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봉박두(開封迫頭) - [한국영상자료원] 베트남, 전환기의 신체: 운동성, 명상, 기록 (2026.02.27 ~ 2026.03.11)
[한국영상자료원] 영화서클
- 상영기간 : 2026년 02월 27일 (금) ~ 2026년 02월 11일 (목)
- 장소 : 시네마테크 KOFA
이번 기획전은 국제 영화제에서 눈에 띄게 회자된 동시대 베트남 영화 10편을 통해, 최근 10여 년 사이 베트남 영화의 감각이 어떻게 달라졌는지 살펴보려 한다. 기획전은 이 작품들을 엮는 중심축을 ‘신체’로 삼는다. 여기서 신체는 단지 인물의 몸을 보여준다는 뜻이 아니다. 국가와 사회의 검열과 규범(혹은 자율검열), 급격한 도시화, 변화하는 노동 조건과 관습의 압력이 인물의 걸음걸이, 숨, 멈칫거리는 동작, 버텨내는 자세로 드러날 때 영화는 우리에게 설명하고, 이해시키기보다 먼저 느끼게 한다. 이때의 몸은 사회적 압력이 육화된 결과물이자, 말로 정리되지 못한 것들이 머무는 자리이며, 역사와 기억이 남긴 물질적인 흔적이다.
기획전은 이 감각을 ‘운동성’, ‘명상’, ‘기록’이라는 세 갈래로 나누어 배치했다. 다만 이 분류는 작품들을 고정하는 칸막이가 아니라, 서로 겹치고 미끄러지는 결을 읽어내기 위한 관람의 좌표다. 어떤 작품은 다른 섹션에도 자연스럽게 걸친다. 그럼에도 각 영화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리듬을 기준으로 관객이 따라갈 길을 만들고자 했다.
베트남 영화는 1980년대 이후 국제 영화제에서 간헐적으로 소개되며 존재감을 넓혀왔다. 그 흐름이 국제적으로 뚜렷이 인지된 사건 가운데 하나는 1993년 트란 안 홍 감독의 <그린 파파야 향기>가 칸영화제에서 황금카메라상을 수상한 일이다. 이후 한동안 해외 담론에서 베트남 영화는 ‘서정적 이미지’와 ‘정교한 감각’이라는 말로 자주 읽히곤 했다. 당연하게도, 이 틀만으로 베트남 영화를 단정할 수 없다. 민중의 삶과 역사적 비극을 다룬 당 낫 민의 작업이 있었고, 해외에서 활동한 베트남계 감독들의 시도 또한 이어졌다. 이번 기획전이 주목하는 흐름의 선배 격으로는 판 당 디의 <비, 두려워하지 마>(2010)를 떠올릴 수 있다.
이번 기획전의 작품들은 그 영화들의 유산을 참조하면서도, 카메라가 인물을 대하는 방식을 새로이 조정한다. 인물 곁에 더 가까이 다가가는 카메라는 인물의 미세한 변화를 놓치지 않는다. 쉬이 끊어지지 않는 쇼트는 인물이 버텨내고 다시 움직이기까지의 시간을 끝까지 담아낸다. 물론 같은 현실을 다루더라도 작품마다 밀어붙이는 방식은 다르다. 어떤 영화는 속도를 올리고, 어떤 영화는 시간을 늘리고, 어떤 영화는 자료를 뒤섞는다. 이 기획전은 그 차이를 세 개의 키워드로 읽어본다.
첫 번째 섹션 ‘운동성’은 쫓기며 움직이는 몸들, 현장(거리, 산간 마을)에서 부딪히며 생겨나는 에너지에 집중한다.
<롬>은 잘게 쪼개진 동선과 급박한 리듬 속에서, 콘크리트 정글의 골목골목을 내달리는 소년의 마른 신체로 생존의 분투를 우리 앞에 세운다.
<안개 속의 아이들>은 산간 지역의 험준한 지형과 ‘신부 납치’라는 일촉즉발의 상황에서 카메라가 안전한 거리로 물러서지 않는다. 흔들리는 호흡의 핸드헬드, 거리를 좁히는 추격, 순간적으로 멈칫하는 시선이 윤리와 현실의 긴장을 유발하며 관객은 안전거리를 잃어버린다.
<허공 속에 나부끼다>는 밤거리의 습한 공기와 빠져나갈 구멍이 보이지 않는 도시 속에서, 끊임없이 흔들리고 표류하는 신체를 붙잡는다. 이 섹션에서 운동성은 속도만을 뜻하지 않는다. 떠밀리면서도 자세를 고쳐잡는 몸, 그리고 인물의 선택과 망설임까지 포함한다.

두 번째 섹션 ‘명상’은 흐르기보다 고이는 시간 속에서 몸이 가라앉는 순간들을 다룬다.
<노란 누에고치 껍데기 속>은 사건 또는 인과관계로 영화를 끌고 가지 않는다. 안개, 숲, 거대한 풍경 속에 놓인 신체가 사유로 넘어가는 과정을 롱테이크로 견인하며, 그 경계가 흐려지는 체험을 만든다.
<쿨리는 울지 않는다>는 상실의 기억을 품은 노년의 얼굴과 결혼을 앞둔 조카의 시간을 교차시키며, 과거의 장소가 현재를 어떻게 붙잡는지 보여준다.
<비엣과 남>은 폐쇄적인 탄광의 어둠 속에서 겹쳐진 두 육체와 죽음의 이미지들을 통해 억압된 욕망과 국가 폭력의 그림자를 드러낸다. <맛>은 느린 지속으로 신체를 거의 정물처럼 세워 두고, 그 안에서 미세하게 변하는 자세와 고통을 끝까지 지켜본다. 여기서 명상은 고요한 사색이라기보다 점도 높은 시간 속에 몸이 놓이는 방식이다.

마지막 섹션 ‘기록’은 자료와 장소, 사물이 단순한 정보가 아니라 현재의 감각으로 되살아나는 순간을 다룬다.
<제5영화>는 아카이브와 개인의 기억을 가로지르며 역사가 하나의 결론으로 정리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드러낸다. 이미지의 출처와 서사, 텍스트를 일부러 어긋나게 만듦으로써 기록은 정리가 아니라 편집과 재배열의 과정임을 증언한다.
<머리카락, 종이, 물...>은 촉각적인 사물과 역사적 기억을 연결해 기록을 시각이 아니라 감각으로 지금-여기에 복원하려 한다.
<기억의 땅>은 기억을 품고 있는 땅이 급변하는 베트남 사회의 풍경을 증언하는 영화다. 이 섹션에서 기록은 과거를 보관, 보존하는 일이 아니라 지금의 감각으로 재정의하고 반추하는 일이다.

이 변화가 어디로 흘러갈지는 장담할 수 없다. 다만, 어떤 영화 감독과 어떤 형식이 막 방향을 바꾸는 시점 그 미세한 움직임을 포착하고 함께 따라가 보는 일은 영화를 좋아하는 관객에게 큰 기쁨이 될 것이다. 이번 기획전이 당신에게 새로운 감독을 또는 작품을 발견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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