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대 명산 순례: 북한산(만경대)-7 선바위

100대 명산 순례: 북한산(만경대)-7 선바위

선바위를 만경대에 집어 넣으려 하다 보니 멋진 사진이 너무 많고 선바위를 만경대의 일부로 취급하는 게 예의가 아닌 측면도 있어 따로 한 페이지를 만들었다. 사실 만경대에 이 바위가 없었다면 굳이 올라올 이유가 없었을지도 모른다.

Y가 뾰족하게 생긴 선바위에 올라간다고 했을 때 강력하게 말렸지만 말을 듣지 않았다. 그녀는 여기 올라가려고 빨간 드레스까지 가지고 왔고 그렇게 어렵지 않다고 내보고도 올라가자고 꼬드겼다.

남자로서 자존심도 있고 해서 중간부분이라도 올라가려고 시도해봤지만 잡을 곳이 전혀 없고 경사도가 가팔라 상당히 위험해 보였다. 자존심보다 더 중요한 건 생명이다. 하나밖에 없는 목숨을 바위 위에 올라가는 데 걸 수는 없다.

안전장비 없이 위험한 바위에 오르는 행위는 한 번의 실수로 세상과 바로 하직할 가능성이 높다. 신이 인간에게 공포라는 감정을 준 것은 선물과 같은 것이다. 신의 선물을 거부하고 자신이 신이 되고 싶은 욕심 때문에 많은 이들이 일찍 하늘나라로 갔다.

Y는 드레스입고 사진 찍고 내려와 등산복 입고는 안 찍었다고 다시 올라간다고 했다. 아니… 그 정도면 충분하다고 말려도 막무가내다. 곡예 같은 묘기도 여러 번 보면 질린다. 똑 같은 사진을 찍는 것도 짜증나는 일이지만 따라온 형편에 말릴 힘은 더욱 없다.

선바위

만경대 정상에 있는 바위로 바나나바위로도 불린다. 길쭉하게 우뚝 솟은 바위라고 해서 선바위이다. 내가 만경대에 가야겠다고 결심하게 만든 바위이기도 하다. 바벨탑 마냥 하늘을 향해 높이 솟아오른 자태가 우아하면서도 기품이 있어 보인다.

백운대에 오리바위가 있다면 만경대에는 선바위가 있다. 만경대 대표바위로 이견이 없을 것이다. 사실 바위가 동물이나 무엇을 닮았다는 것은 인간의 시각이지 바위자체로 봐서는 닮았다는 게 그다지 기분 좋은 표현은 아닐 것이다.

바나나바위라고도 한다지만 바나나와 그렇게 많이 닮지는 않았다. 바위 이름은 대부분 인간의 시각에서 무엇과 닮아 보이는 동물이나 사물이름을 붙이는 게 통례처럼 되어 있는데 닮지 않아도 멋진 바위에는 추상적인 사랑이라든지 평화같은 단어를 사용해도 좋을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