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4. 깨달은 이는 모든 존재와 더불어 산다

어떤 브라만이 붓다에게 물었다
"니르바나가 존재합니다.
거기에 이르는 길 또한 존재합니다
그리고 당신은 니르바나에 이르도록 가르침을 줍니다
그런데 왜 당신의 제자들 중에는 니르바나에 이른 사람도 있고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습니까?"

"브라만이여 너에게 물어보겠다
라자가하 마을에 이르는 길을 아는가?"
"예, 확실하게 압니다"
"어 떤 사람이 네게 와서 그곳으로 가는 길을 물었다고 가정해 보자.
너는 이렇게 말할지 모른다
이 길은 라자가하로 가는 길이오.
그러니 한동안 이 길을 따라 가시오.

잠시 후에는 마을이 나타나고 그 다음에는 장이 선 마을이 나타날 것이오.
하지만 더 가시오. 몇 리를 더 간 후에야
아름다운 공원과 숲과 연못이 있는 라자가하 마을이 나올 것이오.

그런데 그 사람은 네 안내를 듣긴 했지만
서쪽으로 난 길을 잘못 택할지도 모른다
반면에 같은 안내를 받고 쉽게 라자가하에 도착한 사람도 있다

자. 라자가하가 존재하고 그 곳에 이르는 길이 존재하고
네가 안내를 해주었는데도 왜 한 사람은 잘못된 길로 가고
다른 한 사람은 바른 길로 갔을까?"

"붓다여, 이 문제와 관련해서
저는 두 사람에게 아무 일도 대신 해줄 수 없습니다.
저는 단지 길을 가르쳐주는 사람일 뿐입니다."

"바로 그것이다.
니르바나와 그곳에 이르는길과 가르침을 주는 내가 있지만
제자들 중에 몇명은 변함없이 목표에 도달할 것이고
다른 제자들은 그렇지 못할 것이다
이 문제와 관련해서 나는 아무 일도 대신 해줄 수 없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란 오직 길을 가르쳐주는 것 뿐이다."
<중니카야>

다음과 같은 방법으로 자신을 완성시키고 수련하는 수행자가 있다
'내 자아를 훈련시키고 내 자아를 다스려
내 자아만을 니르바나로 인도할 것이다'

그러나 자비로운 수행자는
자신을 그런 식으로 수련시켜서는안 된다

반대로 이렇게 말해야 한다
'나는 내 자아를 세상의 모든 존재와 함께 할 것이다.
온 세상이 도움을 받도록 나는 모든 존재와 더불어 갈 것이다.
그리고 나는 헤아릴 수 없는 모든 존재를 니르바나로 인도할 것이다'

자비로운 수행자들은 다음과 같이 생각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모든 살아 있는 존재들이, 자궁에서 태어났건
다른 방법으로 태어났건, 인식할 능력을 가지고 있건 없건 간에
해탈의 무한한 자유를 향해 나아가야 한다.

그리고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은 존재들이 해탈하였을 때
어떤 존재도 해탈하였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왜 그렇겠는가?
진실로 자비로운 수행자는 하나의 자아, 하나의 존재
혹은 분리된 개인이라는 생각에 매달리지 않기 때문디다.
<금강경>

어미 소는 송아지가 풀을 뜯고 있는 동안에도
송아지에게 눈을 떼지 않듯
수행자도 도를 따르는 다른 수행자를 위하여
가능한 한 모든 일에 마음을 쓰는 것이 옳다
<증아함경>

붓다가 수행자들에게 말했다
"사람들은 너희들을 승려로 알고 있다.
만일 사람들이 너희들에게 '수행자여 승려란 무엇입니까?' 라고 묻는다면
너희들은 자신이 승려임을 자각하고 자신 있게 말하거라.

'우리들은 승려가 되고자 도를 닦고 있습니다
승려가 되어야만 진실한 행동이 나올 것이고
우리들의 목적은 성취될 것입니다
우리들이 살아가는데 필요한 것들을 사용한다 하더라도
보람있고 창조적 삶에 보탬이 될 것입니다.
우리가 세상을 떠날 때 덧없지 않고 열매를 맺는 성과로 가득 찰 것입니다'

이 말은 승려가 아닌 사람들에게도 마찬가지이다
하지만 너희들에게 이 말을 이른다
너희들이 실천해야 할 것들이 무엇인가?
사람들을 돌보면서 사려 깊고 신중하도록 자신을 훈련시키거라.

너희들은 이렇게 생각할지 모른다
'우리들은 이미 행하고 있습니다
이만하면 충분합니다
승려로서 갖추어야 할 모든 것을 갖추었습니다
더 이상 할 일이 없습니다'
그러나 수행해야 하고 찾아야 할 어떤 것이 더 남아 있는 한
탐구를 멈추어서는 안된다

무엇을 더 실천해야 할까?
'우리들은 행위를 더럽히지 않고 총명하고 순수할 것입니다
우리 자신을 높이거나 다른 사람을 얕보지 않을 것입니다' 라고 다짐하면서
너희 자신을 훈련시켜야 한다."
<장아함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