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봉산 우이남능선을 가다-1 악어바위, 나폴레옹모자바위
도봉산 우이남능선을 가다-1 악어바위, 나폴레옹모자바위
만날수록 정이 드는 사람이 있는 반면, 만날수록 정내미가 떨어지는 사람이 있다. 인간의 가치를 한마디로 정의할 수는 없지만, 처음 만날 때보다 시간이 갈수록 매력이 커지는 사람이 진정 가치 있는 사람일 것이다. 인생에서는 첫 만남의 짧은 설레임을 주는 존재보다 변하지 않는 우정을 보여주는 사람이 더 큰 도움이 된다.
북한산은 알면 알수록 정이 가고 감동을 주는 산이다. 첫 만남부터 수십 년이 지난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실망하게 하지 않은 유일한 산이다. 물론 서울과 가까워 지하철로 갈 수 있는 접근성도 큰 장점이지만, 설령 멀리 있었다 해도 자주 찾았을 것이다. 지방에 사는 동호인을 북한산에 데려간 적이 있는데, 그는 북한산이 있는 서울에 산다는 것을 무척 부러워했다.
대도시 근교에 이토록 아름다운 산을 품은 도시는 세계 어디에도 없다. 그런 면에서 서울 시민은 정말 큰 복을 타고난 사람들이다. 이런 대운을 누리지 못하고 먹고살기에 바빠 허덕이는 중생을 보면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자연은 위정자의 것도, 그 누구의 것도 아니다. 오로지 그곳을 찾아보고 즐기는 사람의 것이다.
2025. 12. 19.
오전 9시 반에 우이역 2번 출구에서 만나기로 했을 때, 당연히 북한산 백운대로 가는 줄 알았다. 그런데 목적지가 도봉산 우이암이라고 했다. 우이암은 2년 전 눈 오는 날, 도봉산 신선대에서 Y를 처음 만나 함께 내려왔던 곳이다. 아련한 기억의 파편을 따라 우이남능선의 기암괴석을 찾아 떠났다.
일기예보에는 화창하다고 했으나 아침부터 하늘은 잿빛으로 잔뜩 뒤덮여 있었다. AI 기능을 갖춘 슈퍼컴퓨터로도 기상을 완벽히 예측하기는 쉽지 않은 모양이다. 다행히 오전 11시가 지나자 하늘이 열리며 구름 사이로 햇살이 비집고 나왔다.
악어(鰐魚)바위
바위를 보고 그에 걸맞은 이름을 연상해 붙이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작업이다. 하지만 이 바위를 보는 순간, '살아있는 화석'이자 늪지대의 폭군이라 불리는 악어가 바로 떠올랐다. 물론 정면에서 조금만 벗어나면 악어의 형상은 금세 사라져 버린다. '악어'라는 한자를 그대로 풀이하면 "물에 사는, 사람을 놀라게 하는 무서운 짐승"이라는 의미다.
악어는 공룡과 가장 가까운 현존 동물로 '살아있는 화석'이라 불린다. 온몸이 단단한 비늘(골편)로 덮여 있고 꼬리가 길고 튼튼하며, 주로 열대 및 아열대 지방의 물가에 서식한다. 육상 동물 중 치악력(무는 힘)이 가장 강한 종 중 하나이며, 입 모양과 서식지에 따라 크로커다일, 앨리게이터, 가비알 세 종류로 나뉜다.
나폴레옹모자바위
'나폴레옹 모자 바위'라는 이름은 바위의 생김새가 나폴레옹이 즐겨 쓰던 이각모(Bicorne, 양쪽이 뾰족한 모자)를 닮았다고 하여 붙여진 별칭이다. 전국 여러 산에 같은 이름의 바위가 있는데, 특히 북한산 노적봉 동봉과 통영 사량도의 나폴레옹모자바위가 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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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feedgamer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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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ank you.
악어바위는 조금 이해가 안가지만 나폴레옹 모자 바위는 딱 이해가 되네요~~ ^^
바위는 보는 사람에 따라 느낌이 다 달라서... 제가 지은 이름입니다. ㅎㅎ
이렇게 좋아서 외국인도 많이 찾는다는 북한산을 저는 딱 한번 올랐던거 같습니다. 그것도 30여년전에 말이죠. ㅎㅎㅎ
북한산 도봉산은 정말 바위의 천국 이내요 ...
바위만 찾아 다니시는 분도 계실거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