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 나를 울리는 말 한 마디

in #kr-workout5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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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가에는 명상 시간도 있다


요가를 하면 몸매 라인이 예쁘게 잡히고, 유연성을 회복할 수 있으며, 군살 없이 건강한 몸을 가지게 된다고들 한다. 내 얘긴 아니다. 산 증인이자 경험자로서 이런 요가의 장점에 대해 침을 튀기며 자랑하고 싶지만, 정말 애석하게도 난 아직 막대기처럼 뻣뻣하고 균형 잡기를 힘들어 한다. 아무튼 요가가 예쁜 몸매나 다이어트에 좋다는 얘기 때문에 요가를 한다고 하면 으레 '운동'을 떠올리는 것 같다. 그런데 아마도 잊고 있었겠지만, 요가에는 명상 시간도 있다.

원래 요가라는 게 몸과 마음의 평화와 균형을 중시하기 때문에 몸만큼이나 마음에도 관심이 많다. 요가 동작을 할 때도 남과 겨루듯이 경쟁하지 말라고 한다. 누가 더 어려운 동작을 할 수 있는지, 누가 더 오래 한 자세를 유지할 수 있는지. 요가는 1등을 가리는 경기가 아니다. 자세 하나를 취할 때도 내 몸과 마음에 집중을 하게 만든다.

클래스마다 다를 수는 있겠지만, 내가 듣는 요가 수업에서는 처음 시작할 때와 마지막 마칠 때 명상 시간을 준다. 처음 시작할 때는 가부좌를 틀고 앉아서 숨을 고르며 요가를 준비하고, 끝날 때는 바닥에 편안한 자세로 대자로 누운 채 마음을 가라앉힌다. 이렇게 명상을 할 때 그냥 평온한 명상 음악만 틀어주는 경우도 있지만 때로는 선생님이 조용한 음성으로 말씀을 해주시기도 하는데, 나는 그런 선생님의 말씀이 참 좋다.


나를 울리는 선생님의 말씀


내 마음에 울림을 줬던 선생님의 말씀들을 여기에 옮겨본다. 대개 요가 수업 끝자락에 이런 말씀들을 해주신다.


Let the light inside me guide the light inside you.
내 안에 있는 빛이 여러분 안의 빛을 안내하게 해주세요.

Breathe in through your nose, breathe out all the negativity.
코로 숨을 들이쉬고, 온갖 부정적인 것들을 내쉬세요.

Thank you for your effort and energy.
오늘 요가를 하느라 노력해주셔서 고맙습니다.

It's a privilege and honor to teach you.
여러분을 가르치게 된 걸 영광으로 생각합니다.

Now step into your best version of yourself.
이제 자신의 가장 좋은 모습으로 나아가세요.

Find that thing inside you that was always available to you.
여러분 안에 항상 있었던 그것을 다시 발견하세요.


나는 특히 선생님의 저 마지막 말씀이 참 좋았다. 내가 무슨 고민을 하건, 어떤 해답을 찾아 헤매건간에 그 답은 항상 내 안에 있다는 말, 그리고 그건 항상 내게 열려 있었다는(always available) 말이 가슴에 와 닿았다. 아, 교실 바닥에 누워 눈감고 이 말 듣는데 눈물 날 뻔 했다.

또 "Thank you for your effort and energy. 오늘 요가를 하느라 노력해주셔서 고맙습니다." 이 문장도 좋다. 안 되는 포즈를 하느라 낑낑대고, 안될 걸 알면서도 이리저리 시도해보다 중심을 잃고 휘청이고. 그럴 때마다 약간의 자괴감도 들 때가 있는데 선생님께서 못한다고 핀잔을 주는 게 아니라 요가를 하느라 애쓰고 노력해줘서 고맙다고 해주시니 정말 큰 위로가 된다. 요가는 나 좋으라고 하는 건데 왜 선생님이 고맙다고 하시나.

"It's a privilege and honor to teach you. 여러분을 가르치게 된 걸 영광으로 생각합니다." 이 말을 들을 때면 나도 속으로 "아니에요. 제가 더 영광입니다."라고 외치곤 한다. 물론 속으로 외치는 거라 그냥 우리말로 한다. 수업 끝나면 영어로 "Thank you."라고 하긴 하지만.


나를 곤혹스럽게 하는 선생님의 말씀


그런데 이런 감동적인 말들 말고 나를 곤혹스럽게 만드는 말씀들도 있다. 눈감고 가만히 숨을 고르고 있다가 이런 말을 들으면, 아 이건 도대체 어떻게 하라는 거지? 싶어 갸우뚱하게 된다. 예를 들면 이런 말들.


Breathe behind the back of your eyes.
눈 뒤쪽으로 숨을 들이쉬세요.

Breathe through the belly button.
배꼽으로 숨을 들이쉬세요.


숨은 코로 (코가 막혔을 때는 입으로) 쉬는 거 아니었나? 도대체 눈 뒤쪽으로 숨을 들이쉬는 건 어떻게 하는 걸까? 배꼽을 통해 숨을 쉬는 건 또 어떻고? 선생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실 때 무슨 소린가 싶어서 살며시 눈을 뜨고 주위를 둘러보면 다들 평온한 표정으로 눈감고 가부좌를 튼 채 숨을 쉬고 있다. 어리바리하게 눈 뜨고 둘러보는 건 나뿐이다. 아마도 다들 눈 뒤쪽으로 숨을 쉬느라 바쁜가 보다.

어쨌든 몸이 건강해지는 느낌과 더불어, 마음을 평온하게 해주는 선생님의 말씀 때문에 요가가 더욱 기다려진다. 언젠간 나도 눈 뒤쪽과 배꼽으로 숨을 쉬는 날이 오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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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가가 마냥 신체운동만 하는 게 아니었군요. :)
근데 눈 뒤로 수 쉰다는 건 어떤 느낌일까요?ㅎㅎ

그러게요. 진정한 요기가 되려면 전 아~직 멀었나 봅니다. ^^

눈 뒤쪽으로 숨을 들이쉰다... 어렵네요. ㅋㅋ 매일매일 스마트폰만 들여다보고 살다보니 뭔가 나에 대해서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져야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

하루하루가 바쁘다 보니 저도 이렇게 시간을 내지 않으면 그냥 지나치기 일쑤랍니다.

ㅎㅎ 재밌게 읽었습니다 브리님
많이 공감가요 -
때로 poetic한 선생님들을 만나면
인스트럭션이 이해가 가지만 조금 오글거리기도 하고.
몸 건강만큼 정신건강도 중요한것 같습니다.
따듯한 나날들 보내세요! :-)

인스트럭션이 오글거리는데, 거기에 저는 또 막 감동해서 눈물이 나고 그래요. ㅎㅎㅎ
아줌니 감성을 건드리는 건지. ^^;;
민트빌라님도 따뜻하게 보내세요. 오늘 참 춥네요.

우와 저도 명상요가중이라 너무 공감돼요!

놔 버리세요. 마음으로 느껴주세요.

전 이 말을 가장 많이 듣는데 평화로워져요.

반면

경추1번을 늘려주세요. 경추3번을 느껴주세요. 머리로 숨을 쉬어줍니다.

이런 말이 나오면 어찌할지 몰라 당혹스럽습니다 ㅋㅋㅋ

ㅎㅎㅎㅎ 공감됩니다!
경추 1번은 어디 있는 건가요? ㅎㅎㅎ
멀쩡한 코를 놔두고 왜 다들 눈이나 머리로 숨을 쉬라 하는지. ㅋㅋㅋ

선생님께서 그렇다면 그런거죠! 눈 뒤로도... 배꼽으로도 충분히 숨을 쉴수 있다고 믿고 노력하세욧!! ㅎㅎ

독거님께서 그렇다면 그런 거겠죠? ㅎㅎㅎ 믿고 노력하겠습니다! :)

내 안에 항상 있던 그거.. 다크니스...ㅋㅋㅋ
요가는 명상과 같이 한다더니 좋은 말씀도 해주시나 보네요 ㅎ 정말 배꼽은 복식호흡이라고 퉁칠 수 있겠는데 눈뒤호흡은 뭘까요 ㅋ

어둠의 다크니스 말씀이시군요. ㅎㅎㅎ
눈 뒤로 호흡하는 건 정말 모르겠어요. 가능하긴 한 건지? ^^;;

그러게요. 참 눈 뒤쪽으로 숨을 들이마시라니.. 그만큼 깊게 마셔서 그쪽으로 보내라는 뜻인지.. ㅋ 여하튼 명상, 어릴 때 태권도 체육관에서 가끔 한 것 같은데, 그 땐 참 이걸 왜 하는지 싶었는데, 지금은 실천해보고 있진 않지만 그런 시간이 주는 뭔가가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깊게 마셔도 어떻게 숨을 눈 뒤로 보낼 수 있는지 모르겠어요. ㅋㅋㅋ
명상을 주기적으로 허면 좋다는데, 저도 요가 시간에나 겨우 조금 합니다.

선생님 말씀을 녹음하고 싶네요~
예전에 해민스님 명상하다가 말씀하신 내용 때문에 눈물이 찔끔났떤적이 있었어요 ^^

평상시에 들으면 좀 오글거리고 유치하다 싶은 말들도
명상을 하다 들으면 마음에 쿵 와닿더라고요.

@bree1042님은 정말 충분하고 그득한 삶을 사시는군요. 요가 저도 조금 해봤습니다만, 저렇게 멋진 말과 화두(?)를 던져주는 멋진 선생님의 멘트는 처음이네요. 좋은 선생님과 불이님의 콜라보(?)가 오래 계속되길 바랍니다.

고맙습니다. ^^
별거 아닌 거 같아도 저런 말들을 들으며 하루를 시작하면 참 기분 좋더라고요.

뭔가 마지막에 꼭 퀴즈 같네요 ㅋㅋ

눈 뒤쪽으로 숨을 들이쉬세요.
-> 이건 왠지... 코로 숨을 깊이 들여 마시는거 아닐까요 ㅋㅋ 그럼 저는 눈이 커지면서 눈뒤까지 숨이 올라가는 기분이 들거든요

배꼽으로 숨을 들이쉬세요.
-> 이건 입으로 숨을 크게 들여 마시면 배에 차오르는것 처럼 길게 마시면 배꼽까지(아래까지) 무 ㅓ그런 느낌이지 않을까 싶기도 하네요 ㅋㅋ

저도 뻣뻣해서.... 제 경우엔 발이 안 닿습니다 ㅠ

그렇네요. 퀴즈.. ㅎㅎㅎ

처음엔 안 되더라도 꾸준히 하시면 점점 유연해져요.
제 지인은 바닥에 등대고 누운 상태에서 두 다리를 들어 머리 뒤로 넘기는 자세(일명 쟁기자세)가 안 됐었거든요. 그런데 몇 년 요가를 하더니 어느날 머리 뒤로 넘긴 두 발이 머리 뒤쪽 바닥에 '톡' 닿더래요.
완전 감격..
손이 발에 안 닿는 것도 조금씩 하면 언젠간 되더라고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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