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집힌 이야기] Chapter10. 동전 던지기

in #stimcitylast month (edited)



돈이 다 떨어져 가고 있었다. 소년은 집을 떠나오며 가져왔던 모든 것을 소진해 가고 있었다. 적절한 소비의 원칙은 매번 숨겨진 자산들을 찾아 주었지만, 삶의 안정을 찾으려면 일자리를 찾아야 했다. 학생이니 알바를 구할 수밖에.



하지만, 이 도시의 노동 여건도 현실 세계의 대도시와 크게 다르지 않다. 만만치가 않은 것이다. 서로 뒤집힌 세계 간에도 빈부의 방향과 정도는 언제나 일치하는 것이다. 같은 속도로 자라나니까.



소년은 여기저기 이력서를 넣었다. 하지만 면접 보러 오라는 곳조차 귀했다. 현지인들도 일자리를 구하기 어려운데, 타지인, 게다가 뒤집힌 세계에서 날아온 이를 받아줄 곳을 찾기는, 뒤집힌 세계에 진입하는 것보다 더 어려운 것이다. 노동 시대의 일자리란.



소년은 생각을 전환했다. 일자리를 찾을 수 없다면 일자리를 만들어야겠다고. 현실적인 접근으로는 도저히 돌파구를 찾을 수 없으니, 직관을 사용해야겠다고.



"잘 생각하셨어요. 어차피 사람들의 직관이 쌓아 올린 게 현실이니까요. 본질로부터 접근하면 의외로 쉽게 해결될 수 있어요."



카림이 거들었다. 매번 면접도 보지 못하고 허탕을 치는 소년이 안타까웠나 보다. 소년은 자신을 끌어당기는 마르탱 거리로부터 시작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이유 없이 끌어당기고 있는 것이 아닐 테니까. 그러자 잊고 있던 장면이 떠올랐다.



"아! 그 카페 말이야. 마법사님의 열쇠를 전해 준. 그 카페에 가볼까?"

"오~ 그거 좋은 생각이에요. 문제가 풀리지 않을 때는 시작점으로 돌아가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지요."



소년은 마법사의 열쇠를 전해 주었던 그 카페 주인장을 떠올렸다. 자신은 사실 카페 알바도 해 본 적이 없지만, 그 카페 주인은 직관어를 알고있는 듯하니 직관적으로 접근해 봄직하다고 느꼈다. 소년은 바로 마르탱 거리의 그 카페로 달려갔다. 카페 영업 종료 시간이 거의 다 되어버린 줄도 모르고.



"어떡하죠? 영업시간이 거의 끝났는데요."



그도 아마 알바일 것이다. 소년이 막 들어선 카페 카운터에서, 알바로 보이는 스탭이 영업시간이 거의 끝났다고 말하며 안타까운 미소를 지었다. 소년은 아쉬운 표정을 감추며, 달려오느라 헐떡이는 숨을 몰아쉬었다. 소년의 거친 숨과 너그러운 스탭의 안타까운 눈빛이 공간의 분위기를 애원과 연민으로 감쌌다.



"음.. 잠깐이어도 괜찮으시면 주문하시겠어요?"

"네! 그래 주시면 감사하죠."



카페의 스탭은 소년에게 잠시의 여유를 주었다. 영업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지만, 마지막 오더를 받아주겠다고 공간을 내준 것이다. 소년은 뛰는 가슴을 진정시킬 허브티 한 잔을 주문했다. 원두 기계들이 늘어서 있는 걸 보니 로스팅을 하는 스페셜티 커피 전문점인 것 같았지만, 뛰는 가슴에 카페인을 더 부었다간 심장이 밖으로 튀어나올 것만 같았다.



카페 스탭은 차를 내려 주고는 소년의 곁을 떠나지 않고, 이 말, 저 말을 붙여 주었다. 정신없어 보이는 소년을 다독이며, 분위기를 가라앉혀 주려 애를 쓰는 듯 보였다. 소년도 스탭의 마음 씀씀이가 고마웠는지, 이런 얘기, 저런 얘기를 늘어놓았다. 에펠탑을 날아올랐던 이야기로부터 시작된 온갖 이야기들을. 카페 스탭은 손님들의 이상한 이야기에 단련이 되었는지,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으며 소년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 주었다. 하지만 그 많은 사연을 모두 털어놓기에는 남은 영업시간이 얼마 되지 않았다. 소년은 결국 스몰토크가 되고 만 스탭과의 대화를 아쉽게 마무리하며, 미안하다고 말하고 일어섰다. 자신 때문에 영업 마감을 하지 못하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괜찮아요. 다음에 또 오셔요. 그때는 커피도 드셔보시구요. 저희 가게 커피가 진짜 맛있거든요."



카페 스탭은 다정한 미소를 지으며 소년을 배웅해 주었다. 소년은 부드럽게 전해져 오는 마음 따뜻함으로 가슴이 뭉클해졌다. 이 낯선 도시에서, 좀처럼 느껴보지 못한 환대였다. 따뜻한 환대로 몰랑몰랑해진 가슴은 소년에게서 단단한 결심을 불러일으켰다.



"나, 여기서 일 해야겠어."

"누가 뽑아준다고 하던가요?"

"아무도 안 뽑아 줘. 이 도시에서 나를 먼저 뽑아줄 수 있는 곳은 없어. 내가 뽑아야지."



소년은 카페를 나서며 결심을 굳혔다. 이 카페를 뽑겠다고. 나를 뽑아주는 곳이 없어도 내가 뽑으면 뽑는 것이니까. 만일 알바를 뽑을 계획이 없다면 무보수로라도 일하겠다고 애원해 볼 참이었다. 공간은 비집고 들어가는 이들의 몫이니까. 물론 바리스타는커녕, 커피 한 번 내려 본 적 없는 소년에게는 무보수가 아니라 수업료를 내야 할 일이다. 다음날, 소년은 일어나자마자 다시 카페를 방문했다. 오늘은 어제의 스탭 대신 카페 사장이 소년을 맞이해주었다. 마법사의 열쇠를 건네준 그 사장.



"아, 그때 그 친구군요. 열쇠는 잘 가지고 있죠?"

"네, 덕분에. 근데 여기 알바 안 구하시나요?"



소년은 급한 마음을 제어하지 못하고 바로 용건을 쏟아냈다.



"왜요? 일자리가 필요해요?"

"일자리도 필요하지만, 저는 여기서 꼭 알바를 해야겠어요. 여기가 좋거든요."

"하하, 우리 가게가 마음에 들어요?"



사장은 소년의 제안이 재미있다는 듯 웃더니, 갑자기 정색을 하고는 소년을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소년은 면접을 보는 건가 싶어, 자세를 고쳐 앉았다가, 미소를 지었다가, 다시 어색한 표정을 짓다가, 어쩔 줄을 몰라 했다. 사장은 그럼에도 미동도 없이, 소년의 흔들리는 눈동자를 빤히 바라보았다. 한동안 시간이 멈춘 듯 지루해지더니 이내 사장이 자신의 명함을 한 장 건네며 말했다.



"이력서를 보내 주겠어요?"



소년은 사장은 말을 마치자마자, 이미 준비해 온 이력서를 가방에서 꺼내 사장에게 내밀었다. 사장은 소년의 눈에서 시선을 거두지 않은 채, 소년에게서 이력서를 받아서는 열어보지도 않고 카운터에 올려 두었다. 그러고는 검토해 보고 연락을 주겠다고 소년에게 말했다. 소년은 가슴을 쓸어 내리며 카페를 나섰다. 소년은 자신의 눈을 잠시도 멈추지 않고 뚫어져라 바라보는 카페 사장에게, 영혼 깊숙이 진찰 당하는 느낌을 받아 제대로 숨을 쉴 수가 없었다. 소년은 지난번 카페 방문 때처럼 깊은 한숨을 몰아 쉬었다. 소년의 숨 속에서 하나의 사이클이 전환되었다. 구직을 위한 상식적 접근은 거절되거나 차단되었고, 직관적 접근이 시도되었다. 뽑히지 않는다면 뽑겠다는. 어쨌든 제안은 이루어진 것이다. 면접을 보았고, 결과만이 남았다. 선택은 자신의 몫이 아니지만. 그리고 일주일이 흘렀다.



"카림... 연락이 없어. 떨어진 거겠지?"

"카페 알바 말이죠? 떨어졌다고 연락이 왔어요?"

"아니. 하지만 여태 연락이 없는 거 보면 떨어진 거 아니겠어?"

"다시 말씀드리지만, 끝날 때까지는 끝난 게 아니에요."

"될 때까지는 된 것도 아니지."

"그러면 기다리지 말고, 가서 확인해 보셔요. 결과를 듣기가 두려우세요?"

"아니, 이렇게 기다리는 게 더 힘들어."



소년은 카림의 말대로, 카페로 찾아가 결과를 들어야겠다고 열 번도 더 생각했다. 하지만 열망하는 마음은 결과를 대면하지 못하고 주저하게 만든다. 반반의 확률이 마음을 갈대처럼 흔들기 때문이다. 혹여나 아직 결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급한 마음으로 불쑥 나타나는 것이 부정적인 영향을 주지 않을까 우려하는 마음도 들었다. 그러나 어차피 결과는 정해져 있고, 기록되어 있다. 다만 눈을 감고 모른 척, 대면하지 않고 남은 절반의 확률에만 기대고 싶은 것이다. 아니 좀 더 정확히 말하면 미정 상태의 가능성을 놓고 싶지 않은 것이다. 멈춰서서 말이다.



"동전을 던져 보셔요."

"동전을 던지라고?"

"네. 어차피 결과는 떨어지든가, 뽑히든가 둘 중 하나 아니겠어요? 그런데 카페로 찾아가서 결과를 대면할지 말지 망설여지는 거잖아요? 그런 건 동전이 가장 잘 알아요."

"동전이 어떻게 알아?"

"50 대 50이니까요. 동전의 앞뒷면처럼. 그러니 동전이 가장 잘 알죠. 하지만 사람의 마음은 천 갈래, 만 갈래로 뻗어 있으니 생각으로는 알 수가 없어요. 동전은 우주와 한 몸이라 언제나 마음을 비쳐주죠. 결과만 알 수 있는 게 아니에요."

"결과를 알려고 동전을 던지는 게 아니야, 그럼?"

"결과를 알려주기도 해요. 하지만 동전은 마음을 보여줘요. 원하는 게 무엇인지, 동전의 앞뒷면이 증명해 주거든요. 아, 하지만 그건 50 대 50이 아닐 때만 그래요."



카림은 동전 던지기의 효과에 대해 설명했다. 동전은 우주와 한 몸이라, 우주의 진행 방향을 알고 싶으면 동전만큼 좋은 것이 없다고 했다. 그러나 우주를 빚어내는 것 또한 우리의 마음이니, 동전을 던지는 순간 우리의 마음도 이미 정해진 것이라고 했다. 그러니 동전 던지기는 언제나 유익하다고.



"하지만 마법사님은 꼭 필요할 때만 동전을 던지라고 했는데."

"네. 맞아요. 직관어를 연습하려면 동전 던지기에만 의존해서는 안 되죠. 표지를 따라가는 일에 동전의 의견을 물을 필요는 없거든요. 하지만 이것도, 저것도, 무엇이든 상관없는 상황이라든가, 아니면 시급하게 꼭 결정을 내려야 하는 일들이 있다면 동전을 사용하는 것이 유용해요. 더구나 직관어 초급생이라면 동전을 자주 사용하는 것이 좋죠. 세계가 상식으로 구동되지 않는다는 걸 경험하게 되거든요."



소년은 카림의 말대로 동전을 던져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일주일이면 충분히 기다렸다. 마법사는 우주가 일주일 만에 창조되었으니, 모든 기다림은 일주일이면 충분하다고 얘기하곤 했었다. 소년은 이제 결과에 직면할 때가 된 것이다.



"그럼, 카페에 붙었는지 떨어졌는지 동전을 던져서 물어볼까?"

"아니요. 동전 던지기는 점을 치는 게 아니에요. 선택의 방향을 알려주는 것이지. 결과를 미리 보여주는 점괘가 아니에요. 선택이 이뤄지지 않았는데 어떤 결과가 있을 수 있겠어요. 모든 것이 가능성이지."

"그래? 그럼, 무얼 물어봐야 해?"

"방향에 대해서요. 행동에 대해서 물어보세요."

"행동이라... 그럼, 오늘 카페에 갈지 말지에 대해서 물어봐야겠구나."



소년은 지갑에서 동전을 꺼냈다. 이 도시의 동전에는 한쪽 면에는 신전이 그려져 있고, 다른 한쪽 면에는 도시의 지도가 그려져 있었다. 소년은 신전을 '카페에 간다', 지도를 '가지 않는다'라고 정하고 동전을 던졌다. 소년이 튕겨 올린 동전이 하늘 높이 빙글빙글 치솟았다가 소년의 손등에 툭하고 착지했다. 소년은 손바닥으로 동전을 덮었다가 긴장된 마음으로 서서히 열어보기 시작했다. 결과는,



"엥? 가지 말라는데?"



지도가 나왔다. 가지 말라고 우주가 말하고 있었다. 뜻밖의 결과였다. 보통 우주는 주저하는 마음을 직면하도록 유도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번에는 오히려 가지 말라고 하고 있는 것이다.



"왜 가지 말라고 한 걸까?"

"하하 동전이 그걸 어떻게 알겠어요. 하지만 이유가 있겠죠? 우주에 우연은 없으니까요."



소년은 카페에 갈 수 없게 되었다. 결과를 알 수 없게 된 것이다. 일단 동전을 던졌으면 따라야 하니, 소년은 오늘은 다른 카페를 가야 한다. 마음이 알쏭달쏭 복잡해졌다.



"번복하면 안 되겠지? 아까는 불합격 통지를 받을까 봐 가지 않고 싶은 마음이 더 컸는데, 가지 말라고 하니까 갑자기 가고 싶어지네."

"사람의 마음이 그렇답니다. 하지 말라고 하면 하고 싶고, 하라고 멍석 깔아주면 못 하겠고 그렇죠. 그래서 동전이 유익해요. 방향을 정해주니까요. 그런데 아쉽죠. 결정이 나면 남은 가능성은 버려야 하니까요. 결정을 못 하겠는 마음이 그래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쥐고 있고 싶은 마음이죠."

"그래도 마르탱 거리를 벗어나면 안되겠지?"



소년은 자신의 운명을 쥔 카페를 지나, 마르탱 거리의 다른 카페 야외 테이블에 앉았다. 자신을 맞아주던 카페 스탭의 따뜻한 환대를 느낄 수 없는 건 아쉬웠다. 대신 건물 사이로 비쳐오는 오후의 햇살이 따뜻하게 느껴졌다. 어쨌거나 오늘의 운명은 정해졌으니까. 소년은 아쉬운 마음을 달래려 커피 한 잔과 점점 얇아지고 있는 지갑 사정에 잘 시키지 못하던 크림 브륄레를 주문했다. 합격을 기원하는 마음으로 욕구를 충족시켜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소년은 입안 가득 퍼져나가는 크림 브륄레의 달콤함과 모락모락 피어올라 오는 커피의 온기를 느끼며 마음이 홀가분해짐을 느꼈다. 운명은 알 수 없지만, 더 이상 선택할 것이 없는 상황은, 주기적으로 파산함으로써 선택의 운명에서 가벼워진다는 마법사의 그것이 무엇인지 조금은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미련 없이 최선을 다해 이루어진 행위가 주는 해방감 같은 것 말이다. 그러자 마르탱 거리에 알 수 없는 기운들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그 기운은 점점 회전하더니 소년의 홀가분한 마음 속으로 빨려 들어가기 시작했다. 소년이 커피잔에 입을 가져다 대며 가볍게 숨을 들이마시고 내뱉자, 거리에 마법의 자장이 형성되기 시작했다. 초급 마법사의 호흡이 만들어내는 초월적 기운이 거칠지만 순수하게 에너지의 파장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그때 누군가 소년이 만들어낸 마법의 자장 속으로 들어섰다. 그는 소년을 알아보고는 화들짝 놀라며 인사를 했다.



"어, 여기 있었네요? 그러잖아도 연락을 하려고 했는데."



카페 사장이었다. 길 위에서 우연히 만난 것이다. 아니 세상에 우연이 없으니, 운명이 서로를 길 위에서 만나게 한 것이다. 마법의 자장에 이끌린 것이다. 소년이 사장에게 말했다. 그러잖아도 카페에 가려고 했었다고. 그러자 사장은 말했다. 오늘은 자신의 근무일이 아니라 카페로 와도 자신을 만날 수 없었을 거라고. 그런데 자신의 카페에서 일해 줄 수 있냐고. 소년은 자신이 아직 이 세계의 언어에도 익숙하지 못하고, 카페 일은 해본 적이 없는데 괜찮겠냐고, 마음에도 없는 말을 내뱉었다. 그러자 사장이 말했다.



"마법 클래스를 열면 좋겠어요. 이력서를 보니 마법 학교 학생이더군요. 그러니 마법사님의 열쇠를 받을 수 있었겠죠? 마침, 우리 카페 컨셉을 마법 카페로 바꿔 보려고 하고 있었거든요. 요즘 손님들이 마법에 관심들이 많아요. 그리고 학생의 에너지가 좋은 것 같아요. 마음에 들어요."



소년이 일자리를 구했다. 뽑힌 것이 아니라 뽑은 것이다. 자신이 일하고 싶은 곳을 뽑고 자신이 여기서 일하겠다고 선언했더니, 일자리가 소년의 전공으로 전환된 것이다. 사장은 소년의 에너지에 공명되었다. 그날 그 순간의 조우는 우주가 준비한 것이지만, 그 순간의 에너지는 소년이 만들어 낸 것이다. 물론 시작은 일자리를 찾아 카페에 처음 갔던 날, 간절함과 연민의 공간이 만들어지던 그날부터였다.



"이얏호! 카림, 나 취직했어!"

"추카추카, 축하드려요. 동전이 가지 말라고 할 때부터 알아봤어요."

"어떻게? 너는 내가 붙을 줄 알았어?"

"그걸 제가 어떻게 알겠어요. 하지만 때가 되었는데 결과가 나오지 않는다는 건, 언제나 더 큰 보상이 만들어지고 있다는 증거이거든요."

"그래 맞아. 게다가 마법 클래스를 열어달래. 바리스타도 아니고, 단순 카페 알바도 아니고, 선생님이 되는 거야! 근데 나 잘할 수 있을까?"

"잘하다니요. 신입생 주제에. 잘하고 못하고는 상식의 세계에서나 중요하죠. 직관의 세계에서는 직관을 따르고 있느냐 아니냐만 중요하답니다. 오늘처럼 말예요."



소년은 카림의 말을 듣고 생각했다. 사장은 자신의 실력을 보고 뽑은 것이 아니다. 자신에게 커피를 타 보라거나, 일을 시켜보거나, 마법 클래스를 열 만한지 마법 실력을 테스트한 것도 아니다. 소년은 적확한 때에 적확한 장소에 있었고, 그곳에서 사장을 만났다. 그리고 우주는 사장을 통해 기록된 제안을 소년에게 한 것이다. 소년은 이 모든 일이 상식을 벗어나는 일이라고, 상식의 세계에서 운이라고 말하는 것이 직관의 세계에서 어떻게 작동하는지 깨닫게 되었다. 왜 동전을 던져야 하는 지도.



'이게 동전의 마법이란 말이지. 신기하단 말이야.'



소년은 보물이라도 얻은 듯, 동전을 들어 태양에 비춰 보았다. 소년에게 카페에 가지 말라고 했던 동전의 지도 면이 태양을 가리며 까맣게 어두워지자, 동전의 뒷면에 새겨진 신전이 홀로그램처럼 벗겨지고 지도가 드러났다. 황금색 동전에 소년의 선택이 쌓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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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 [소년 이안/시즌2_ 뒤집힌 이야기] Chapter10. 동전 던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