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봉박두(開封迫頭) - [시네마테크] 시네마토그래프의 비밀스러운 예술 - 로베르 브레송 회고전 (2026.03.25 ~ 2026.04.18)
[시네마테크] 시네마토그래프의 비밀스러운 예술 - 로베르 브레송 회고전
로베르 브레송(1901~1999)은 1943년작 <죄악의 천사들>을 시작으로 유작 <돈>(1983)까지 13편의 장편 영화를 완성하며 현대 영화의 초석을 다진 혁신가입니다. 그는 ‘시네마’ 대신 ‘시네마토그래프’라는 용어를 사용했는데, 이는 정밀 기계처럼 정확성을 제어하고 불필요한 수사 대신 최소한의 수단으로 최대한의 표현력을 끌어낸다는 ‘경제성의 원칙’에 근거합니다. <사형수 탈옥하다>와 <소매치기>의 시퀀스들은 그 자체로는 아무런 의미가 없는 손동작이나 최소한의 행동을 마치 다큐멘터리처럼 포착하는 데 상당 부분을 할애합니다. 이렇게 촬영된 이미지들은 단일한 해석이나 닫힌 의미 대신 다른 이미지들과의 작용 및 반작용을 통해 영화 전체의 총체적인 결과물을 만들어냅니다. 따라서 브레송의 영화에서 ‘우연’과 ‘은총’이라는 주제를 발견하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브레송은 영화를 ‘재현’이 아닌 ‘창조’의 영역으로 보았습니다. 그는 비직업 배우를 선호하여 흔히 직업 배우를 경시한다는 오해를 받기도 했지만, 실상 배우가 지닌 고도의 기술과 그들이 감내하는 모순적인 자질들을 깊이 존중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소매치기>와 같은 작품에서 비직업 배우, 즉 ‘모델’을 고집한 이유는 영화를 통해 사건이나 행동이 아닌 감정 그 자체의 본질을 전달하기 위해서였습니다. 브레송에게 전문 배우의 숙련된 재능은 오히려 극복해야 할 장애물이기도 했습니다. 그는 기계적인 무심함으로 대상을 기록하는 카메라가 오히려 인간 내면의 광채를 더 잘 포착할 수 있다고 믿었으며, 연극적 연기와는 완전히 다른 관점에서 화가나 조각가처럼 작업했습니다. 브레송의 시네마토그래프는 표면적인 화려함을 걷어내고 가장 순수한 영화적 언어로 인간의 영혼에 다가가려는 시도의 산물입니다. 마르그리트 뒤라스는 이를 두고 브레송과 함께 비로소 “순수 영화”의 영역에 들어섰다고 평하기도 했습니다.
브레송은 <당나귀 발타자르>의 주제에 대해 “우리의 삶은 숙명과 우연으로 이루어져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그의 영화에서 ‘덫’과 ‘운명’은 인간의 삶을 비추는 동시에 예술에 관한 우화이기도 합니다. <무셰트>의 밀렵꾼, <당나귀 발타자르>의 불량배들, <소매치기>의 도둑과 형사, 그리고 <아마도 악마가>와 <돈>의 악마적인 힘은 언제나 희생자가 덫에 걸리기를 기다립니다. 그러나 브레송은 인간의 숙명 속에서도 개인의 자유를 공존시키며, ‘우연’이 끼어들 자리를 남겨두었습니다. 엄격하게 통제된 시네마토그래프 체계는 제어할 수 없는 것들 사이에서 발생하는 우연과 은총의 순간을 결코 놓치지 않습니다.
- 상영 일정: 2026년 03월 25일 (수) ~ 2026년 04월 18일 (토)
- 상영관 : 서울아트시네마
- 티켓가격 : 일반 9,000원, 단체 7,000원, 청소년/경로/장애인 6,000원, 관객회원 5,000원
출처 : 서울아트시네마
상영작
사형수 탈옥하다
* 드라마/스릴러
* 프랑스
* 99분
* 12세이상 관람가
퐁텐느는 독일군에게 포로로 붙잡힌 레지스탕스 대원.
수용소로 이송되는 과정에서 이미 탈출을 시도하지만 여의치 않다.
하지만 그는 탈출에 대한 집념을 버리지 않는다.
사방이 꽉 막힌 답답한 감방 안에서 퐁텐느는 치밀하고 집요하게 탈출 준비를 해나간다.
그러던 어느 날 그는 독일군 측으로부터 곧 처형을 당할 것이라는 통보를 받는다.
이제 퐁텐느에게 탈출이란 자신의 생명을 구할 절대절명의 과제로 다가온다.
그러던 그에게 또 다른 곤혹스런 문제가 생긴다
그의 방에 다름아닌 조스트라는 어린 소년이 갑자기 들어오게 된 것. 퐁텐느는 고민한다.
그는 스파이일까? 성공적인 탈출을 감행하기 위해선 그를 죽여야 하는 것일까?
소매치기
* 범죄/드라마
* 프랑스
* 75분
* 15세이상 관람가
소매치기로 생계를 유지하며 타락한 세상에서 자신의 죄는 정당화될 수 있다고 믿는 청년 미셸과 그의 병든 어머니를 돌보며 그에게 애정을 느끼는 이웃집 여인 잔의 이야기
잔 다르크의 재판
* 드라마
* 프랑스
* 65분
* 15세이상 관람가
잔 다르크의 실제 재판 기록에 만들어진 이 영화는 격정에 휩싸여 수난당하는 여주인공의 얼굴이 클로즈업 된 드레이어의 영화와 달리 감옥과 재판정만으로 한정된 매우 미니멀한 공간 내에서 잔 다르크와 심문자, 그리고 재판정의 다른 이들을 미디엄 쇼트로 보여주기만 한다
당나귀 발타자르
* 드라마
* 프랑스, 스웨덴
* 95분
* 15세이상 관람가
당나귀는 한 농장의 어린아이에게 사랑받는 애완동물로서 인간과 첫 인연을 맺게 되지만, 곧 한 젊은 여성의 손에 넘겨지면서 힘든 삶의 여정을 시작하게 된다.
그 여성의 삶은 잔인한 애인에게 능욕당한 뒤 비참하게 살해되는 것으로 끝을 맺고, 새로 당나귀의 주인이 된 그녀의 애인은 당나귀에게 매질을 하며 괴롭힌다.
그러나 그녀의 애인 역시 불행한 최후를 맞게 되고, 당나귀는 빵집 주인의 손을 거쳐 가이드 동물이 되기도 하고, 서커스단의 스타가 되기도 하며, 쟁기를 끌 수밖에 없는 초라한 신세로 지내기도 한다.
이러한 힘든 삶이 끝나갈 무렵, 당나귀는 한 나이든 방앗간 주인의 소유물이 되는데, 그 노인은 당나귀를 환생한 성자처럼 여긴다.
결국 노인의 도움으로 발타자르는 인간들의 손아귀에서 벗어나 혼자 시골을 돌아다니며 평화롭게 지낼 수 있게 된다.
무쉐뜨
* 드라마
* 프랑스
* 96분
* 15세이상 관람가
14살 소녀 무셰트는 병든 어머니와 어린 동생, 알콜 중독자인 아버지와 오빠를 돌봐야 하는 힘겨운 생활을 하고 있다.
학교에서도 소외당한 무셰트는 숲 속을 배회하다 갑작스런 비를 만나고, 비를 피하던 중 밀렵꾼 아르센에게 겁탈당한다.
무셰트는 아르센을 사랑한다고 믿지만 사람들의 눈길은 차갑기만 하다.
게다가 무셰트의 어머니마저 세상을 떠난다.
몽상가의 나흘 밤
* 로맨스/멜로/드라마
* 프랑스, 이탈리아
* 83분
* 15세이상 관람가
몽상가이자 젊은 화가인 자크는 퐁네프에서 자살을 생각하고 있던 마르트와 우연히 마주친다.
자크는 다음 날 밤 그녀와 다시 만나기로 하고, 실은 그날 그녀가 자기 애인을 만나러 다리에 왔으나 그 애인이 나타나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다음 이틀간의 밤 동안 그는 그녀와 사랑에 빠지지만, 네 번째 밤에 갑자기 그녀의 애인이 나타난다.
도스토예프스키의 「백야」를 느슨하게 각색한 작품.
호수의 란슬롯
* 로맨스/멜로/전쟁/시대극
* 프랑스, 이탈리아
* 85분
* 15세이상 관람가
성배를 찾으러 떠났던 모험에서 상처입은 랑슬로는 숲속에 사는 노파의 도움으로 아서 왕의 성으로 돌아간다.
랑슬로는 왕에 대한 신의와 왕비 기네비어에 대한 사랑 사이에서 갈등을 겪으며 신에게 자신의 소명을 질문하지만 답이 없다.
아서 왕과 원탁의 기사들의 전설을 소재로 하고 있음에도 기사들의 낭만적인 모험담과는 거리가 먼 예외적인 성배 이야기.
<어느 시골 사제의 일기>를 만든 후 영화화를 계획했지만 재정상의 이유로 20년 이상 지연되었다가 가까스로 완성되었다.
아마도 악마가
* 드라마
* 프랑스
* 97분
* 15세이상 관람가
68혁명의 기운이 사라진 1970년대 중반의 프랑스, 염세적이고 패배적인 기운이 가득한 젊은 세대를 보면서 고뇌하던 브레송이 그 절망감을 필름에 담아냈다.
실제 자살한 청년의 이야기를 모티브로 하여 어떠한 사회적 제도와 종교, 교육도 인류를 구원하거나 세상을 바꿀 수 없음을 알고, 오직 죽음으로만 존재를 확인하려는 샤를르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돈
* 범죄/드라마
* 프랑스, 스위스
* 85분
* 15세이상 관람가
톨스토이의 단편 <위조지폐>의 모티브를 각색한 브레송의 마지막 영화.
주인공의 삶을 송두리째 파괴하는 한 장의 위조지폐를 통해 세계의 악을 지배하는 돈의 이미지를 가장 명징하게 보여주고 있는 작품이다.
돈이 신의 자리를 대신해버린 현대사회에서 은총이나 계시는 존재하지 않으며 구원 역시 불가능하다.


Upvoted! Thank you for supporting witness @jswi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