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원(곡당 단가)

in #kr7 years ago (edited)

• (늘 그랬지만) 이번 글은 특히 더, 감정적일 수 있습니다.
• 오늘 올렸던 작곡가가 들려주는 쉬운 이야기에 대한 보충 설명은 내일 공연이 있어 며칠 뒤로 미루도록 하겠습니다.
• 자야 하는데 답답한 마음에 글을 씁니다.


저는 3년간 2개의 디지털 싱글, 1개의 정규 앨범과 1개의 EP 앨범을 발매했습니다. 스트리밍 사이트에 등록되어있는 저의 곡은 16개입니다.

제가 처음 앨범을 발매했을 당시, 첫 달 저작권료가 30만원 가까이 나왔습니다. 그 일로 한참 떠들썩했던 기억이 납니다. 주변 동료들에게 스타 대접을 받곤 했습니다. 저작권료로 그 정도 금액이 나오기는 쉽지 않습니다. 그 당시 저작권료가 그렇게 많이 나왔던 것은 CD 판매 금액이 포함됐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스무 살 때부터 "사람들이 음악 들어봐야 1원이다."라는 말을 듣고 자랐습니다. 그 당시는 너무 적은 금액에 현실감을 느끼지 못했던 것 같고, 그런 상태로 계속 음악을 하면서 현실로는 와닿지 않는 '1원'이라는 글자에 익숙해져 버렸습니다. 그래서 지금 저는 제가 만든 음악이 한 번 플레이 됐을 때, 얼마의 가격이 적당한지 알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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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턴가 저는 저작권료에서는 현실 감각을 잃게 됐습니다. 이것을 수입으로 생각하기보다는, 은행 이자 같은 느낌으로 받아들였습니다. 실제 삶에 보탬은 안되지만 들어오니 기분은 좋은 그 정도로요.

사람들이 제 음악을 13,951번 플레이하였고, 제가 받은 금액은(수수료 제외) 38,496원입니다. 이 금액이 많은 건가요? 적당한 건가요? 아니면 적은 건가요?

그냥 묻는 말이 아니라, 정말 저는 가늠할 수가 없습니다. 제가 스무 살 때도, 음악은 1원이었기 때문에 저는 이 금액에 만족하며 3년간 살아왔습니다. (그 3년간 저 금액보다 적었던 적이 훨씬 많습니다)


원래 저작권료에 크게 마음을 두지 않기에 정산 사이트도 들어가지 않습니다. 메일이 와있길래 오랜만에 확인을 해보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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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의 곡이 7,388번 플레이되었고, 그 가격이 3,223원이라는 믿을 수 없는 숫자를 보게 되었습니다. (참고로 이 가격은 수수료를 떼기 전입니다) 계산기를 두드려 봤더니 스트리밍 한 번당 0.43원 정도 됩니다. (넉넉한 마음으로 0.5원으로 보겠습니다)

순간 머리가 멍했습니다. 0.5원이라는 금액은 현실 금융에서는 사용할 수조차 없는 금액이지요. 은행 이자도 1원 단위로 떨어지는데 제 음악의 가격이 0.5원이라니. 이 금액은 누가 매긴 걸까요?

'전송'이라는 항목이 궁금해 사이트를 찾아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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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명을 봐도 도통 이해가 가지 않아 사이트를 뒤져 음악저작물 사용료 징수규정이라는 글을 찾게 되었습니다.

제23조(주문형 스트리밍 서비스)

② 제1항과 달리 월정액을 받고 음악저작물을 스트리밍 방식으로 제공하는 경우
(이하 “월정액 스트리밍 상품”이라 한다)의 사용료는 다음 중 많은 금액으로 한다.

  1. [0.7원(곡당 단가) × 이용횟수 × 지분율] 또는 [월정 700원(가입자당 단가) x
    가입자수 x 음악저작물관리비율]

이 조항에 맞춰 저작권료를 받은 것 같습니다. 어떤 지분율을 곱하는 건지 도통 알 수는 없지만 0.7원(곡당 단가)이라는 말이 비수처럼 꽂힙니다.


저는 요즘 스팀잇을 열심히 하므로, 자연스레 스팀잇 보상과 제 저작권료를 같은 선상에 놓게 됩니다. 그런 관점이라면 음악 따윈 얼른 접어 버리고, 조금이라도 더 나은 글을 위해 시간을 쏟는 게 더 낫다는 생각이 듭니다.

제가 스팀잇에 글을 계속 쓰게 된 결정적 이유는 꾸준한 보상 때문입니다. 이곳에선 제가 쓰고 싶은 글을 쓰고, 그 글을 좋아해 주는 이에게 보팅을 받습니다. 보상을 바라고 글을 쓰는 것이 스팀잇 생태계에서는 당연한 순리입니다. 하지만 왜 보상을 바라고 음악을 만들면 안 되는 걸까요? 왜 그 보상의 정도가 터무니없이 적은 걸까요? 예술가는 언제까지 돈을 좇으면 안되는 걸까요?

누군가 7,000번가량 제 음악을 들었다는 것은 작곡가로서 무척 감동적이고 고무적인 일입니다. 하지만 저는 이 옆에 적힌 금액 때문에 비참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저는 다음 앨범을 내야 하는 지에 대해 꽤 깊게 고민하고 있습니다. 글로 보상을 받지 못하는 사람들이 스팀잇을 떠나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은 이유입니다. 지금까지 저는 그 문제를 오로지 저의 문제로만 받아들였습니다. 저의 능력이 부족했고, 사람들이 제 음악을 좋아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오늘 저 금액을 보고 알게 되었습니다. 제가 음반을 내지 않으려 하는 것은 그게 돈이 안 되기 때문이라는 것을요. (더 정확하게는 마이너스가 되기 때문이라는 것을요)

먹고 살 정도의 보상을 원했던 건 아닙니다. 다만 다음 작품을 만들 수 있는 정도의 보상은 받아도 된다고 생각합니다. 스팀잇에서 글의 가치는 보상 금액으로 결정되는데, 그렇다면 제 음악의 가치는 무엇으로 결정되는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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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정도인지는 몰랐어요.
스팀잇이 음악을 계속 할 수 있는 힘이 되어주면 좋겠네요.
응원할게요.

스팀잇에 꾸준히 글을 올리는 것만으로도 음악을 계속 할 수 있는 힘이 됩니다. 이런 따뜻한 댓글 하나에 마음 추스리고 다시 피아노 앞에 앉게 되는 것이지요. 응원 감사합니다. 좋은 곡을 위해 노력해볼게요:)

인세로 먹고산다는건 참 꿈만 같은 이야기죠.
특히 우리나라 인세 시스템같은 경우는 더더욱
곡을 만드는 과정의 노고를 알면 절대 저런 계산법이 탄생하지 않을텐데요.. 참 슬프네요 ㅠㅠ

꿈만 같은 이야기지만 제 주변에는 그런 삶을 사는 사람들도 있다보니, 그 괴리도 함께 느껴지는 것 같아요ㅎㅎ
곡을 쓰는 분이라 그런지, 그 노고를 잘 알아주시는군요. 감사합니다.

제가 @ab7b13님 인생에 참견할순 없지만 소중한거라면 포기하지마세요.
작업기를 꾸준하게 올려주세요.

소요님의 댓글을 보고 한참을 생각해보았습니다. 그리고 아주 크고 따뜻한 위로를 느꼈습니다. 스스로 상처받고 싶지 않은 마음에 소중하지 않다고 생각했던 것도 같습니다. 돌아보면 저는 곡을 쓰고, 그 곡을 만들 때 가장 행복했던 것 같아요. 감사합니다.

몇십년째 매월 소리바다에 9천원씩 내고 있는 저로서는~
그 돈이 어디로 가고 있는지 궁금하네요~
근데 대표곡 좌표 좀 알려주세요~
한번 들어보고 싶네요~

자신있게 올리고 싶지만 선뜻 밝히기 쉽지 않네요. 언젠가 들려드릴 수 있는 기회가 되면 좋겠습니다. 아직까지는 제대족으로 아쉬운 부분이 많지만 매 달 스트리밍 사이트를 결제해 음악을 듣는 것만으로도 감사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소수점 수익이라니.. 정말 터무니없는 금액입니다. 예술의 어느 장르도 상식적인 구조를 갖춘 데가 없긴 하지만 음원 수익은 정말.. 창작자를 잔인하게 조롱하는 기준으로 책정해놓았네요. 보람과 취지가 예술가에게 진정한 창작의 의미라고 사회는 강요합니다. 하지만 돈(보상)보다 더 힘이 되고 창작 욕구를 끓게 하는 요소는 없죠. 열불나네요!!

오쟁님의 댓글을 받고 보니, 제가 저 명세서를 보면서 잔인하게 조롱당하는 기분을 느꼈던 것 같습니다. 순간 아주 깊은 회의감이 들었던 것도 같고요. 그럼에도 매달 수익이 나는 것에 의미를 둬야할까요? 이 문제에 대해 생각하면 마음 속이 답답해집니다.

예술가에게, 대가가 약하지만 꿈을 쫓을 것인가, 아님 다른 일로 대가를 쫓을 것인가 하는 문제는 영원한 숙제인 것 같습니다. 지금으로선 느리지만 꾸준하게 걷는 것 밖에 답이 없을 듯 하네요. 힘내세요!

네. 다만 그 대가가 상식선에서는 이해되지 않는 범주에 들어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꾸준히 걸어야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자꾸만 힘이 빠지네요. 그래도 다시 힘을 내야겠지요. 감사합니다. 즐거운 주말 보내시길 바라겠습니다:)

네 답답한 현실이지요. 예술가들이 예술만 해서도 생활이 유지될 수 있는 상식적인 토양이 만들어지길 바랍니다!

음악도 직거래 하는 시도가 있다고 들었는데, 진짜 되어야 합니다.
아티스트들은 너무 보호받지 못하고 있어요. 불공정 거래에요ㅠㅜ

네. 많은 개선의 시도가 있습니다. 뮤지코인 같은 것들도 나오고 있고요. 다만 스트리밍 사이트들이 가지고 있는 권력이 너무 크다보니, 실제로 소비자가 유입되기는 쉽지 않은 것 같습니다. 조금씩 나아질 거라는 막연한 기대를 가지고 있습니다.

짠하게 들립니다. 대부분의 공인들이 시간이 지나면 인정받듯이 더욱 성장하지 않겠습니까? 홧팅 하시구요~
우리나라의 저작권료의 현실이 참 가혹하군요ㅠ
저도 한동안 못했던 스팀잇을 차곡차곡 해야 겠네요~

ㅎㅎ 그동안 너무 모르고 있었던, 안일하게 생각하고 있었던 저 자신도 돌아보는 계기가 됐어요. 이 부분은 답이 나오지 않는, 답답함이 느껴집니다. 밀린 소식들 차곡차곡 쌓아주세요!

뼈저리게 공감하는 부분입니다. 예술작품에 투입된 노동력만큼의 가치를 공정하게(?) 평가는 것은 둘째 치더라도, 유통과정에서 수익을 분배하는 구조만이라도 공정해져야 하지 않을까 해요. 익히 들어서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구체적인 사례를 통해 실감하니 암담할뿐이네요.

예술도 일종의 노동인데, 예술에 들어가는 노동력은 무시되는 경향이 있는 것 같습니다. "너가 좋아서 하는 거잖아." 라는 이유로요. 이것이 직업이 된다면 언제까지 내가 좋아서 하는 것만은 아니지요. 암담하다는 말이 맞는 것 같습니다.

정말 말이 안 나오는 수치네요. 저도 알고는 있었지만.. 제가 아는 누나도 음악을 하시는데 결국 영화 음악 쪽으로 가더군요. 예전에는 벅스나 멜론으로 음악을 들었지만 요즘은 다 지우고 애플 뮤직으로만 음악을 듣고 있습니다.

한국은 아직 저작권 부분에선 기업의 이익 쪽에 서는 것 같아요. 이만큼이나 이익을 낸 회사가 있는데 아티스트들이 희생해야지? 이런 느낌이 들때가 있어요. 삼성 뮤직도 처음에 광고할 땐 '넌 음악을 돈내고 듣니? 나는 꽁짜로 들어!'였죠. 미친거죠. 서서히 바뀌어 나갈 거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알기로는 영화 음악도 그 처우가 좋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래도 이 곳보다는 나을까요? 충격적인 수치긴 하지만, 또 누군가는 그 저작권료로도 생활이 가능하기에 일정 부분 제게도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삼성 뮤직의 캐치프레이즈는 저도 기억이 나네요. 다시 되새겨보니 정말 무섭군요. 지금까지는 크게 개선된 점을 느끼지 못했지만, 언젠가는 바뀌겠죠?

일단은 제 작품 할 때는 늘 맞기고 있으니까요. ㅎㅎ 한두시간 정도 작업하시는 것 같은데 제 값은 늘 챙겨드리거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뭐든 한 큐에 끝내고, 클라이언트에서 사운드 부분은 문제를 삼지 않아서 좋아요. 다른 곳은 모르겠네요. 전화 받는 거 보면 수정에 수정에 힘들어하는 것 같기도 하더라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