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유정 소설 땡볕을 읽고...
땡볕의 덕순이는 시골의 가난한 농부다.
그러나 시골 살이를 정리하고 사는 게 좀 낫겠지 하는 심정으로 서울로 올라왔다.
소설 전체로 보면 어수룩한 덕순이로 비치나 이 당시에 잘 살아보겠다고 서울로 찾아 올라간 사람들은 사실 나름 깨어있는 사람들 같은데 워낙에 가난하다 보니 환경이 그렇게 만든 것 같다.
여하튼 서울 살이를 하던 중 아내가 병명도 모르는 병으로 배가 불러오는 병으로 고생하다 더 이상은 버틸 수도 없고 희귀병은 치료도 해주고 월급도 준다는 소문에 병원을 찾아 나선다.
복지경 땡볕이 내리쬐는 날 덕순이는 아내를 지게에 지고 비탈길을 올라 대학 병원을 찾아간다.
어깨가 배기고 진땀이 흘러내리지만 미안해할 아내 생각에 불평을 하고 싶어도 못하고 목구멍 너머로 삼키며 아내를 지고 꿋꿋하게 병원을 향한다.
서울의 대학 병원에서 특이한 병을 가진 사람들을 연구 목적으로 무료로 치료해 주고 월급까지 준다는 풍문에 들은 말을 믿고 아내를 짊어지고 가는 지게에 희망까지 얹어지고 간다.
그러나 병원에서 의사의 진찰을 받고 나니 배 속에 어린애가 죽어 있어 빨리 수술하지 않으면 산모의 생명이 위험하다고 말을 듣게 된다.
그 와중에도 일말의 기대를 걸고 덕순이는 월급은 안 주냐고 묻는다.
그 말에 어이없는 간호사는 병 고쳐주는데 무슨 월급이냐고 톡 쏘아 대고 만다.
간호사의 말에 그만 기가 죽은 덕순이는 죽으면 죽었지 배는 안 짼다는 아내의 말에 못 이기는 척 아내를 둘러업고 병원에서 나온다.
집으로 되돌아가는 길에서 덕순이는 덕순이는 아내에게 잘해 주지 못한 것이 후회되어 담배를 사려던 돈으로 아내에게 얼음냉수와 왜 떡을 사 준다.
얼음냉수를 벌컥 들이킨 덕순이의 아내는 왜 떡을 씹어가면서 본인의 죽음을 예견하고 유언 비슷한 넋두리를 하는데 마음이 짠해진다.
자신이 죽으면 이렇게 저렇게 살라고 당부를 하는 아내의 유언은 복지경에 내리쬐는 땡볕보다 더 뜨겁게 사내의 가슴을 울리니
땡볕이 내리쬐는 것을 아랑곳하지 않고 집을 향해 힘없이 걸어갔다.
시대가 많이 바뀌었고 의료시설이나 진료도 많이 발전하여 소설에서 이야기하는 병으로는 소설 속에 주인공처럼 비참해지지는 않는다 해도 여전히 병원 문턱은 높다. 그렇다고 여기서 내가 의료 정책이 어떻고 할 생각은 없고 지금은 병도 아닌 맹장으로 안타깝게 죽어간 사람들도 잇다.
특히 젊은 사람이 아픈 배를 참다가 맹장이 터져서 죽는 것을 60년대 농촌에서 살 때에 봐 왔기에 땡볕을 읽으며 여러 생각이 들었다.
소설 속에 이야기지만 많이 안타까웠고 남편을 향안 아내의 사랑에 감동보다는 끈적한 뭔가를 느낄 수 있었고 서울로 살겠다고 올라올 정도의 패기였으면 아내를 위해 적극적으로 뭔가를 하지 않은 것 같은 덕순이가 미워지고 한방 쥐어박고 싶은 생각이 들기도 했다.
한편 이 시대에도 덕순이는 있을 것이고 그중에 하나가 나는 아니라고 단정 지을 수 없는 것이 아닌가 싶어 뒤를 돌아다보게도 된다.
결혼 44주년을 넘겨 45년이 되어 가는데 마당에 다시 읽어본 땡볕은 언젠가 읽었을 때와는 또 다른 감정을 느낀다.
부부란 무엇인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를 생각하게 한다.
더불어 건강한 몸을 물려주신 부모님에게 감사하며 건강하게 살도록 늘 신경 써주는 아내가 고맙다.
요즘 생각은 그렇다.
나만이 아니라 주변 사람 모두가 건강했으면 좋겠다.
애터미로 스팀으로 성공하여 행복한 노후를 만끽하려면 건강이 최고다.
건강해야 성공도 의미가 있는 것이지 싶은 생각이다.
2023/08/30
천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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