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라이프] 월요병

in #krlast month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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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참 전부터 햇갈리던건데, 직딩의 월요병이던가 일요병이던가…아무튼 목요일 오후부터 슬슬 즐거워지기 시작한다. 한 주의 끄트머리에서 룰루랄라 했지만 주말을 쏜살같이 보내버리고 나서 일요일 오후부터는 슬슬 힘들어지기 시작한다. 정확히 무엇이 그렇게 즐겁게 하고 또 우울하게 하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이게 다 감정의 영역이니 생각으론 알 도리가 없다.

정작 월요일 이미 출근 전부터 저번주에 못했지만 이번주엔 처리해야 할 일들이 좀 더 명확해진다. 그러기에 버스를 기다리면서도, 기차를 기다리면서도 머릿속엔 처리해야 할 일들을 하나씩 정리한다. 그렇게 바쁘게 출근해서 오전내내 허둥거리며 하나씩 일을 처리한다, 월요일 3시부터 고비다. 주말에 늘어져 있던 피지컬이 연장전에 돌입한다. 내 의지와는 점점 멀어지며 피곤의 극도를 달린다.

그리고 또 밀린 것들을 어느정도 해결하고 나면 오히려 퇴근시간에 몰려 미처 처리하지 못한 일들로종종거린다. 그래도, 월요일은 칼퇴를 해야 화요일날을 기약할 수 있다. 퇴근길 쯤 되면 마치 전날의 숙취에서 깨어나는 것처럼 점점 담담해진다. 그러면 월요일은 잘 먹어야 한다.

좀 귀찮긴 하지만 평소에 즐겨가던 순대국집으로 향한다. 오늘은 월급날. 그래서 괜히 9천원 짜리 순대국 말고 15000원짜리 순대정식을 주문한다. 어차피 남길거면서. 평소와 다르게 소주를 한 병 다 깠다. 요새 위경련에 너무 놀라 반하사심탕에 양배추 즙을 들이키고 단식까지 한 덕인지 소화가 한결 잘 된다. 그래서 또 나오면서 국물생각이 났다. 한 번도 내돈내고 산 적 없던 생굴을 살려고 보니 혹시 살아있는걸까…싶어 지인들에게 물어보니 살아있는 건 아니란다. 안심하고 한 봉지를 샀다. 순두부도 사고 대파도 샀다. 그리고 계란도 하나 샀다.

누룽지를 넣고 라면스프 한봉, 계란을 풀고 다 때려넣고 끓였다. 나쁘지 않다. 스산한 날씨가 되니 혼자 잘 노는 나에게도 힘든 가을이 느껴진다. 벌써 캐롤이 여기저기서 들려온다. 이제 여기저기서 대기하고 있는 지인들과 송별회와 신년회를 준비해야겠다.

다이소에 파는 노니 숙취해소제를 추천한다. 왠만한 숙취해소제의 1/5 가격이다. 맛도 좋고…아 대체 혼자 무슨 말을 늘어놓고 있는거지… 16도 짜리 나약한 소주 한병에 취했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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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osoo, this post is so relatable! The rollercoaster of emotions you describe – the Thursday afternoon joy, the Sunday evening dread, the Monday morning scramble, and the eventual acceptance (fueled by 순대국, of course!) – perfectly captures the 직딩 experience.

I especially loved the detailed description of your Monday evening self-care routine. The image of you going all-out with the 순대정식 and then concocting that late-night hangover cure 순두부찌개 is both hilarious and comforting.

This post is a fantastic blend of humor, honesty, and everyday life. It's easy to connect with your experiences. Anyone else feel the same way? What are your Monday coping mechanism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