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책] "이게 다 뭐에 쓰는 거에요?" - 토미 웅게러 '세 강도'
안녕하세요! 발달러 가나입니다:)
오랜만에 그림책과 발달심리 이야기를 들고 왔어요>. < (나만 신난 듯)
오늘 소개해드리고 싶은 그림책은
너무나도 유명한 토미 웅게러의 세 강도 라는 그림책입니다:)
아이들을 위한 그림책 답지 않은 시커먼 표지와
강도를 주인공으로 내세웠다는 점이 흥미를 끌었습니다.
악당을 주인공으로 하는 경우는 참 드문데 말이죠.
줄거리 :
나쁜 짓만 일삼는 세 강도가 있었습니다.
마차를 부수고, 나팔총을 쏘고, 사람들의 금은보화를 다 빼앗아 갔죠.
그러던 어느 날 세 강도는 부모를 여의고 심술궂은 친척 집으로 실려가던(!)
티파니를 데려오게 됩니다.
순수한 아이는 세 강도의 집에 가득한 금은보화를 보고 묻습니다.
"이게 다 뭐에 쓰는 거에요?"
세 강도들은 이를 한 번도 생각해보지 못했다는 듯이 횡설수설하다가, 무언가를 깨닫습니다.
그리고 큰 성을 구해 고아들이나 힘든 삶을 사는 아이들을 거두어 함께 지내게 됩니다.
아이들을 만나서 어른들이 변화하는 경우가 있지요.
아이들의 순수하지만 원론적인 질문은 참 많은 생각을 하게 합니다.
세 강도들은 그냥 돈과 보석이니까 그것들을 모으기 시작했는데
티파니는 그래서 어디 쓸 건데?하고 보다 본질적인 질문을 하죠.
소유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소유하고 있는 것을 어떻게 쓸 것인가, 하는 문제...
이 핵심을 찌르는 질문은 세 강도의 삶을 변화시킵니다.
'티파니'가 '신의 계시'라는 뜻을 가진 단어라고 하는데...
확실히 의미가 있는 이름 선정이었네요ㅎㅎ
눈만 빼꼼 내밀고 시커멓게 온 몸을 칭칭 감은 강도들.
그리고 티파니의 질문 뒤에 깨달음을 얻은 강도들은
불행한 아이들, 고아들을 데려와서 모두 빨간 모자와 옷을 입혀 함께 지내죠.
빨간 옷은 사랑과 애정을 표현하는걸까요? ㅎㅎ
처음에 이 책을 보고는 아이들은 이 강도를 나쁘다고 생각할까, 좋다고 생각할까 궁금했어요.
아이들의 초자아는 남근기를 거치며 3~5세 경 형성되기 시작하는데
초기의 초자아는 굉장히 엄격합니다.
쉽게 말해, 착하거나, 나쁘거나 둘 중 하나일 뿐 그 사이는 없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또, 피아제의 인지발달 단계나 도덕성 발달에 대한 이론을 고려해보아도,
이 시기의 아이들은 의도나 생각을 고려하지 못하고
오직 행동에 근거해서만 좋다, 나쁘다를 평가하는 특징을 보이죠.
자주 언급되는 예시는 다음과 같습니다.
엄마를 도와주려고 그릇을 들고 옮기다가 그릇 10개를 깬 아이와
엄마 몰래 과자를 먹으려다가 떨어트려서 그릇 1개를 깬 아이 중 누가 더 나쁠까?
이 시기 아이들은 그릇 10개 깬 아이가 무조건 잘못했다고 얘기하는 경우가 더 많다고 하네요.
"왜냐면 그릇을 더 많이 깼으니까요!"
인지적인 한계가 있어서, 아이들은 한 측면( 행동)만 고려할 수 있고
다른 측면들(의도, 상황 등등)은 고려할 수 없기 때문이에요.
아이들은 이 강도를 착하게 볼까요, 나쁘게 볼까요?
강도는 강도니까 나빠요!
그래도 착한 일 했으니까 착해요!
등등...
아이들 나름의 이유를 가지고 많은 이야기들을 할 것 같네요.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아니, 착한 사람이냐 나쁜 사람이냐는 이야기는 너무 단순할 것 같군요.
여러분은 이 세 강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과거의 죄가 있지만 개과천선한 케이스 정도로 볼 수 있겠는데...
(갑자기 동심파괴되는 느낌)
저는...
성에서 아이들을 돌보면서 (나름의 사회봉사 같은? 느낌) 남은 생을 보낸다면
이 전의 죗값을 치르는 게 포함되는 것 같지만
자신의 잘못에 대한 진심어린 반성과 뉘우침이 없다면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너무 진지하게 끝나는 것 같아 마무리가 어렵네요ㅎㅎ
음. 무튼.
간만에 심리학 이야기로 돌아온 발달러 가나였습니다'ㅂ '* 헤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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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저렇게 순수했던 어린 시절이 있었을텐데..지금은 글을 읽으면서 매우 현실적으로 생각하고 있네요ㅋㅋ
포스팅 재미있게 읽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어른이 된 지금에도 순수했던 마음이 아직 어딘가엔 남아있을거에요:D ㅎㅎㅎ
그런 경우가 있을 수 도 있다고 생각이 드네요.. 마음이 약해짐을 느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오늘도 하루를 반성해 봐야 겠습니다 ㅎㅎ
ㅎㅎㅎ 그림책은 어른도 많은 생각을 하게 해 주어서 더 좋은 것 같아요:)
네 맞습니다. 저도 그림책 좋아합니다 ㅋㅋㅋㅋㅋ
아.. 이 얘기 오늘 밤에 6살 첫째에게 해주고 물어봐야 겠네요.
좋은 내용 감사합니다^^
오ㅎㅎㅎ 혹시 어떤 답을 하던가요? 궁금하네요!
처음엔 사람들을 다치게 하고 다 뺏어갔으니까 나쁜 사람이라고 하더라구요. 그래서 나중엔 돈도 다 돌려주고 좋은일 하면서 살았는데? 했더니 그럼 좋은 사람이라고....그래서 또 예전엔 나쁜 일 많이 했는데? 했더니 그럼 좋은 사람.... 무한 반복이네요.ㅋㅋㅋ 아직 어려서 그런걸까요.ㅎㄹ
ㅎㅎㅎㅎㅎㅎ 귀여워라ㅠㅠ 아직 여러 측면을 같이 고려하는 게 어려워서 그럴 수 있을 것 같아요ㅎㅎㅎ
구원이 신이나 특정된 대리자에 의해서만 가능하다면
강도는 벗어날 길이 없겠지요.
법을 어긴것이야 어쩌겠어요..
어려운 질문인데요..
어려운 질문이죠ㅠㅠ 그만큼 많은 이야기를 해 볼 수 있는 책인 것 같아요ㅎㅎ
스스로에게도 물어볼 만한 말이네요. "이거 다 뭐에 쓸 건데?"하고요. 이렇게 써놓고 보니 무소유를 칭송하는 말처럼 보이기도 하네요. ㅎㅎ
글 잘 읽고 갑니다. ^^
그렇죠ㅎㅎ 집에 쌓여 있는 이쁜 피규어들을 보며 이 질문을 던졌다가 현타가 잠시 왔었습니다....
가나님 그림책 소개 너무 좋아요 :)
그나저나 저 강도님들은 금은보화의 사용처도 모르고 강도짓을 해왔던건가요? 반짝이는거라면 마냥 좋아서 수집하는 까마귀같은 사람들이었나봐요 :D
좋아해주셔서 감사합니다>. < 까마귀 같은 사람들ㅎㅎㅎㅎㅎ 비유가 딱 맞네요ㅎㅎㅎㅎ
Good post
오... 가나님 발달심리에 대한 이야기를
이해하기 쉽게 잘 설명해 주십니다!
(역시...전공자..)
아이들은 정말 '원론적인' 이야기를 많이 하는 것 같습니다.
근본적인 질문들을 툭툭 건드리죠.
찔릴때도 종종 있습니다.
어쩌면, 그동안 당연하지 않은 것을 너무 당연하게 여기며
살아온 것은 아닌가? 라는 생각도 듭니다.
아이들의 도덕성하니까 컨버그도 생각나네요. ㅎㅎ
그렇죠.. 애들이랑 이야기하면서 저도 많이 배우게 되는 것 같아요.
콜버그도 도덕성 얘기엔 빠질 수 없죠ㅎㅎ 하인츠 딜레마로 애들이랑 얘기해 보면 정말 재미있더라구요ㅎㅎㅎㅎ
아이들의 관점은 언제나 순수하고 재밌고 단순할거 같지만 전혀 단순하지 않고...ㅠㅠㅋㅋㅋㅋ
맞아요. 다 나름의 이유를 가지고 있죠!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