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두빛 귀룽나무

in APPICS13 day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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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장산 산책로 걷다 보면, 아직 숲 전체는 겨울빛이 남아 있는데 유난히 먼저 연두색 잎을 펼친 나무가 눈에 들어올 때가 있습니다. 자세히 보면 그 나무는 마치 “봄이 왔습니다” 하고 먼저 인사하는 듯했는데요. 그런 나무 가운데 하나가 바로 귀룽나무인 듯합니다.

귀룽나무는 숲에서 누구보다 부지런한 나무라고 하지요. 3월 말에서 4월 초, 다른 나무들이 아직 잎눈을 망설일 때 이미 푸른 잎을 펼치고 광합성을 시작한다고 합니다. 그래서인지 귀룽나무를 보고 있으면, 봄은 거창하게 오는 것이 아니라 이렇게 조용히, 그러나 분명하게 시작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마치 반에서 제일 먼저 교과서를 펴는 학생처럼, 귀룽나무는 숲의 봄 수업을 가장 먼저 준비하는 나무처럼 보이더라고요.

귀룽나무는 주로 계곡가나 습기 많은 곳에서 자란다고 합니다. 물기 어린 공기와 아직 차가운 땅의 기운을 견디며 먼저 잎을 내는 모습이 참 대견하게 느껴졌습니다. 초봄의 잎 모양이 ‘새 혓바닥’ 같다는 표현도 참 재미있고 실감 났습니다. 작고 여린 잎이지만, 그 안에는 계절을 앞당기는 힘이 담겨 있는 듯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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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더 시간이 지나 4월과 5월이 되면 귀룽나무는 하얀 꽃으로 뒤덮인다고 하지요. 지금의 연두가 봄의 예고편이라면, 그때의 흰 꽃은 본편 같은 장면일 것입니다. 여름에는 버찌를 닮은 검은 열매까지 맺는다니, 계절마다 다른 얼굴을 보여주는 참 성실한 나무입니다. 이름 또한 ‘구룡목’에서 왔다고 하니, 자연 속 나무 하나에도 이렇게 긴 시간의 상상과 이야기가 스며 있다는 사실이 새삼 정겹게 느껴졌습니다.

오늘 길가에서 연두빛 귀룽나무를 만나신다면 잠시 한번 올려다보셔도 좋겠습니다. 부디 오늘도 마음속에 연두빛 한 장을 틔우는, 평안하고 희망찬 하루 보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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