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홀로 불암산 계곡산행-6 정암사(淨岩寺)
나홀로 불암산 계곡산행-6 정암사(淨岩寺)
날씨도 더운데 계곡에 물마저 없어 계곡으로 하산하려던 당초 계획을 접고 가장 빠른 길로 내려왔다. 한참 긴 데크 계단을 보수하고 있던 인부들의 반장으로 보이는 청년이 나를 보더니 이 보수 공사를 어디서 진행했는지 아느냐고 물었다. 불암산 관할인 노원구에서 했는지, 아니면 남양주시에서 했는지를 묻는 질문이었다.
갑작스러운 물음에 잠시 생각하다가 "노원구 아닌가요?"라고 답했더니, 그 청년은 정색하며 남양주시에서 한 공사인데 다들 노원구에서 한 줄로 안다며 다소 억울해했다. '이 친구가 나중에 남양주에서 국회의원이라도 출마하려나' 싶기도 하고, 어디서 공사를 했든 그게 그리 중요한가 싶어 내심 의아했다.
하지만 하산하며 가만히 생각해보니, 노원구와 남양주의 경계에 위치한 데크 계단 수리 주체를 두고 지자체 간에 주도권이나 예산 다툼이 꽤 빈번한 모양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정암사(淨岩寺)
불암산 정암사(佛岩山 淨岩寺)는 서울특별시 노원구 중계동 불암산 계곡 초입에 자리한 대한불교조계종 용주사의 말사다. 한자로는 '바위가 깨끗하여 마음을 맑게 다스리는 절'이라는 정갈한 뜻을 담고 있으며, 간혹 '정할 정(定)' 자를 써서 정암사(定岩寺)로 표기하기도 한다.
조선 선조 때 창건된 오랜 역사의 전통 사찰이지만, 안타깝게도 한국전쟁 당시 대부분 파손되어 현대에 이르러 대웅전과 삼성각 등을 다시 다듬어 중창했다. 거대한 화강암 바위와 빽빽한 소나무 숲이 어우러진 계곡 들머리에 위치해 있어, 불암산을 찾는 등산객들이 본격적인 산행을 시작하기 전 잠시 숨을 고르는 뜻깊은 쉼터가 되어주는 곳이다.
다만 서울 근교라는 위치와 신도들의 편의를 고려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을지 모르나, 콘크리트 바닥과 벽체가 많아 산사 특유의 고즈넉한 분위기와는 다소 거리가 있었다. 특히 시멘트 벽면에 그려진 불화는 왠지 모르게 이질감과 거부감이 들기도 했다.
등산코스
시골순대
정암사를 지나 상계역으로 내려가는 길목에는 여러 식당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다. 이곳에 올 때마다 자주 찾는 단골집이 하나 있는데, 바로 '시골순대국밥'집이다. 새로운 맛집을 개척해보고 싶은 마음도 들지만, 가성비 뛰어나고 맛까지 확실한 식당을 새로 발굴해 내기가 결코 쉽지 않음을 잘 알기 때문이다.
순댓국에 막걸리 한 병을 비워냈다. 전철을 타기 전 땀에 찌든 상의를 새 옷으로 갈아입을까 망설였지만, 귀찮은 마음에 그냥 전철에 몸을 실었다. 지독한 땀냄새와 막걸리 취기가 진동했을 텐데도 주변 승객 누구 하나 겉으로 내색하지 않아 고마울 따름이었다.
이동 중에 60리터는 족히 되어 보이는 대형 여행용 캐리어 두 개에 배낭, 작은 손가방까지 짊어진 젊은 여성이 전철 승강장 사이의 깊은 홈에 걸려 안절부절못하는 모습을 보았다. 다가가 짐을 들어주며 빠져나올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아마 막걸리 한 잔을 마시지 않았다면 선뜻 나서지 못하고 모른 체 지나쳤을지도 모른다. 도울 마음이 마음속에 분명 있어도 선뜻 용기를 내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순수한 마음으로 내민 손길이 혹여 다른 불순한 의도로 오해받지는 않을까 하는 부질없는 걱정 때문이다.



순댓국에 하산주 한 잔 걸치면 불암산 자락이 천국이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