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환이

in #hope6 years ago (edited)

이환이/cjsdns

19 아니지
새천년이 된지도 19년째인데
아직도 무심코 연도를 적을 때도
19??이 먼저 써질 때가 있다.
그 세월에서 산 세월이 새천년의 삶보다
두배 이상을 더 살았기에 그런가 보다.

2019년 3월 31일 일요일은 내게는 의미있는 날이다.
이환이 할머니 생일을 당겨서 해먹은 날이라 가족들이 모였고
이환이 놈이 내게 처음으로 뽀뽀를 해준 날이다.
이제 한날 정도 지나면 두돐인데 장난기가 보통이 아니다.
요즘 아이들이 우리 자랄 때 아니
그놈의 아비를 키울 때 하고 또 다른가 보다.

건강하게 잘 커주니 고맙고 기특한 놈이다.
올해부터 어린이 집에 다니게 된다는데
벌써 사람들과의 관계를 배우는 사회생활에 적응을 해야 하니
신통하고 대견하며 한편 약간의 염려도 있다.
정말 유아교육이 조기 교육이 되어버린 느낌이다.

같이 뛰며 놀자고 누워있는 내게 뽀뽀를 해댄다.
평소에는 할아버지랑 뽀뽀하자 하면 안 돼 하며
외면 하든 놈이
할아버지에게 뽀뽀해드려라 그러면 일어나신다 하니
달려들어 뽀뽀를 해대니 이런 축복이 어디 있으랴.

빛바랜 첫사랑 키스보다 더 달콤한 이환이와의 뽀뽀
그놈의 생애에 자발적인 의사로 뽀뽀는 처음 이기에
이렇게 흔적을 남겨본다.
혹시 모른다.
이놈이 커서 오늘을 부정하면 증거로 디밀어야 하니까
자세히 기록을 한다.

나는 소파에 누워서 자는 척을 했고
이환이는 자꾸 흔들며 같이 뛰어놀자고 했고
옆에서 엄마와 할머니는 할아버지에게 뽀뽀해드려라
그러면 잠자는 백설 공주처럼 일어나신다. 했다

그 말이 떨어지니 바로 뽀뽀를 해댄다.
덕분에 거실을 수도 없이 뛰어서 돌았다.
지칠 줄 모르는 놈이 어찌나 뺑뺑이를 돌리는지
할아버지 할머니 운동을 단단히 시킨다.
70년대 논산 훈련소 연병장 구보는 일도 아니다.
용인 자연농원 튤립꽃단지를 쉬지도 않고
다섯 바퀴를 뛰었다더니
이놈 뛰는 거라면 먹던 밥도 놓고 뛴다.

이쁘다
이쁘다
우리 이환이

건강하게 잘 자라고
늘 행복하거라

공부는 못해도 좋고
안 해도 좋다.

말썽은 피워도 좋고
심술은 부려도 좋다.

간강 하게 쑥쑥 자라
꿈 많은 소년이 되고

청년이 되고
행복한 어른이 되어라.

마음과 눈길 손길이
마냥 따듯한
사람이 되거라.

할아버지의 바람은 이게 전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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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자 사랑에 꿀이 떨어지다 못해
흘러 넘치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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