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봉산 우이남능선을 가다-5 초콜릿바위
도봉산 우이남능선을 가다-5 초콜릿바위
잠깐 비쳤던 햇빛은 얼마 가지 않아 구름 속으로 사라졌다. 햇빛이 있는 세상과 없는 세상은 완전히 다른 세상이다. 당장 사진의 질부터 100배 이상 차이가 난다. 카메라의 CCD(이미지 센서)는 햇빛이 정상적으로 비치는 색온도 5,000K~5,500K에서 가장 정확한 색을 재현하도록 설계되었다.
그래서 흐린 날은 자연의 순수한 색감을 표현하기 어렵고 콘트라스트(대비)도 약해진다. 최근의 첨단 기술이 정확한 색감을 내기 위해 눈물겨운 보정을 하고는 있지만, 결코 자연을 이길 수는 없다. 비단 햇빛의 이점이 사진에만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
햇빛은 그야말로 천연 보약 같은 존재다. 뼈 건강과 면역력 강화를 위해 꼭 필요한 비타민 D는 음식만으로는 충분히 섭취하기 어렵다. 하지만 하루 15~30분 정도만 햇빛에 노출되어도 충분한 양을 얻을 수 있다. 또한, 햇빛은 천연 항우울제인 세로토닌 분비를 촉진해 우울증을 해소해 준다.
낮에 햇빛을 충분히 쬐면 밤에 숙면을 돕는 '멜라토닌' 호르몬이 더 잘 분비된다. 이는 우리 몸의 생체 시계를 정상화하여 불면증을 완화하고 깊은 잠을 자게 돕는다. 그 외에도 혈압 감소, 살균 작용 등 햇빛은 헤아릴 수 없이 많은 혜택을 주는 신의 선물이다.
가끔 비 오는 날을 좋아한다는 사람도 있지만, 나는 햇빛이 쨍쨍한 날을 좋아한다. 우중충한 날씨에는 왠지 외롭고 슬픈 기분이 들기 때문이다. 그래서 산행을 떠나는 날은 가급적 햇빛이 가장 좋은 날을 고른다. 햇빛은 사진에도, 사람에게도 없어서는 안 될 고마운 존재다.
보통 산에서 하산길은 볼거리가 드물다. 능선을 벗어나면 나무와 산등성이에 막혀 전경이 가려지고 특이한 바위도 보기 어렵다. 그저 넘어지지 않고 신속히 내려가는 게 상책이다. 하지만 하산길에 보이는 우이암의 모습은 올라올 때와는 완전히 딴판이었다.
같은 사물이라도 보는 각도에 따라 이토록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사람 중에도 그런 이가 있다. 겉과 속이 다른 두 얼굴을 가진 사람들. 낮에는 선량한 자선사업가이지만 밤에는 온갖 악행을 일삼는 조직폭력배의 우두머리 같은 그런 인간 말이다.
초콜릿바위
오늘의 목적지인 우이암을 거쳐 무수골로 내려가는 중에 이 바위를 발견했다. 모양이 워낙 특이해 이름을 지어줘야겠다는 의무감마저 들었다. 바위를 자세히 보면, 아래쪽 바위 위에 넓적하고 두툼한 바위가 얹혀 있는데, 그 모습이 마치 초콜릿 한 조각을 떼어 올려놓은 듯한 형상을 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