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편화

in #kr-writing3 years ago

파편화 된 삶이 있다. 언제 어디에 하나씩 또는 한 부스러기씩 떨어뜨렸는지 전부 헤아리고 있지는 않지만 기억을 더듬으면 떠올릴 수는 있는 정도. 다시 모을 수 있을까 아니면 다시 모을 필요가 있을까? 온전히 들고오진 않았지만 여기 저기 흩어졌다고 해서 망가졌다고 여기진 않는다. 온전한 것을 40년 50년 60년씩 들고간 사람들 조금의 흠집도 내지 않은 것에 존경을 표하지만 그만큼 단단하고 딱딱해진 아집의 껍데기는 흉물스럽다. 본인의 삶에서 무조건 해내야 했던 성취 하나를 가지고도 몇 십년을 자랑스러워 하는 것이 인간이다. 자신이 그 것을 성취하는데 기울였던 약간의 노력과 거대한 운은 대단한 자서전으로 또는 허황된 기억으로 머리에 리뉴얼 된다. 하물며 조금 더 나은 성공을 거둔 사람들의 자부심은 나같은 이가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드높겠지.

나는 타인의 눈에 그렇게 보이는 나의 답보가 부끄럽지 않다. 아무것도 안 한것처럼 보인다고 해서 내가 아무것도 안 한 것은 아니다. 일일이 내 가치관을 설명하기 귀찮을 뿐이다. 적정한 혼기와 사회에서 권장하는 직업과 기본적인 일상의 밸런스는 표준이며 대개 좋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는 요건들이다. 하지만 내 눈엔 요건들을 충족시켜서 다행이라는 안도감만이 그들에게 좋을 뿐, 또는 그 요건을 지켜가지 못 한 자들을 보며 자신들이 가지는 우월감만이 그들에게 유용할 뿐. 정작 나는 그들이 원하는 것처럼 두렵거나 급하거나 불안하지 않다. 나에게 부족한 것은 늘 내 의지나 용기일 뿐. 불완전한 것이 나의 장해는 될 수 없다.

대기만성 같은 것을 논하자는 것은 아니고 뭘 성(成)하려는지가 중요하다는 뜻이다. 뭘 이루려는지 정했는가? 내 속을 제대로 들여다 보려는 작업을 해봤는가? 내가 어느 정도 참을 수 있는지, 어디까지 착한 척 할 수 있는지, 얼마나 무뎌질 수 있는지, 무엇을 가장 겁내는지, 내가 한 말들을 다 책임질 수 있는지, 알고 있는가 모르겠다. 자신에 대한 파악도 되지 않은 채로 매 번 새로운 설렘과 열정과 쾌락만 찾는다면 우연한 기회에 돈은 벌 수 있어도 가치있는 삶은 살 수가 없다. 돈이나 권력으로 사람의 감정까지 컨트롤 할 수 있다고 착각하는 수많은 이들이 세상에 존재하고 극히 일부가 뉴스에 나온다.

많은 이와 공감할 수 있다면 나에겐 보람일 듯 하다. 최대다수의 행복을 책임져 줄 수 없지만 내 나름의 가장 큰 공감을 목표로 삼고 싶다. 한꺼풀 벗긴 타인의 마음까지 다 헤아리기란 매우 어렵지만 한꺼풀 속을 볼 수 있는 기회조차도 그 위에서의 공감없이는 불가능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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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의 마음에는 많은 공감이 오네요^^ 감사합니다.
타인을 타인이라 여기지 않고 자신이 되는 순간, 아니 그 과정이 인생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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