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걸 계속 꽉 붙잡아야 할지 이젠 놓아야 할지

in #krlast year (edited)

유튜브에서 집에 책이 만권이 있고 (한국책이 아니라 외서라 다 사는데 거의 오억정도가 들거라고 했다)외출할 때도 캐리어에 열권 정도를 들고다니시며 계속 책만 읽는 67세 할아버지가 나오셨다. 3년전에 부도가 나고 그뒤부터 더 책에만 파고 드신 것 같았다.

집은 청소가 되어있지 않았다. 옷은 걸려있지 않았고 밥은 라면에 밥 말아드시는데 싱크대가 많이 지저분했다.

유튜브 영상 맨 윗 댓글에 “책 읽으시는건 본받을만하지만 책 읽으신 좋은 내용을 생활에도 적용하셨으면 좋겠다”는 댓글이 있었다.

당연히 그 댓글 쓰신 분이 맞는 말이긴 한데, 나는 그 할아버지가 이해가 됐다. 바로 내가 그런 식으로 생활을 했었다. 특히 코로나 때는 , 아이들이 있어 나는 좀 더 바쁘긴 했지만 그래도 그렇지, 나도 그런 식으로 생활을 포기한 사람처럼, 집이 거의 그 할아버지 수준이었고 그저 책만 읽었다.

내가 그런 생활을 해보았으니 그 할아버지가 좋아보이진 않았지만 어떤 마음으로 그렇게 책만 파고 드시는지 이해는 됐다. 제삼자의 눈으로 보니 조금 더 알 것 같다. 그러면서 내 자신도 왜 그렇게 엉망으로 생활했는지 왜 미친듯이 책만 사들이고 책에 의지했는지 나를 조금 알 것 같았다.

책이 좋은 것도 있지만 외로운 것이다. 책이 아니면 위로 받을 곳이 없고 사랑을 나눌 사람도 없는 것이다. 책 읽을 때가 가장 행복해요 하시는 것은 책 외에 다른 곳에서는 위안을 얻을 수 없다는 말이다.

부도가 나고 가족도 해체가 됐다고 하셨는데, 책 없으면 큰일날 사람처럼 열권씩 가지고 다니신다. 남들 눈치도 안 보시는 것 같고 책의 드넓은 세계에서만 편안함을 느끼는.

나도 그런데. 좀 나아지긴 했지만 기본적으로는 나도 비슷한데. 그래서 그 할아버지가 그렇게 행복을 추구하시는 걸 보고 나는 당당하게 책에서 읽은 걸 생활에 적용하셔야 하지 않겠냐고 댓글을 달지 못하는 것이다.

나는 저렇게 되기 전에 이제 멈추고 방향을 틀어야 하나 위기의식을 느끼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그 행복이라도 꼭 잡고 사세요 하면서 남몰래 응원(?)하는 마음이 되기도 했다.

67세가 되었을 때 나는 어떤 모습일까.
이 행복이라도 꽉 붙잡고 살아야 하는건지(나의 현재를 응원해줘야 할지) 아니면 더 늦기 전에 이제라도 방향을 틀어야 할지(하루라도 젊을 때) 생각에 잠기게 되는 것이다.

책을 읽으면서 행복했다. 책만이 나를 이해해주는 것 같았다. 공허해서 책을 읽었는데 책만 읽어서 더 이렇게 됐을까. 책을 읽을 때 제일 행복하다던 할아버지의 미소처럼 나도 이게 진짜 행복인건지 내가 진짜 행복을 모르고 사는건지 아직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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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가님 안녕하세요? 그동안 너무 댓글을 못 달아서 눈팅만 했었는데 많은분들이 메가님 글이 너무 솔찍하고 단백하고 재밌다고 칭찬을 해 주셔서 댓글 달고 가요. 앞으로도 자주 보아요^^

오~~~^^

해피워킹맘님 댓글 넘 오랜만이에요!!!

그동안 세아이들도 많이 컸겠어요~~~!!

‘많은’분들이 칭찬해주신 것 맞겠죠...
제 글 보러 오시는 분 이제 거의 없는 것 같았는데....ㅎㅎㅎㅎㅎㅎ

스팀잇에 이제 안 오시는 분들도 많은 것 같은데 해피워킹맘님께서 스팀잇을 든든하게 잘 지켜주시고 계시니 맘이 놓여요!!! 저도 종종 포스팅 보러 갈게요~~^^

저는 이제 잊힌줄 알았는데 많은분들이 또 봐주신다고 하니 이제부턴 좀 으쌰으쌰 해야겠어요~~~!!

https://steemit.com/blog/@tomchoi/subconscious

제가 스팀잇에 여러가지 글들을 좀 쓰는데요. 저번 댓글에 이거 붙이려다가 까먹었네요 ㅎㅎ 저도 책읽는 것 좋아하는데. 중학교때 베르나르베르베르에 꽂혀서 거의 하루에 1권씩 읽었는데.. 생각해보면 그때 공부하느라 넘 힘들었던것 같아요.

일종의 도피수단 이었던것 같고요. ㅎㅎ

너무 좋은 글이에요~~~^^ 1편도 2편도 읽어보았는데 한번 더 자세히 읽어봐야할 것 같아요~~^^ 제 무의식엔 어떤 많은 것들이 들어가있을까요? 글 쓰면서 많은 것을 정화했다고 생각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남은 것이 많은건지..

네네. 무의식정화는 한두해로 형성되어 온것이 아니기 때문에.. 심리학적으로는 엄마 뱃속.. 불교적으로 이야기하면 수많은 생의 카르마로 형성된 것이기 때문에 우리는 아주 깊은 곳까지 나선형 계단을 타고 내려왔고 어둠속에 있다고 이야기 하는것 같아요. 일단 방향을 바꾸는게 먼저 인거 같아요. 관성이 너무 심해서 가만히 있으면.. 저절로 내려가고 있으니까요 ㅎㅎ

저도 중학교때 딱 그랬습니다.
책을 엄청나게 봤었죠...
군대 있을 때에도...
아마도 정말 외로웠던 것 같습니다.
공허하다는 말이 딱 맞는 표현이죠.

오랫만입니다. 스팀이 그런 곳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행복을 찾는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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