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0617 나루 작업 일지] 스팀시티 응원가

in #stimcity6 years ago

그저께 올라온 @stimcity의 글 [스팀시티 응원가] 우리도 응.원.가. 필요하지 않겠습니까?!를 보고선 마음이 무거워졌습니다. 나서는 걸 좋아하는 성격도 아니고, 스팀잇에 음악을 만들어 올린다는 게 제게는 몹시 부담스러웠기 때문이죠. 그러면서도 보탬이 돼야 한다는 모종의 압박을 느껴 마음에만 담아두고 있었습니다.

대학 시절부터 저는 동요나 유명한 가요를 리하모니(Reharmonyzation)하는 걸 좋아했는데요. 스팀시티 응원가에는 가사도 있었고, 새로운 곡을 만드는 게 아니라 가볍게 리하모니만 해봐도 재밌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냥 악보만 볼까? 라는 생각으로 악보를 뽑았습니다. (여기서부터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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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한 곡인데도 악보를 보니 처음 보는 곡처럼 느껴지더라고요. 조성(Key)을 정하고, 코드 진행을 러프하게 짰습니다. 이때까지만 해도 '그냥 한 번 해본다'는 생각이 강했습니다. 대충 코드의 틀이 나오니 연주곡 형태로 올려도 괜찮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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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간단하게 악보를 그렸습니다.

악보까지 그리고 보니, 명색이 응원가인데 노래가 없으면 안 되는데? 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게다가 응원가로는 제 연주가 너무 쳐진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반주 형태로 피아노를 쳐서 올려야겠다고 생각하고 작업을 계속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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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작업과정에 있는 악보만 올리다 보니 필체가 너무 부끄러운데요. 악보도 잘 그리고 글씨도 이것보다는 잘 쓴답니다ㅠㅠ)

음역에 맞게 조성도 바꾸고, 리하모니도 하고, 개사 된 가사도 정리해보았습니다.

그러다가...

반주만 올리려니 너무 허접해 보일 것 같았습니다. 내가 녹음을 해볼까?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평소 녹음을 도와주는 지인에게 전화를 해봤는데 마침 오늘 일이 없다고 하더라고요. 얼른 피아노만 녹음해서 한 시간 뒤에 가겠다고 약속하고, 부랴부랴 피아노를 쳤습니다.


지인의 작업실에 도착했습니다. 스팀 만 배가 뭐냐고 묻는데 차마 설명할 수가 없더라고요. 대충 얼버무렸는데 지인은 스팀시티가 새로 생길 아파트 정도로 생각하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녹음을 시작했습니다. 녹음하러 갈 때만 해도 한 시간 안에 다 끝날 거라고 생각했어요. 처음에는 둘 다 가벼운 마음이었는데, 지인이 먼저 욕심을 내더라고요. 더블링도 하자. 코러스도 넣자.

더블링도 하고, 코러스도 짜고, 녹음하고, 튠하고 이것저것 하다 보니 다섯 시간이나 지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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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인이 보내준 파일명이 apro더라고요. 느낌이 좋았습니다. 부제를 apro로 정했어요.

평소 제 성격엔 이렇게 대뜸 전화해서 찾아가거나, 또 가벼운 작업을(더 정확하게는 페이가 없는) 부탁하는 일이 쉽진 않은데요. 스팀시티 덕에 새로운 경험을 해보네요. 어떻게 보면 별 것 아닌 작업인데 둘 다 무척 즐거운 마음으로 했습니다. 시간만 더 있었다면 녹음도 다시 했을 텐데 그게 좀 아쉽네요.

스팀 만 배 되면 제일 먼저 지인에게 스튜디오를 차려주겠다고 다짐하며 돌아왔습니다.


  • 무조건 하루 안에 끝낸다는 생각이 있었기 때문에 노래도, 연주도 무척 부끄러운 수준입니다. 꼭 양해 해주셔야합니다! (노래를 잘해서 한 게 절대 아닙니다)

  • 이 곡은 스팀시티를 통해 꿈을 이뤄가는 소녀, @roundyround님을 생각하며 편곡하고 불렀습니다.

  • 제가 가장 좋아하는 편곡 포인트가 있는데요. 제일 먼저 맞춰주신 분에게 1SBD을 보내 드릴게요.

  • 다른 악기를 넣을까 하다가 저랑 가장 가까운 악기인 피아노로만 만들었어요. 하나둘 채워주세요!

* 무용 공연도 코앞으로 다가오고, 요즘 일을 늘리다 보니 작업이 밀려 댓글 다는 속도가 느립니다. 피드가 조용한 요즘 더 글을 올리고 싶어, 글을 우선순위에 두는데요. 한 분 한 분 찾아뵙지 못해 죄송합니다. 늦더라도 댓글 꼭 달 거에요!


지구는 둥그니까

 

지구는 둥그니까
 
지구는 둥그니까
자꾸 걸어나가면
온 세상 스티미언
다 만나고 오겠네
 
스팀시티 시민들이
하하호호 웃으면
스팀이 만배 가겠네
달나라까지~
 
앞으로 앞으로
앞으로 앞으로!
 

Credit
작곡 이수인
작사 윤석중
개사 @stimcity
노래, 피아노, 편곡 @ab7b13
녹음, 믹싱, 마스터링 @ab7b13 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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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친구 아들 돌잔치 가서 돌영상 보다가 너무 뭉클해서 좀 울었거든요. 일요일에는 결혼식이든 돌잔치든 너무 힘들어요. 평일과 휴일 따질 일이 없는 사람인데도. 녹초 상태로 지금 카페 와서 나루님 노래를 듣다가 또 울었어요. (심지어 입 가리고 움) 오늘 엄청 우네... 주책... 나루님이 만든 음악은 언제 들어볼 수 있을까, 늘 생각했었는데 이렇게 예쁜 연주에 노래까지 듣게 되다니 정말 기쁩니다. 정말 정말 정말 기뻐요!

라운디님! 누가 우리 라운디님을 그렇게 힘들게 하는지! 스팀 시티인가요? ㅎㅎ 지치신 건 아니죠? 온 세상 스티미언 다 만나고 올 때까지 같이 노래해요!

이렇게 말하면 좀 웃기지만... 저 원래 소문난 울보예요... 누가 울면 따라 울고. 나루님 노래가 너무 아름답고, 또 정말로 응원을 받아서 기쁨의 눈물 흘린 거예요! 어제 걸어다니면서 계속 불렀어요. 친구에게도 이야기해주고, 친구랑 같이 불렀어요. :-)

라운디님 주제가 정도로 생각해주시면 좋지 않을까 싶어요. 새로운 뭔가를 시작함에 있어 이것저것 좌충우돌 힘든 일투성이겠지만, 그래도 너무 지치진 않기를 바랍니다!

'지구는 둥그니까 자꾸 걸어나가면 온 세상 스티미언 다 만나고 오겠네'라는 가사가 roundyround님 아이디랑 되게 잘 어울려요.ㅎㅎㅎ스팀시티 총수님을 위한 응원가 같습니다. 총수라고 말하니 왜 자꾸 김어준이 오버랩되죠?안그럴려구 하는데...ㅠㅠ

맞아요! 지구는 둥그니까 자꾸 걸어나가며 온 세상 어린이들(?) 다 만나다가 만든 아이디예요. 히히. :-)

너무 좋아요.
편곡도 가사도 목소리도....
무한반복하고 싶네요.ㅎㅎㅎㅎ
좋아요~~~~

좋게 들어주셔서 감사하다는 말밖에는... 이제 럭키님과 스팀시티가 순항하길, 스팀이 만 배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기다려야지요.

할 말을..잃었.. 브라보!!!(기립박수)

브라보!!! ㅎㅎㅎ

헛 ㅋㅋㅋ나중에 집에 가면 들어보겠습니다.

제이미님이 듣지 않길 바라는 마음에 댓글을 안 달까도 했지만 이미 들으셨겠죠? ㅋㅋㅋ

지금 듣고 있어요. ㅋㅋ 전주가 마음에 드네요?!

나루님

하트 뾰뾰뾰뾰뾰뾰뾰뾰뾰뾰뾰뾰뾰뾰뾰뾰뾰뾰뿅!!!!!!!

pm. 10: 20 자기전에 다시 들어요.

편곡포인트는 연결입니다.
끊어지지 않은 여운
모든 끝 음에 꼬리가 달려있어요.
앞에음이 아쉬워서 남겨주고 뒤에음이 이를 이해해서 받아서
다음 음에 쓰다듬듯이 살포시 올려놓지요.
돌리고 돌리지요.그래서 둥글어요.
내가 제일 조아라하는 메아리지요.
그게바로 共鳴- Sympathy

ps. 나루님 목소리가 맑고 이쁘네요. 그러면서 뭐 그리 자신감없다고 하셨는지.

와... 천재이신가?

피터님이 찾아주신 포인트는 범상치 않군요. 제가 생각해보진 못했지만, 그렇게 봐주시니 그렇다고 얼렁뚱땅 넘어가는 거로 할게요ㅋㅋ

잘 들었습니다!
재주 좋으시고 정성이 느껴졌어요.
편곡포인트는 아쉽게 찾지 못했지만..전체적으로 편안한게 좋았습니다.

제가 너무 어려운 문제를 냈나 봐요ㅠㅠ 편안하게 들으셨다니 그것만으로도 좋습니다!

대단해요! 엄지척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앞으로 자주 봬요. 잘 들어주셔서 감사해요:)

역시나 편곡도 좋고 목소리도 예쁘시네요~
공연준비로 바쁘실텐데 고생하시네요~
리블로그로 가져갑니다 ㅎㅎ 피아노 소리 너무 아름다워요~

앗! @musiciankiyu님이 그렇게 말씀해주시니 어깨가 으쓱하는데요? 부족함이 많은데도 예쁘게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좋은 한 주 보내세요!

편곡 쥑입니다!! 목소리도 참 고우시네요.ㅎㅎ
스팀이 만배 가겠네... 귓가에 맴돕니다.ㅋㅋ

키위파이님이 들으셨다니 왠지 부끄러운데요... 잘 들어주신거죠?! 즐거운 마음으로 만들어 보았어요 ㅎㅎ

오옷...!!! 고급진 응원가네요 부르는 분 목소리도 넘 좋으시고.. 편곡 포인트는.. 경건했다가 갑자기 신나기? 음 모르겠습니다 ㅋㅋ

술 깬 다음 날 같달까요? 민망하고 부끄럽고 숨고 싶은 마음이지만 잘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편곡 포인트는 땡! (죄송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