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정리#3] 내가 스티밋을 떠나 살았던 3주간의 여정 (원하던 일을 시작했지만 3주만에 포기 할 수 밖에 없었던 이야기)

in #kr-life7 years ago

안녕하세요 혀니입니다.
3주동안 글은 커녕 들어오지도 스티밋에 들어오지도 못했었는데..
이렇게 다시 돌아와 글을 쓰니 느낌이 색다르네요.

아마 저를 찾았던 분도, 궁금하셨던 분도 없겠지만..
오늘은 제가 스티밋을 떠난 동안 무슨 일이 있었고
어떤 생각들을 했는지 그냥 적어볼까합니다 ㅋㅋㅋ


원하던 일을 구하다


마지막 휴학을 의미없게 보낼 수 없었던 저는 열심히 일을 찾았습니다.
하지만 이번엔 단순히 돈만 버는 일이 아닌,
제가 원하는 꿈인 영화감독에 한발짝 더 다가설 수 있는
일을 해보고 싶었습니다.

경험삼아 여러 촬영장의 문을 두드려봤지만, 경험도 없고
아직 학생인 저를 받아주는 곳은 없었습니다.
시간이 갈수록 초조해진 저는 TV드라마 쪽으로 범위를 넓혔습니다.

그런데 이게 웬일! 드라마 쪽에서 일자리를 구했습니다!

그것도 남들이 다 알만한 채널의 꽤 유명한 드라마
연출부로 들어갈 수 있게 되었습니다:)


꿈과 현실의 괴리


처음에는 마냥 좋았습니다. 여기저기 자랑도 했고,
첫 출근전에 미리 받은 대본을 10번도 넘게 보며,
앞으로 찍게 될 이 드라마에 푹 빠졌었습니다.

물론 제 포지션은 연출부 막내였습니다.
연출부 막내라고 쓰고 노예라고 읽습니다.

막내라는 게 어떤 것인지 대충은 짐작했습니다.
군대 이등병과 다름이 없겠죠.
온갖 궂은일과 심부름은 제가 다 할 것이라 마음을
굳게 먹고 첫 출근을 준비했습니다.
마치 입대 전 날밤 같은 기분이더군요

그렇게 일을 시작했습니다.

드라마를 만드는 일은 참 손이 많이갑니다.

많은 사람들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 노력하고
있다는걸 막연한 생각으로 아는 것과 실제로 경험하는
것에는 큰 차이가 있었습니다.

예상했던 것처럼 온갖 궂은 일이 시작되었습니다.

근데 예상과 현실은 달랐습니다.
하루에도 수십번 멘탈이 깨지더군요 ㅎㅎ

제가 워낙 일이 좀 서툴기도 하고, 특히 잡일을 잘 못하는데..
워낙 잡일만 시키시다 보니 스스로 일을 두번하게 만들곤 했습니다.

그래도 전 제가 먼저 열심히 하려고 노력을 많이 했었습니다.

또 저는 참 현실감각이 떨어지는 사람인 거 같습니다.

막내이긴해도 저는 함께 배워가며 뭔가를 만들 줄 알았습니다.
앞서 말했듯이 저는 그냥 노예 였습니다.
흡연을 하지 않는 저이지만 그들이 담배를 피고 실수로 바닥에 떨군
모든 재와 침들을 닦아내야했고,
큰 일을 보러 바깥 화장실로 나가는 사람을 따라가줘야 했고
아무도 저에게 해야할 일을 제대로 가르쳐 주지 않았습니다.

저는 사람대우를 못받으며 일한다는 생각이 너무 많이 들었습니다.

못하면 욕먹고 혼나고, 또 막내면 온갖 궂은일을 해야한다는 것 맞습니다.

저는 당연히 그래야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어느정도 존중은 받으며 일을 하고 싶었습니다.

'야 집주인 (사무실을 제 집처럼 생각하라며 붙여준 별명입니다)
집 관리 안하냐?'
'이 새끼 할 줄 아는게 뭐야?'
(제가 할 줄 아는 건 몰까요.. 한 없이 작아졌습니다)

제가 뭘해야 할지 몰라서 여쭤보면
'그냥 놀아, 너 할 일 없어'

근데 제가 어떻게 놀겠습니까.. 나름대로 뭔가를 하고 있으면,
'너가 그거 할 때가 아닐텐데 지금'

앗!! 뭔가 놓치고 있었나보다. 근데 아무리 생각해도
뭘 해야할지 모르겠습니다.
'이거해야하나요? 저거해야하나요?'

열심히 물어보지만 들려오는 대답은 맥이 쫙 풀립니다.
'몰라 새끼야, 알아서해'

정확하게 뭐 해라, 알려주시면 참 좋을텐데..

매일 매일 힘들었습니다.

일이 힘든거라면 견뎠을텐데 사람이 힘들었습니다.

의지할만한 사람이 한명도 없었습니다.
욕하거나 거칠게 나오는 사람들,
아니면 그냥 철저하게 개무시하는 사람들.

제가 느낀 이곳은 두 부류의 사람들 뿐이었습니다.

꿈과 현실의 괴리는 너무나 컸습니다.

저는 끊임없이 제 자신에게서 문제점을 찾았습니다.

이게다 내가 부족해서야. 일을 좀 잘해보자!
누가 시키기 전에 미리미리 다 해놓자!
사무실에 배낭을 싸가서 아예 사무실에서 숙박을 하자!

힘들었지만 관두고 싶진 않았고,
정말 끝까지 해보고 싶었습니다.
매일밤 가족과 통화하며 힘든일을 토로하면서도
내일은 좀 더 잘해보자는 의지를 다졌습니다.


몰랐냐? 막내는 원래 동네북이야


그렇게 이주가 지난 어느날, 제 멘탈은
완전히 깨져버리고 말았습니다.

사건은 이러했습니다.
그날은 뭔가 느낌이 좋은 날이었습니다.

아침일찍 제가 할 일을 다 끝내 놓았고,
오전 일과 중에 아무도 저에게 뭐라 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열심히 한다는 칭찬을 들었습니다.

'역시 하면 되는구나, 그래 이렇게만 하자!'
시간은 흘러 점심식사 시간이 되었고,
기쁜 마음으로 점심을 먹으러 나섰습니다.

드라마 팀에서 꽤 높은 위치에 계신 분이
길을 걷던 중에 저에게 와 어깨동무를 거셨습니다.
그간 저에게 살갑게 군 적이 없으셨던 분이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제 팔을 때리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엔 저도 장난으로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한대, 두대를 넘어 계속 때리시더군요.
처음엔 견딜만했는데 같은 곳을 계속맞으니
슬슬 통증이 오기 시작했습니다.

이걸 어떻게 생각해야하나.. 무슨 말을 해야하나 고민하다가
한마디 던졌습니다.

'근데 저 왜 맞는겁니까? ㅎㅎ 뭐 잘못한거 있습니까?'

들려온 대답은 좀 충격적이었습니다.

'아니, 너 몰랐냐? 막내는 원래 동네북이야.'
그러더니 앞서 가던 팀원 한명을 부르더니
'야 너 얘한테 말안해줬냐? 막내 동네북이라는 거?'
그러고 그렇게 불려온 그분도 제 팔을 쳤습니다.

기분이 좋지 않았습니다. 잘못해서 얻어맞아도 기분이
나쁠텐데, 아무 이유없이 그들의 재미를 위해 맞아야 한다니요.

그 후로도 그분은 저를 몇대를 더 때리셨고,
어찌 반응할지 몰라 그저 웃기만 하던 저에게
'너 내가 웃기냐?' 라고 정색하며
'너 지금 내 욕하고 있지 속으로?'
'뭐 욕 안한다고? 월급 내기할래?' 하시더군요.

그저 어이가 없었습니다.

사실 그분들의 입장도 조금은 이해가 갑니다.
그분들은 저보다 더 험한 현장을 겪어왔고 이겨내신
분들이니까요.

저는 팔을 맞았지만 그분들은 이유없이 싸대기를 맞고
두들겨 맞기도 했던 분들입니다.

그분들의 생각은 이러합니다.
'나 막내때는 이것보다 심했어. 너 뭐 이 정도가지고 그래?'

그러게요. 왜 이정도가지고 그럴까요. 저도 그분들처럼 싸대기 좀 맞고 밟혀도 보고 어디 하나 부러져야 말을 꺼낼 권리가 생겼을까요?


포기할 수 밖에 없었던


그날은 어찌저찌 넘어갔습니다.
사실 열이 많이 받기도 하고 더러워서 관두고 싶었지만
몇개월 동안 하기로 한 구두계약이 있는데
중간에 관두는 건 너무 무책임해보였습니다.

근데 제가 한번 참아 넘어가니까, 친해졌다고 생각하신 걸까요.
슬슬 건드리시는게 눈에 보이더군요.
지금도 이 정도인데, 나중에 본격적으로 촬영시작하고
그러면 어느 정도일지.. 또 이 사람들과 살다싶이하며
팀처럼 함께해야할텐데, 과연 융화될 수 있을지
생각이 참 많았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제 발목을 잡았던건
내가 그토록 하고 싶었던 일인데,
이렇게 포기하고 싶지가 않았습니다.

하지만 저는 사람과 상황에 무너졌습니다.

나는 정말 이 루트 밖에는 길이없다.

그랬다면 저는 설령 싸대기를 맞는다해도
포기하지 않았을 겁니다.
이걸 포기해버리면 아예 길이 없으니까요.

하지만 다른 루트들도 있었습니다.
그 길은 비록 좁은 문이고 제가 더 공부를 해야겠지만..

어쩌면 제가 또 현실감각 떨어지는 소리 하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만약에 다른 루트를 갔는데도 이 업계는
원래가 이렇다. 이렇게 더럽고 거칠고,
사람대접도 해주지 않는다.
그렇다면 진지하게 제 꿈을 재고해 보아야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지금까지 매우 유약한 멘탈을 지닌
한 청년이 3주만에 일을 관둔 후
찡찡거리듯 쓴 핑계 글(?)이었습니다.

만약 저보다 멘탈이 강하거나, 붙임성이
좋아 적도 친구로 만드는 사람이라면,
이런 환경 속에서도 잘 버티고 훌륭하게 성장했겠죠.

제가 그런 사람이 되지 못했다는 게 사실 마음이 많이 아픕니다.

어찌되었든 저는 다시 일상으로 돌아왔습니다.

3주간 너무 바빠 영화도 못보고 스티밋도 못쓰고,
갇혀살았는데.. 고작 3주 못했을 뿐인데
어찌나 답답하던지... ㅋㅋㅋㅋ

곧 영화 리뷰 글로 찾아뵙겠습니다.

기록이 지워지지 않는 스티밋의 특성상. 실명이나 직책 언급
그리고 드라마가 방영되는 채널, 드라마 이름은 일체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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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과현실의 괴리. 저도 처음직장을다닐때 이말을 많이했죠 힘내시고 화이팅입니다. 보팅후 팔로우
하고 갑니다.

응원감사합니다:) 아직 갈 길이 머네요 ㅜㅜ

힘든 환경이네요. 현실과의 괴리로 인해 많이 힘드셨겠습니다. 맞습니다. 다른 루트는 분명 있습니다. 힘내세요.

응원 감사합니다:) 막상 그만 두니까 후련하네요 ㅎㅎ 다른 루트로 가기 위해 또 열심히 노력해야겠습니다

고생하셨네요.. 힘내세요. 좋은 경험했다고 생각하고 훌훌 털어놓으세요! 인생 깁니다 ㅎㅎ

감사합니다:) 맞습니다. 인생은 길죠 ㅎㅎ 좀 더 멀리 보고 살아야겠습니다

어른스럽지 못한 어른들이 얼마나 많은지...
3주 동안 고생 많으셨네요
이상과 현실의 괴리가 크네요ㅜㅜ

감사합니다:) 그 괴리의 간격을 조금씩 줄여나가는 연습을 해야할거 같습니다

힘내요. 저도 방송가에서 잠깐 일한 적이 있어서 잘 알죠. 방송집단처럼 꼰대스러운데가 또 없더군요. 저도 견디다 못해 뛰쳐나온 케이스.

앗, 방송 일을 하셨었군요.. 이쪽이 확실히 거칠고 더럽긴 한 것 같습니다ㅜㅜ

저도 한동안 여길 못 들어왔었어요.. 다른 이유이긴 하지만....
몸이 힘든 건 견디지만 마음이 힘든 건 정말 견딜 수가 없죠.
마음이 힘든 건 견디는 것도 위험하구요..
잘 그만두셨어요. 그 진창에서 버텨서 영화감독이 되신다 한들 진창 속의 사람일 뿐이죠. 새로운 판을 만들어 보세요. 막내도 존중받으며 일 할 수 있는 새로운 판.... 응원합니다. 아자아자!!!

캐롯님 오랜만입니다 ㅜㅜ
저도 제 선택을 후회하지 않고 새로운 판을 만들기 위해 더 노력할 생각입니다:)
말씀하신것처럼 계급질 없이 모두가 가족처럼 함께 일할 수 있는 판을 만들어보고 싶네요..
물론 갈길이 천만리.. 이지만요 하하 응원 감사합니다!!!

원하던 직장에서의 일도 상상과는 거리가 먼 경우가 많죠..
그 현장의 일은 제가 분위기나 전통을 모르지만 듣기로는 불편하네요 ㅠㅠ..
전통이란 이름 아래 행해지는 가혹행위들.. 마치 군대를 보는 듯 합니다.
힘내세요.. ㅠㅠ

그래퍼님 반갑습니다:)
맞아요.. 제가 원하던 일을 하면 마냥 행복할 줄만 알았는데,
역시 현실은 변수도 많고, 제가 모르는 속사정도 많은것 같습니다..
저도 일 하면서 군대에 다시 온듯한 기분이 좀 들었어요 ㅎㅎ
차이가 있다면 탈영 가능한 군대였죠 ㅋㅋ

하ㅠㅠ...

신농님 ㅜㅜ 스티밋의 세계가 정말 따뜻한 곳이었네요

!!! 힘찬 하루 보내요!
https://steemit.com/kr/@mmcartoon-kr/5r5d5c
어마어마합니다!! 상금이 2억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