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가 다른 푸르름

in #zzan14 day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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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가 다른 푸르름/cjsdns

오뉴월 하룻볕에 곡식 자라는 거 보면 무섭다는 말이 있다.
그 말의 의미는 그만큼 잘 큰다는 의미도 있지만 성장과 변화에 대한 역동을 느끼게 하는 말로 안다.

그런데 정말 그렇다.
이틀 만에 보는 동네 산들이 얼마나 푸르러졌는지 이틀 전과는 전혀 다른 자태를 뽐낸다.
이젠 녹음이 우거진다고 해야 좋을 정도다.
그 정도로 산이 옷을 매일매일 더욱 짙은 색으로 갈아입는다.
자연의 경이로움에 매일매일 감탄하다가 내 세월을 못 챙길 정도다.

아니, 나도 그런지 알고 사는지 모르겠다.
저 산처럼 푸르러 간다고 착각하고 사는지 모른다는 말이다.
물들고 낙엽 지는 풍상이 내 모습일지도 모르는데 주책이다 싶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몸이 늙지 마음이 늙냐 하는 말에도 귀를 쫑긋하며 고개를 끄덕이는 처지가 되기도 한다.

어제 그제는 태안에서 군 동기들의 모임이 있어 다녀왔다.
전국 골고루 퍼져서 사는 친구들이 일 년의 두 번은 만나서 전우애를 다지는데 삶의 활력소가 되는 그런 모임이다.
다행히 모두 건강하게 다들 잘 지내니 고맙고 축복이다 싶다.

그런 친구들도 이제는 만나보면 기백은 살아 있으나 몸이 따라주지 않는다. 속된 말로 늙으면 양기가 다 입으로 올라간다더니 입만 더 부산들을 떨며 바빠진다.
다행하다면 술이 안 없어진다는 것이고 스스로들 건강을 잘 챙겨 간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지금 푸르러 가는 산야처럼 우리도 그런 시절, 어쩌면 더 푸른 시절에 우리들을 서로 공유하기에 반가운지도 모르고 모임이 여태껏 유지되는 거 같다.

그러나 그런 푸르름에도 갈색 변이가 생기기 시작한다.
첫 징조가 모임에 늘 불성실하던 친구 하나가 이번에는 아예 탈퇴를 하겠다고 한다.
모임이 있기 며칠 전에 현 총무와 전전임 총무에게 전화가 왔다고 한다.

탈퇴한다고 탈퇴가 되는 것도 아닌데 굳이 탈퇴를 한다니 가는 시람 막지 말고 온다고 하면 박수를 쳐주자며 의견을 존중해 주기로 했다.
내가 보기에는 너무나 어처구니없는 탈퇴의 변이다.

속내를 다 알고 있는 나로서는 헛웃음만 나오는 일이다.
그러나 어찌 그 속내를 다 알도 있는 나로서는 다 까발려 이야기를 할 수도 없는 일이고 약간의 운만 떼는 이야기로 말하면 간단하다.

그 어떤 인연보다도 경제적 이익을 우선시하고 택하는 사람이다.
그게 그의 신조이다.

부모 형제도 친구도 돈보다는 앞설 수 없다고 말하는 사람이다.
이제 군대 동기 모임에서 이익을 더 이상 챙길 게 없고 챙길 건 다 챙겼다는 계산이기에 그만두는 것 같다는
모두가 아는 말로 그의 의사를 존중하기로 결론지으며 너무 서운해하지 말자고 말하며 매듭을 지었다.
이익이야 기회가 되면 챙겨가는 귀재이니 다시 이익이 생길 거 같으면 어떤 이유를 들어서라도 올 테니 염려 할거 없다.
정말 못 나오는 이유는 따로 있다고 생각이 든다.

푸르러질 때는 하루가 다르게 푸르러져도 좋다.
그러나 질 때는 그러면 안 된다.
서서히 곱게 물들이고 서서히 단풍이 되고 아주 조용하고 느긋하게 저녁노을처럼 물들이며 저물어 가야 한다.

감사합니다.

2024/04/21
천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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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맙습니다 ^^

자연의 아름다움과 성장에 대한 생각을 나누는 소중한 글이었습니다. 산들이 푸르러지는 모습은 변화와 성장의 아름다움을 감각적으로 느끼게 해줍니다. 또한 친구들과 함께하는 소중한 순간을 공유하고 이야기하는 것도 삶의 풍요로움을 더해줍니다. 하지만 가끔은 변화와 이별도 찾아온다는 현실을 마주할 때가 있죠. 친구 한 명의 모임 탈퇴에 대한 이야기는 서운하고 안타까운 감정을 자아내지만, 그 또한 삶의 한 부분으로 받아들여야 할 때입니다. 모두의 의견을 존중하고 이해하는 마음으로 함께 성장해 나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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