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버닝
영화제에서 가장 좋았던 영화가 무엇이냐는 질문을 받을 때마다 <버닝>을 떠올렸다. 그렇게 대답하고 싶지 않았지만(영화제가 아니어도 볼 수 있고, 이미 너무 유명한 영화기 때문에) 영화제 중간 즈음 본 버닝은 영화에도 체급이 있다는 사실을 한 번 더 상기시켜주었다.
영화제 기간 상영관에 들어 가기 전 하나의 절차처럼 러닝 타임을 확인했다. 그리고 영화 중간중간 시계를 몰래 보며 내심 이 영화가 언제 끝날지를 기다리곤 했다. 버닝을 보러가기 전에도 러닝 타임을 확인했지만, 영화를 보다 보니 시간이 얼마나 남았는지를 확인하는 것 자체가 하나의 스포일러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크레딧이 올라가고 극장에 환하게 불이 켜질 때까지 시간을 확인하지 않았다. 잔뜩 마음을 졸이며 스크린 속 이야기에 집중했다. 지나고 생각해보니 그런 압도적인 영화를 영화제 중간에 볼 수 있었던 건 하나의 축복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