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일의 수다#876]노 부부

in #kr5 hou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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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슬비 내리는 이 길처럼, 굽이굽이 참 아득한 세월을 흘러왔습니다.
어쩌다 맺어진 인연이 오십 년 가까운 날들을 붙잡아줄 줄이야 그때는 알았겠습니까.
어릴 적엔 가장 노릇 하느라 짐이 무거웠고,
젊을 적엔 시부모님 모시랴, 자식들 품어 키우랴,
서로를 들여다볼 틈도 없이 야속한 시간만 흘려보냈습니다.
예순 줄이 훌쩍 넘어서야 비로소 온전히 둘만 남았는데,
가만히 마주 앉아보니 평생을 함께한 당신이 새삼 낯설기도 하고 참 애틋하기도 합니다.
서로를 다 안다고 생각했는데, 우리는 참 아끼느라 눈빛 한 번 제대로 맞추지 못하고 살았나 봅니다.
비 내리는 길을 나란히 걸으며, 이제야 아껴둔 말들을 하나씩 꺼내어봅니다.
처음 만났던 그날의 설렘을 가만히 보태어, 당신을 처음부터 다시 알아가고 싶소.
이미 파뿌리처럼 새하얗게 새어버린 머리지만,
남은 세월은 더 알콩달콩하게, 더 뜨겁게 사랑해 봅시다.
내 곁에 있어 주어 고맙소, 나의 당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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