나는 새빨간 거짓말을 어떻게 하실 거예요?

나를 이해하는 일에만 모든 시간과 노력을 쏟고 살았으니 나와 함께 하는 이들을 좀 더 적극적으로 이해하고 싶다. 그를 이해하고 싶다. 그리고 조금은, 아주 조금은 그를 더 이해하게 된 것 같다.

그는 순수하고 어린아이 같다. 투명하다. 그는 열린 마음을 갖고 있다. 혹은 기꺼이 열 준비가 되어 있다. 그를 감싸고 있는 명랑하고 밝은 빛은 근심과 걱정, 슬픔과 어둠을 이긴다. 지식에 대한 그의 욕구는 집요하고, 결국 자신의 관점으로 무언가를 찾아낸다. 그것은 신선하다. 무엇보다 그는 용기맨이다. 그는 스스로를 용기맨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지 않지만.

다른 사람의 세계를 이해한다는 건 정말이지 어려운 일이다. 하물며 이를 나의 세계의 일부로 받아들이는 건 전혀 다른 차원의 일이다. 이해라. 이해해야 하는, 혹은 이해하고 싶은 대상을 고르는 데에는 직감이나 운명이 결정적으로 작용하지만, 이후에는 물리적 접촉과 시간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그것도 아주 많이. 춘자로드의 진짜 목적은 어쩌면 단지 그것이다. 스팀시티와 춘자의 모든 프로젝트도 마찬가지다. 서로를 이해하는 일, 이해하기 위해 힘쓰는 일, 그러다 부딪혀도 등 돌리지 않고 계속 얼굴을 마주하고 결국 어제보다 조금은 더 서로를 알게 되는 일. 그것은 나와 젠젠, 나와 스텔라, 젠젠과 스텔라에게도 남은 숙제다. 평생을 친구였던 젠젠과 나도 서로를 이해하기 위해 아직 울고 불고 싸운다.



3주가 지나고 헤어질 때쯤이 되니 피터의 얼굴은 잘 여문 알밤처럼 그을려 있었다. 우리는 입을 모아 말했다.

처음 라다크에 오셨을 때보다 훨씬 보기 좋아요.



지난달 25일, 열하루간의 춘자로드 공식 일정이 마무리되었다. 춘자와 젠젠 둘이 시작해서, 한동안 피터까지 셋이었다가, 스텔라의 합류로 넷이 되고, 피터가 떠난 뒤 다시 셋이 남았다. 춘자로드 시즌 2가 시작된 기분이다.

우리는 요즘 늘어지게 자고, 아침 식사를 하며 한참을 낄낄거린다. 각자 방에서 뒹굴뒹굴하다가, 뜨거운 해가 한결 식으면 밖으로 나와 레 시내 곳곳을 이리저리 돌아다닌다. 어제는 사카 다와. 티베트 달력으로 네 번째 보름달이 뜨는 날이었다. 붓다의 탄생, 깨달음, 죽음 모두를 기념하는. 달이 무척 밝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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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years ago (edited)

으아! @choonza 팀과 무의식으로 연결 되어 있었나 보군요. 저는 왜 불두화(佛頭華)를 생각했을까요? 후나이 유키오의 멋진 말이 생각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