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가 안 통하는 사회

in #kr-diary25 days ago

요즘은 가족도, 세상도 참 안 풀린다는 생각이 든다. 다들 자기 의견만 옳다고 생각하고, 남의 의견을 이해할 생각도, 제대로 들어볼 생각도 하지 않는다. 계속 자기 이야기만 반복하다 보면, 처음에는 그 의도가 아무리 순수했더라도 어느 순간부터는 자기 의견만 고수하면서 다른 사람의 의견을 무시하게 된다. 그리고 그렇게 되면 결국 자신의 주장 역시 조금씩 왜곡될 수밖에 없다.

분명 어릴 때 학교나 여러 매체에서는 어린 학생들에게 이타적이고, 이성적이며, 합리적인 사람이 되라고 가르친다. 그런데 정작 현실에서 학생들에게 그렇게 말하는 어른들을 보고 있으면 꼭 그렇지만도 않은 것 같다. 오히려 이기적이고, 감정적이며, 비합리적인 모습을 너무 쉽게 볼 수 있다.

세상을 흑백으로 나눌 수 없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다. 그런데도 어느 순간부터 사람들은 세상을 자기편과 적편으로 나누기 시작한다. 자기편이 하는 말은 정의이고 진리이며, 상대편이 하는 말은 불의이고 잘못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되면 대화는 더 이상 대화가 아니다. 남의 말을 듣고, 서로 다른 의견을 확인하고, 그중에서 받아들일 것은 받아들이고, 서로 조금씩 양보하면서 새로운 결론을 만들어가는 과정이 사라진다.

어느 순간부터 세상은, 사회는 대화하는 법을 잃어버린 것 같다. 사람들은 다른 사람의 말을 있는 그대로 들으려고 하지 않는다. 상대방의 말을 자기 방식대로 해석하고, 자신의 논리에 끼워 맞추려고 한다. 때로는 상대방이 무엇을 말하려고 하는지, 어떤 의도로 그런 이야기를 하는지 어느 정도 알고 있으면서도 그것을 굳이 외면한다. 상대방의 본질적인 의도나 시도는 깡그리 무시한 채 자신의 의견만 계속 내세우고,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주지 않는다고 세상 사람들에게 호소한다. 결국 중요한 것은 상대방을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든 자신의 주장을 관철하는 것이 되어버린다.

분명 학생이었던 사람들이 학교를 졸업하고 성인이 되고, 사회에서는 어른이라고 불리는 나이가 되었다. 그런데 정작 행동하는 모습을 보면 여전히 초등학생 때나 할 법한 이기주의와 떼쓰기로 세상을 바라보는 것 같다. 내 편과 네 편을 나누고, 내가 옳고 네가 틀렸다고 주장하고, 내 이야기를 들어주지 않는다고 화를 낸다. 그리고 그렇게 만들어진 흑백논리 속에서 사람들은 서로를 호도한다. 참 이상한 일이다.

우리는 과거보다 훨씬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고, 훨씬 다양한 사람들과 연결되어 있으며, 더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는 시대에 살고 있다. 그런데 정작 서로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과 이야기하는 능력은 오히려 점점 사라지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다른 사람의 의견을 듣는다는 것은 그 의견에 동의한다는 뜻이 아닐 텐데. 상대방의 이야기를 이해한다고 해서 내 생각을 버려야 하는 것도 아닐 텐데. 그런데 우리는 어느 순간부터 이해와 동의를 구분하지 못하게 된 것 같다. 그래서 대화가 아니라 설득만 남고, 설득이 되지 않으면 공격이 남는다.

가끔은 이런 생각까지 든다. 정말 핵전쟁이라도 일어나서 인류가 멸종 위기까지 내몰려야 할까. 전 세계 사람들이 모두 먹고살기조차 힘든 상황이 되어야만 서로의 차이를 내려놓고 다시 이야기를 시작하게 될까.

물론 그런 일이 일어나서는 안 된다. 하지만 지금의 세상을 보고 있으면, 인간이 서로의 말을 다시 듣기 위해서는 도대체 무엇이 더 필요한 것인지 답답해진다. 그러다 문득 바벨탑 이야기가 떠오른다. 인류가 하나의 언어를 공유하고 하나의 마음으로 하늘에 닿는 탑을 쌓으려 하자, 신이 인간들의 언어를 서로 다르게 만들어 결국 서로의 말을 알아듣지 못하게 했다는 이야기. 생각해 보면 참 묘한 신화다.

오늘날 우리는 서로 다른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들과도 통역을 통해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 번역 기술도 있고, 인터넷을 통해 지구 반대편에 있는 사람과도 실시간으로 대화할 수 있다. 그런데 정작 같은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들끼리도 서로의 말을 이해하지 못한다. 어쩌면 바벨탑 이후의 세상에서 정말 어려운 것은 언어를 다시 하나로 만드는 일이 아니라, 같은 언어를 사용하면서도 서로의 의미를 이해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결국 필요한 것은 거창한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 내가 옳을 수도 있지만, 내가 틀릴 수도 있다는 것. 그리고 상대방 역시 나름의 이유와 생각을 가지고 이야기하고 있다는 것. 그 아주 단순한 사실을 인정하는 것에서부터 다시 대화를 시작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 어쩌면 우리가 잃어버린 것은 ‘정답’이 아니라, 서로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여유인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그 여유를 되찾는 것부터, 다시 대화가 시작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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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구절절히 옳은 말씀입니다.
왜 우리는 상대방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지 않게 되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