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우울한, 나의 사랑스런 발렌타인
재즈 My Funny Valentine
사랑 노래인데, 이별 노래처럼 들린다. 가사를 보자.
나의 이상한 발렌타인. 달콤하고 재미있는 발렌타인. 넌 날 진심으로 웃게 해.
네 외모는 우스꽝스러. 사진을 찍기에는 어울리지 않아. 그렇지만, 넌 내가 최고로 아끼는 예술작품이야.
네 생김새는 그리스 조각보다 못해. 입도 조금 이상하게 생겼어. 말투도 세련되지 않아.
하지만 나를 위해, 머리카락 한 올도 바꾸지 말아줘. 날 사랑한다면. 지금 그대로 나의 작은 발렌타인으로 머물러줘.
너와 함께하는 매일이 발렌타인 데이야.
원래 1930낸대 초연한 뮤지컬 '베이비 인 암스' 수록곡이다. 이제는 뮤지컬보다 수록곡 My Funny Valentine을 기억하는 사람이 더 많을 것이다. 재즈 스탠다드 넘버답게 오랜 시간 여러 아티스트들이 부르고 연주했다.
일반적 추천앨범
- 쳇 베이커: The Best of Chet Baker Sings
이 잘생긴 청년이 사랑 노래를 이별 노래로 만든 장본인이다. 쳇 베이커가 My Funny Valentine이고, My Funny Valentine이 Chet Baker다. 둘을 떼어놓고는 설명할 수 없다. 무언가 결핍된 것 같은 목소리로 우울하고 감미롭게 이 곡을 해석했다.
개인적 애호앨범
쳇 베이커: The Last Great Concert
잘생긴 청년이었던 쳇 베이커가 이렇게 쪼그라들었다. 그가 반짝반짝 빛났던 1950년대 초반, 그는 트럼펫을 부는 제임스 딘이었다. 동시에 그는 마약중독자였다. 마약이 그의 음악을 갉아먹었다. 중독이 심해질수록 쳇의 연주력은 곤두박질쳤다. 그는 경찰서를 오갔고, 마약 문제로 불상의 집단에 구타당했다. 그때 치아가 크게 망가졌다. 금관악기 연주자에게 부실한 치아는 치명적 핸디캡이다. 이 앨범은 그의 중독 증세가 최악으로 치닫던 1988년 4월의 공연을 녹음한 것이다. 당시 쳇은 공연 리허설에도 불참했다고 한다. 녹음한 게 기적이랄까. 여기에 수록된 My Funny Valentine이 절창(絕唱)이라서 가만히 듣고 있으면 눈물이 난다. 9분짜리 분량으로 전반부에는 연주를, 후반부에는 노래를 한다. 그의 마지막 My Funny Valentine이자 최고의 My Funny Valentine이다. 쳇은 그해 5월 네덜란드의 한 호텔에서 추락사했다. 유서는 발견되지 않았다. 외부에서 그의 방에 침입한 흔적도 없었다. 경찰은 자살 또는 실족사로 결론 내렸다. 59세.마일스 데이비스: My Funny Valentine
수많은 마일스 데이비스의 곡 중에서, 수많은 재즈 연주곡 중에서 내가 가장 사랑하는 곡이다. 터럭만큼의 감정도 용납하지 않는, 지독하게 이지적인 연주다. 중간에 뮤트를 낀 마일스의 트럼펫이 고음을 올릴 땐 일본도가 고막을 치는 것 같은 착각마저 든다. 마일스 팬이라면 아마 이미 들었겠지만, 혹시 못 들은 팬이 있으면 당장 들으시라. 일반적으로 추천하기는 어렵다. 마일스 팬이 아니라면 이 앨범보다는 Cookin'에 수록된 My Funny Valentine을 추천하고 싶다. 좀 더 스탠다드에 가까운, 그러면서도 여전히 탁월한 연주다.
기타
프랭크 시나트라옹이 부른 My Funny Valentine은 우울하지 않은, 진짜 사랑 노래다. 개인적으로는 약간 느끼했다. 여배우 미셸 파이퍼의 My Funny Valentine도 한 번쯤 들어볼 만하다.
Cheer Up!
재즈하니까 갑자기 오랜만에 로라피기 음악이 듣고 싶어지네요~ 덕분에 오랜만에 재즈곡 몇고 들어야할 것 같네요. 좋은 글 잘 보고 갑니다.
아 로라 피기... 저도 덕분에 오랜만에 로라 피기 몇 곡 들어야 할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저도 마일스 데이비스의 My Funny Valentine을 참 자주 들었었는데 오랜만에 또 한번 들으러 가야겠네요~ ㅎㅎ
오오 마일스 팬이시군요 반갑습니다 저도 참 좋아합니다!
저는 Sally Night 라는 가수가 부른 My Funny Valentine 을 주로 들어요 :) 언젠가 카페에서 흘러나오는 노래가 좋아서 검색해봤더니, 그 가수 노래로 뜨더라구요. 그래서 전 그때부터 My Funny Valentine 은 Sally Night 꺼로 ㅎㅎ
오 말씀하신 가수 버전은 못 들어봤어요. 지금 밖인데 이따 꼭 들어보겠습니다
쳇... 왜 사랑한다면서 까내리는거야..ㅜㅜㅜ
ㅋㅋㅋㅋㅋ 사랑하니까 강하게 키운다 뭐 이런 걸까요
역시 이 노래는 쳇 베이커죠 ;)
노래 제목과 달리 대부분 우울하게 부르셔서..
전 그래서 밝고 리듬감 있는 웅산씨 버전도 좋더라구요 :)
맞습니다. 듣고 있으면 참... 쳇 베이커의 인생사도 생각나고 그러네요. 웅산 버전은 못 들어봤는데, 들어보겠습니다.
저는 주로 Ella Fitzgerald나 Nina Simone을 들어요. 여자 가수들의 목소리가 저에겐 좀 더 깊게 다가오더라구요- 남자 가수의 my funny valentine은 어떤 느낌일지 한 번 들어봐야겠어요 :) 가사보다는 목소리에 집중하며 들어왔는데 사랑스러운 가사네요 🌿
아아 니나 시몽 좋지요. 엘라가 부른 건 못 들어봤습니디. 꼭 들어볼게요
엘라 핏제럴드 버전 막 들었어요. 도입부가 제가 듣던 거랑 달라서 다른 곡인가 하다가. 아하. 과연 엘라 답게 고색창연하네요. 덕분에 좋은 곡 잘 들었습니다.
마일스 닷! +_+ 끼얏호!!!
마일스 데이비스 좋아하시는군요! 아아 반갑습니다!
헐 세상에
딱 제 취향 노래....
안그래도 저 글 새벽에 쓰면서 케콘님 생각을 했답니다. 케콘님 버전으로 음원 공개하시죠 ㅋ
명절에 고속도로 운전하는데 비가 많이 왔어요.
제가 110km 달리는데 그것도 느리다 느꼈는지 제 뒤에 두 차가 저를 추웠했는데 먼저 추월한 차가 빗길에 비끄러져서 가드레일 박고 중앙분리대 박고를 세번 반복함..
뒤에서 브레이크를 계속 밝으며 그 상황을 보았죠.
다행히 미끄러지듯 그 차와 추돌하지 않고 지나갔는데. 너무 무서워서 라디오를 켰습니다.
재즈 방송이 나왔어요. ** 곡을 틀어주며 쳇 베이커가 객사해서 더 슬픈 노래라고 했어요. ㅋㅋㅋㅋㅋㅋㅋ 저도 길에서 객사할 뻔 했다 생각하니 재즈 라디오 pd 에게 욕을 퍼붓고 싶었지요. 명절전날 객사한 이야기를..
** 곡은 퀴즈입니다. ㅋㅋㅋ
왠지 I Fall in Love Too Easily 일 거 같습니다! 후덜덜한 경험 하셨네요. 무탈하셔서 다행입니다.
pd횽 명절 전날 객사라니... 안그래도 운전하는 사람 많을텐데 굳이 그런 얘긴 할 필욘 없잖아요.
정답은 여기서 ㅋㅋㅋㅋ
듣는 중인데, 곡은 참 좋네요. 고즈넉하고... 그런데 헐... 제목 ㄷㄷ
ㅋㅋㅋ 진짜 명절에 저러기 있음? ㅋㅋㅋ
당직 등 사유로 귀향 못 한 설움을 푼 것이라는 데 1스달 겁니다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