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zan 이달의 작가- 시] 토역질

in zzan2 years ago

토역질/cjsdns

나쁘지 않다.
나쁘지 않아
역겨운 토역질 일지언정
나쁘지 않다.

삭여내지 못하는 것 있으면
건져내야 하고
소화하지 못하는 것 있으면 토하는 것이 이치

쌓아 놓다 보면
천근만근 납덩이 되어
스스로 지은 무간지옥에 가라앉으니
납덩이 되기 전에 토역질

나쁘지 않다.
나쁘지 않아
역겨운 토역질 일지언정
나쁘지 않다.

넣기는 하늘 가까이 달린
입으로 넣었으나
나올 때는 음습한 곳으로 나오기 마련

서서 먹은 것 마저도
배설은 낮은 자세로 하는 이유 뭘까?
허리 숙여하는 토는 왜일까?
그 이유 뭘까?

입으로 넣은 것
하늘로 뿜어 내듯 토설하는 자
트리플 H 말고
그 누가 또 있을까

나쁘지 않다.
나쁘지 않아
역겨운 토역질 일지언정
나쁘지 않다.

마음껏 토설하다 보니
산후 우울증 치료가 되었다며
고마워하던 모습에
오히려 더 고마워했던 기억

서서 먹은 것 마저도
배설은 낮은 자세로 하는 이유 뭘까?
허리 숙여가며 하는 토는 왜일까?
그 이유 뭘까?

거제도 어느 펜션
술 취한 놈 자다가 일어나
화장실 앞에 해놓은 토역질 싸질러 놓은 응가
그걸 치운 건 누구였지

그놈과 친함도 모른 척 슬며시 나갔지
자는 놈들 깰까 혹여 누가 알까
그 더러움 소리 소문 없이 치운 사람 있지

물어와도 몰라 그런 일 없었어, 하던
그 생각이 나는 건 뭘까
비밀같이 여기다
세월에 탈색되어 사라진 줄 알았는데

그래,
나쁘지 않다.
나쁘지 않아

세상에 똥 안 싸고 토역질 한두 번 안 한 사람 어디 있다던
다만. 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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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인간의 삶의 전체 순환이 어떻게 작동하고 언젠가는 주변 세계를 파괴하고 모든 상황을 자각하고 있는지에 대한 좋은 글입니다.
그러나 동물에서 식물에 이르기까지 전 세계 생물을 변화시키고 놀라운 건강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도 인간이기도 합니다.

@cjsd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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