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꽝족 보존의 법칙

in #krsuccess13 hours ago

문꽝족 보존의 법칙

옆집에 새로운 사람이 이사 왔다. 그는 손잡이를 거칠게 돌리면서 문을 연다. “빠각!” 쇠가 강하게 마찰하는 소리가 복도에 울린다. “꽝!” 문을 닫는 소리는 더욱 크다. 문이 닫히는 진동이 발바닥과 몸에 고스란히 느껴진다.

‘지겨워.‘

익숙한 대처를 시작한다. 정중한 쪽지를 적어서 그 집 문 손잡이 위에 붙였다. 아마도 2주 정도는 조용하겠지만, 다시 문을 꽝꽝 여닫기 시작할 것이다. 그러면 그때는 직접 얼굴을 보고 말로 다시 한번 정중하게 부탁할 것이다. 이번에는 꽤 오랫동안 조용할 것이다. 하지만 한 달 정도 지나면 문을 꽝 닫지는 않아도 “빠각!”하며 문을 여닫을 것이다. 그리고 이번에도 그 소리는 그냥 참을 것이다.

벌써 세 번 연속이다. 문꽝족이 이사 가면 바로 다른 문꽝족이 이사 온다. 셋 다 30대 정도의 젊은 남자고 모두 번듯한 차와 직장이 있는 것 같다. 옷차림도 깔끔하고 평소 표정과 태도는 점잖다. 그런데 하나같이 문을 세게 닫는다. 자신이 내는 문소리를 전혀 자각하지 못한다.

요즘 30대 젊은 남자들이 대체로 이런 건지 내가 운이 없는 건지. 어쨌든 귀찮고 지겹지만 이번에도 한 번 더. 쪽지도 붙이고. 말도 붙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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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
또 큰 소리가 나서 밖을 내다보았다. 옆집 남자가 웃통을 벗은 채 계단을 내려가 건물 밖으로 나갔다. 오후 3시였다. 이삿짐을 정리하는 소리와 드릴 소리가 났던 것으로 봐서, 일하다가 음료수를 사거나 건물 뒤 주차장에 짐을 가지러 가는 길인 것 같았다. 옆에 또래로 보이는 여성과 남성이 있었는데 전혀 개의치 않는 모습이었다.

평범한 한국말을 쓰는 걸 보니 한국 사람이 맞는데, 순간 '내가 모르는 어떤 새로운 문화가 생긴 건가? 외국에서 살다 온 교포인가?' 싶었다. 아무리 집 앞이라고 해도 위에 아무것도 입지 않은 채 밖에 나가는 모습이 무척 낯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