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일기] 임계장 이야기steemCreated with Sket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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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네이버 글감 검색

저자 : 조정진

38년간 공기업 정규직으로 일하다 2016년 60세의 나이에 퇴직.

퇴직 후 4년째 시급 노동자로 근무.




"63세 임시 계약직 노인장의 노동 일지"




저자는 퇴직 이후, 버스 회사 배차 계장, 아파트 경비원, 빌딩 주차관리원 겸 경비원을 거쳐 버스터미널 보안요원으로 일하다 쓰러져 해고 되었다고 한다.

7개월 간의 투병 생활 후, 주상복합건물에서 경비원 겸 청소원으로 일했다.

이 책은 저자가 2016년 8월 1일부터 2019년 3월 31일까지 작성해 온 일지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임계장'이란 단어는 '임시 계약직 노인장'을 줄임말이다.

임계장은 '고다자'라 불리기도 한다고 한다.

고르기도 쉽고, 다루기도 쉽고, 자르기도 쉽다고 해서 붙은 말이다.




저자가 임계장으로 낮고 힘든 자리에서 일해보고 나서야 깨달은 점

  • 고용주들에게 고다자 임계장은 시급만 계산해 주면 다른 아무것도 신경 쓸 필요가 없는 매력적인 노동력

  • 석 줄짜리 구인 광고를 내면 일자리를 원하는 노년의 노동자들이 구름처럼 몰려든다.

  • 임계장들의 일터는 매연과 미세 먼지, 그리고 쓰레기 속이었다.

  • 일하다 병에 걸리면 업무와 관계없는 '노환'이라 했고, 치료는 커녕 해고 통지 문자가 날아온다.

  • 24시간 격일제 근무인 경우가 많다. 하루 24시간 일하고 다음날 하루를 쉬는 형태의 일자리.

  • 최저임금이 조금 오르면 업무량은 그대로인데도 인원은 대폭 줄어든다.

  • 무급 휴게 시간을 계속 늘려 최저 임금이 올라도 시급 노동자는 더 받는 것이 없다.




책 서두에 저자는 은퇴 후 70세까지 일해야 생계를 유지할 수 있는 상황이라 말했다.

공기업에서 38년이나 일했음에도 60세 정년 퇴직 후 생계 유지를 위해 계속 일해야 하는 상황이 선뜻 이해되지 않았다.

저자의 가족 및 재무 상황에 대한 설명을 보고 나서야 조금 이해가 되면서도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 전업 주부인 배우자와 1남 1녀를 두고 있는 상황.

  • 퇴직하기 얼마 전, 딸 결혼식에 저축해 놓은 돈 대부분이 들어감.

  • 큰 딸과 10년 터울인 대학 3학년 아들은 3년 과정 전문대학원에 진학하고 싶어해서, 퇴직 후 3년 이상 고액의 교육비를 감당하며 부양하는 상황.

  • 퇴직금은 오래전 중간 정산을 통해 지방에 집 마련했으나, 2010년 광역시로 발령을 받아 1억 5천 주택담보 대출과 직장인 신용대출을 받아서 광역시에 집 마련.

개개인이 처한 상황을 직접 겪은 것이 아니기에 함부로 재단할 수는 없고, 자식 가진 부모로서 이해가 가는 부분도 있으나, 딸 결혼식에 저축 한 돈을 다 써버린 것과 재정 형편이 안 좋은 상황에서 성인이 된 자녀의 고액 전문대학원 학비를 부담하기 위해 시급 노동자로 수 년을 근무했다는 점이 안타깝다.

그것도 몸을 혹사하는 시급 노동이었고, 결국 몇 년을 못 버티고 척추 감염이란 질병으로 쓰려졌다는 점이 더더욱 안타깝다.

저자의 딸이나 아들은 아버지가 이런 수모와 갑질을 당하며 생활비를 벌기 위해 몇 년을 지냈다는 걸 알았을까.

저자의 책을 다 읽고 나니, 노년에 아파트든 빌딩이든 터미널이든 시급 비정규직 경비 일을 하는 불상사는 절대 일어나지 않도록, 노후 재정 준비를 철저히 해야겠다.





아래부터는 책을 읽으며 기록해 둔 본문의 문장들 중 일부



화려한 시절은 갔으니 그 시절을 빨리 잊어야 한다.

그래야 이 바닥에서 살아갈 수 있다.

내가 살아온 세월들을 화려하다고 생각한 적은 없었다.

시급 노동의 세계에 몸음 맡기고 나서야 지난 세월이 상대적으로 화려한 시절이었음을 알았다.




회사가 주는 것은 딱 하나, 월급뿐이다.

군소버스 회사 계약직 직원들과, 150개 달하는 입점 상가에서 일하는 수많은 아르바이트생들이 회사로부터 받는 것은 시급으로 계산된 월급뿐이었다.

작업용 장갑도 소모품도 필요한 사람이 사야 한다.

이곳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회사의 보급이 전혀 없는 병사들과 같았다.

보급품이 필요하면 자신의 시급을 털어 넣어 조달해야 한다.

시급 일터는 다 그랬다.




회사 일을 하다가 다쳤지만, 내가 다친 건 회사 일에 적응하지 못한 결과라고 했다.

그러면서 근로계약서에 '회사 업무에 적응하지 못할 시 해고할 수 있다'라는 조항이 있으니 확인해 보라고 했다.




내가 회사에 바란 것은 치료를 위해 무급 휴가를 달라고 한 것이 전부였다.

그 대답은 해고였다.

퇴직 후 가졌던 첫 직장에서 나는 그렇게 허망하게 잘렸다.

해고 통지는 구두로 이루어졌고, 통지의 효력은 즉시 발효됐다.

소송을 하든, 노동청에 진정을 하든, 법에 호소한다면 이길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긴다 해도 회사는 더 이상 다닐 수 없을 것이고 내가 얻는 이득도 얼마 되지 않을 것이다.

이런 식으로 자른 사람이 얼마나 될까.




60대를 써준다는 직종은 모두 단순 노무직이었고 그 중 초보자도 무방하다는 직종이 아파트 경비원이었다.

아파트 경비원 구인 광고에는 '신체가 건강한 자'라는 문구가 많았다.

허약한 노인은 사절한다는 뜻을 숨김없이 드러내는 것이다.

사지가 멀쩡한 건강한 몸뚱이를 요구하는 것은 임계장류 직종에 공통적이었다.




똥을 무서워해서는 청소원 노릇을 못 하듯이, 음식물 찌꺼기의 악취를 두려워해서는 경비원 노릇을 못 한다.




노랗게 물든 은행잎이 그제까지는 참 아름다웠는데, 이제는 그렇게 보이지 않았다.

은행잎이 아름다운 건 나무에 매달려 있을 때다.

우수수 떨어진 은행잎들이 내게는 치워야 할 쓰레기일 뿐이다.




아파트 주민들이 모두 갑질하는 인간은 아니다.

주민들은 좋은 사람 수와 무관심한 다수, 그리고 극소수의 나쁜 사람이, 이렇게 세 가지 유형이 있었다.

(...) 소수라 해도 이들의 괴롭힘은 진한 후유증을 남겼다.




경비원 유니폼에 이어 명찰을 받고 보니 '직업이 노출된 자'에서, 이제는 '이름까지 훤히 노출된 자'가 되었다.

신분증을 목에 걸고 일하는 기분과 명찰을 가슴에 달고 일하는 기분은 많이 달랐다.

이름 석 자가 오늘처럼 부담스러운 날은 없었다.




잠재된 위험이 있으면 관리사무소가 대책을 세워야 하고 사고를 방지해야 할 책임이 있다.

하지만 여기선 문제의 예방도, 수습도, 배상도 모두 경비원 개임의 책임으로 돌렸다.




시급 노동자로 일하는 동안 가장 자주 들었던 말은 '자른다'였다.

수없이 들어서 익숙해질 만도 한데 들을 때마다 가시처럼 목에 걸린다.




자네는 경비원도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그 생각이 잘못된 것이라네.

자네가 사람으로 대접받을 생각으로 이 아파트에 왔다면 내일이라도 떠나게.

아파트 경비원이 '사람'이라고 생각하면, 경비원은 할 수가 없어.




휴게 시간이란 경비원이 받는 임금이 쉬는 시간이지 몸이 쉴 수 있는 시간이 아니다.

경비원이 휴게 시간에 쉴 수 있으려면, 그 시간에 아파트도 함께 쉬어야 한다.

그러나 수천명이 살고 있는 아파트는 24시간 잠시도 쉬지 않는다.




군대와 감옥을 제외하고 여러 명을 한 방에 재우는 곳이 또 있을까?

감옥 말고 불을 켜놓고 자야 하는 곳이 또 있을까?

그건 바로 경비원 숙소였다.




경비는 아프지 말든지, 아프면 그만두든지 둘 중 하나만 선택할 수 있다는 말이었다.

대학병원에 입원한 직원에게 이튿날 전화로 해고 통보라니.

결근 사유가 질병임을 알면서도 무단결근으로 해고한다는 것은 억지였다.

질병 휴가를 하루도 허락하지 않았다.

그저 '노환'이니 일할 수 없으면 떠나야 한다고 했다.




젊은이들이 견뎌 내지 못하는 일과 기피하는 일은 고령자의 차지가 된다.

젊은이가 못 견디는 일을 노인들은 견뎌 내기 때문이다.

견딜 만해서가 아니다.

견디는 것 말고는 다른 선택지가 없기 때문이다.



​226.0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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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씁쓸해지는 글입니다...

중년 이상의 가장이라면 대부분 다 씁쓸함을 느낄 수 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자녀 리스크 관리를 잘 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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