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가락이 다섯 개라서 달라지는 것들
한 줄짜리 메모가 있다. "우리는 1차적으로 몸이라는 필터를 지닌다. 몸의 형태 배열, 손가락이 5개 키. 그리고 감각 기관의 예민도." 짧지만 오래 곱씹게 되는 문장이다. 우리는 흔히 생각과 판단이 가장 먼저 세상을 걸러낸다고 여긴다. 하지만 그보다 먼저 걸러내는 필터가 있다 — 몸의 생김새 자체다.
손가락이 다섯 개라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우리가 다룰 수 있는 도구, 잡을 수 있는 물건, 쓸 수 있는 악기의 범위가 이미 정해진다. 감각 기관이 얼마나 예민한가에 따라 같은 방 안에서도 어떤 사람은 냄새를, 어떤 사람은 소리를 먼저 알아챈다. 세상은 모두에게 같은 모습으로 다가오지 않는다. 몸이라는 필터를 먼저 통과한 뒤에야 세상이 우리 앞에 나타난다.
이 관점은 겸손을 요구한다. 내가 세상을 있는 그대로 본다고 믿는 순간, 사실은 내 몸이라는 특정한 형태와 감도를 통과한 버전을 보고 있을 뿐이라는 걸 잊기 쉽다. 다르게 생긴 몸은 다르게 걸러진 세상을 산다. 판단하기 전에, 먼저 물어볼 만하다 — 나는 지금 어떤 필터를 통해 이걸 보고 있는가.
이 글은 제 Obsidian Living Knowledge System의 데일리 미니 아티클에서 가져온 짧은 생각입니다.
source: 26-08-22 데일리 미니 아티클.md
related note: [[Self라는 필터]]
Sort: Trending
[-]
successgr.with (75) yesterday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