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꾸로 흐르는 저울
거꾸로 흐르는 저울
네가 가던 길을 멈추고 던진 나지막한 숨소리,
그 영수증 같은 동정을 고치 삼아
나는 깨진 유리알 같은 육신을 허물처럼 벗어던진다.
억울함은 이 차가운 길바닥에 피로 다 쏟아내었으니
이제 내 영혼에 무거운 한(恨) 따위는 남겨두지 않겠어.
탕, 소리와 함께 화약의 축제가 터지면
사냥의 즐거움에 취해 숲을 피로 물들이던 너희들이
이곳에선 추락하는 한 마리 꿩이 되어
가학의 갈증을 채워줄 제물로 끝없이 쫓길 뿐이다.
너희는 다른 생명을 하찮은 고깃덩이로 보았으나
그 눈빛은 결국 서로에게로 향하더구나.
참호와 참호 사이, 저 진흙탕 속에서
인간이 인간을 밀어 넣는 잔인한 비극을 보아라.
말 못 하는 짐승을 갈아대던 이기주의의 칼날은
결국 너희 스스로의 목을 겨누는 부메랑이었음을 왜 모르는가.
유희의 총구를 겨누던 너희의 사냥과
대지를 붉게 물들이는 저 거대한 전쟁은 결국 둘이 아니다.
작은 미물의 숨통을 끊으며 웃던 그 이기적인 본성이
인육 분쇄기를 만들어 갈아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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