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방전

in #zzan21 days ago

만사가 귀찮은 날이다.
날이 흐려 그런지 잠자리가 불편해 그런지
아니면 설명하거나 나열하기 어려운 그런 이유인지
여하튼 만사가 귀찮다.
아침 운동 산책마저도 싫었다.
싫어도 하기는 했어도 싫었다.
왜인지는 모른다.
습관화된 것이게에 그렇게 해야 할거 같아 그랬는지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는지 모르겠다.

그냥 훌쩍 어디론가 떠나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어디로든 훌쩍 떠나고 싶다.
기다려 주는 사람 오라는 사람은 없지만 어디든 가고 싶다.
그러나 떠나려 해도 걸리적거리는 게 많다.
떠나는 자는 떠나려는 자는 아무것도 생각해서는 안되는데
그냥 무작정 나서는 게 제일 좋은지도 모르겠다.
이런 걸 보면 떠날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
꼭 떠나야 하는 이유가 없으니 어떤 이유나 계획에 떠밀려 떠나지 않으면 쉽지 않다.

오늘이 11월 24일 한 달 후면 크리스마스이브다.
이런 거 보면 올해도 다 갔다.
늘 그렇지만 특히 지난해와 올해는 어떻게 보냈는지 모르게 가고 있다.
살아오면서 이렇게 어려운 일을 경험한 적이 없다.
차라리 힘들었어도 잘 살아 보겠다고 발버둥 치며 살던 시절이 행복이었지 하는 생각이 든다.
산다는 게 행복이란 게 다 그런 거 같다.

아침에 걸을 때 드는 생각이 있었다.
숨이 약간 가쁘기는 했지만 죽음을 두려움 없이 그냥 편안하게 받아들이는 모습, 가쁘던 숨이 잦아들며 편안하게 육신의 끈을 놓던 어머니의 모습이 생각났다.
이제는 엄마 생각이나 이야기를 안 하거나 덜해야지 하는데도 자꾸 하게 된다.
이게 아무래도 육신의 죽음이 죽음의 전부가 아닌 그 무엇이 있어 그런가 하는 생각도 든다.

지구의 인류가 멸망해야 모든 죽음의 완성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한다.
절망이 죽음에 이르는 병이라 하던데 그 절망은 인간의 몫이 아닌 신의 몫인지도 모르겠다.
인간 모두가 죽으면 그제서 절망하는 신이 나타 날것이고 그때 신마저 절망으로 죽음을 택할 것이고 온전히 죽음이 완성되는 것인지 모른다.
사람들은 그전까지는 죽어도 죽은 게 아닌 것이 될 거 같다.
그렇기에 죽음을 기리는 제사도 추도식 이런 것들이 존재하는 이유인지도 모른다.
죽음이 아무것도 없는 아무것도 아닌 무에 세계라면 그런 것들이 왜 필요할까 싶다.
우리가 보고 경험하는 죽음은 누구 말처럼 그냥 자연 현상에서 입었던 옷을 바꿔 입는 의식인지도 모른다.
차원이 다른 세계로의 순간이동이 우리가 보는 죽음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해보는데 아쉽게도 그 세상을 본 적 없으니 확실하다는 이야기를 할 수도 없다.

모르겠다, 그냥 만사가 귀찮고 때 되니 먹고 자고 여전히 숨을 쉬고 있다.
빠지지 않고 먹는 것 중에는 세월이라고 하는 약도 있다.
횡설수설 이야기를 처방전으로 해서 조제되고 있는 세월이란 약을 먹고 있다.

감사합니다.
2025/11/24
천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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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장 아내님과 어디라도 다녀 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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