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르만 헤세
헤르만 헤세는 생전에 발표된 작품이 전체의 절반 정도에 불과할 만큼, 방대한 글을 남긴 작가다. 그는 평생에 걸쳐 영혼, 인생, 그리고 존재의 본질을 탐구했다. 그가 말한 시인의 본질은 다음과 같다.
영혼의 흥분,
무언가에 깊이 빠져드는 능력,
그리고 감정의 세계에서 전대미문의 비정상적인 것을 경험할 수 있는 능력.
그는 ‘정상적인 것’을 그다지 사랑하지 않았다. 정상적인 것은 언제나 보수적이고, 이미 검증된 세계에 머무르기 때문이다. 오히려 공상하는 이들은 현실을 넘어, 그 누구도 아직 생각하지 못한 것을 꿈꾸기 위해 태어난 존재들이다.
독실한 기독교 가문에서 태어나 어린 나이에 신학교에 들어갔지만, 끝내 그곳을 뛰쳐나왔다. 그 과정에서 정신적으로 큰 혼란을 겪었고, 정신병원에 수감된 적이 있을 정도로 깊은 우울을 경험했다. 가족과의 관계 역시 원만하지 못했다.
제1차 세계 대전 당시에는 부적격 판정을 받아 전선이 아닌 포로 관리 업무를 맡았고, 제2차 세계 대전 시기에는 독일과 나치즘을 비판하는 입장을 보이며 결국 스위스로 건너가게 된다.
시인이자 소설가, 그리고 예술가였던 그는 무엇보다도 ‘자신의 이야기’를 끝까지 붙잡고 있었던 사람이었다.
나한테 내 이야기는 통상적인 의미를 뛰어 넘어 중요하다. 그것은 나 자신이 겪은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이것은 지어낸 인물도, 있을 법한 인물도 아니고,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 그런 이상적인 인물도 아닌, 단 한번뿐인 생명으로 살아가는 실제적인 한 인간의 이야기다.
그의 작품 속에는 기독교적 배경과 함께 아르투어 쇼펜하우어의 철학, 그리고 인도 사상과 불교적 세계관이 자연스럽게 스며 있다.
가장 유명한 문장 중 하나, 데미안 속 구절이 생각났다.
새는 알을 깨고 나온다. 새에게 알은 세계다
이 소설은 ‘에밀 싱클레어’라는 이름으로 쓰인, 결국 헤르만 헤세 자신의 자전적인 이야기이기도 하다. (이미 데미안 이전에 헤르만 헤세는 유명한 작가 였고, 대표적으로 수레바퀴 밑에서, 그는 자신의 유명세로 작품을 평가받고 싶지 않아 책 속의 주인공의 이름을 빌려 가명으로 책을 출판했다.)
그의 삶은 결코 평탄하지 않았다. 하지만 바로 그 불안과 방황, 그리고 고통이 있었기에 그의 문장은 지금까지도 누군가의 내면을 건드린다.
어쩌면 우리는 모두 각자의 ‘알’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어떤 순간, 그것을 깨고 나와야만 한다. 헤르만 헤세는 그 과정을 누구보다 치열하게 살아낸 사람이었고, 그가 남긴 이야기들은 지금도 조용히, 누군가의 세계를 조금씩 흔들고 있다.
헤르만 헤세의 “미친 세상과 사랑에 빠지기”, “나로 존재하는 법”을 읽고 그에 대해 나만의 기록을 남겨본다.
금토일의 피로 속에서 지쳐 있던 나를
조용히 흔들고, 결국은 따뜻하게 남는 그런 책이었다.
헤르만 헤세의 책들 중 아직 읽지 못한 것들이 훨씬 많다. 돌이켜보면 내가 읽은 것은 수레바퀴 아래서와 데미안, 그것도 15~20년 전의 기억에 가깝다.
이번에 위 두 책을 읽으면서, 왜 그의 문장이 오랜 시간 동안 계속해서 사람들 사이를 떠도는지, 그 이유를 조금은 이해하게 되었다. 언젠가 나도, 누군가의 세계를 아주 조금이라도 흔들 수 있는 그런 일을 하고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