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TY 100] 숨겨진 세상 스테이지 포

in Wisdom Race 위즈덤 레이스4 month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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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겨진 세상으로 나아갈 준비를 하며 읽은 니체의 말들로 내 인생 트랙 이어달리기에 새로운 주자가 투입되었다. 그가 야수인지 어린아이인지 나는 모른다. 전에 없이 강하다는 점에서 야수이고, 전에 없이 천진난만하다는 점에서 어린아이였다. 트랙 위의 허들을 멋지게 뛰어넘거나 날개를 펼쳐 날아오르거나 꾀를 내어 우회하거나 몇 번이고 도움닫기를 반복하거나 다른 주자의 어깨를 밟고 도약하거나 허들 앞에 서서 발을 동동 구르곤 했던 내 안의 다른 주자들은, 허들을 그대로 들이받고 돌진하는 새 주자의 주법에 놀라는 눈치였다. 단단한 허들은 새 주자의 몸에 크고 작은 상처를 냈다. 허공으로 날아간 허들은 그대로 땅에 꼴아 박혀 형체를 알아볼 수 없게 부서졌다. 나머지 주자들은 이 모습을 보고 혀를 끌끌 차면서도 새 주자가 전력을 다하는 사이 한숨 돌릴 기회를 얻을 수 있어 그의 등장을 반겼다.

새 주자는 영화 <아포칼립토>를 좋아했는데, 그중에서도 적에게 쫓기다 늪에 빠져버린 재규어 포가 늪 속에서도 걷는 장면을 자주 떠올렸다. 팔과 다리에 힘을 빼고, 숨을 참고, 가라앉은 채로 천천히 발을 옮겨 마침내 늪을 빠져나온 그가 죽은 아버지의 말을 떠올리며 내뱉는 '나는 두렵지 않다'는 그 한마디를, 새 주자는 주문처럼 읊곤 했다. 때로는 노랫말처럼 흥얼거렸다. 그리고 그 말이 조금은 유치하다고도 생각했다. 그런 생각이 들면 이상하게도 어깨에 힘이 들어갔다. 극복하고 각성한 재규어 포가 뒤돌아 자신을 쫓던 적들을 마주하고 벌통 일격을 가하는 장면을 볼 때마다 새 주자는 전율했고, 빛나는 재규어 포의 눈동자를 보석처럼 가슴에 품었다. 늪에서 벗어나기 위해 온 힘을 다해 팔과 다리를 허우적거리면 더 깊은 곳으로 가라앉거나 가진 힘을 모두 써버리고 마지막 기회마저도 놓치게 되는 법이다. 그저 의연하게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땅을 딛고 걸을 수 있다면, 하늘 위에서도, 늪 속에서도 걸을 수 있다. 걷고 있다는 감각만이 중요하다.

허들은 전력으로 들이받고 늪 속에서는 힘을 빼고 걷는 새 주자를 얻었다.


숨겨진 세상.
The Unknown.

노마드에게, 어드밴쳐러에게, 숨겨진 세상은 경험해 보지 않은 모든 것입니다. 그건 오지 않은 미래가 아니라 아직 밟지 않은 땅입니다. 숨겨져 있었지만 사실은 나를 위해 준비된 세상이었다는 걸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깨달을 뿐입니다. 그것만이 시간의 역할입니다.

그러니 발을 움직여야 합니다! 내디딘 발걸음이 옥토에 닿든, 꽃밭 위에 놓이든, 진흙탕에 빠지든, 불구덩이에 녹아 없어지든 개의치 말고, 계속 앞으로 발걸음을 옮겨보는 것입니다. 숨겨진 세상에 무엇이 있는지 모르지만 일단 가보겠다고, 두렵지만 외쳐보는 것입니다.



숨겨진 세상으로 사람들을 초대하며 쓴 다소 비장한 이 선언문은 사실 2년 전 겨울 부서진 채 늪에 빠져버린 내가 나에게 보낸 구조 요청의 일부였다. 새 주자를 얻고 나는 다시 깨달았다. 나를 구하는 것은 언제나 나이고, 나의 구조 요청을 접수한 미래의 내가 니체의 말과 함께 새 주자를 나에게 보냈다는 사실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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