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문턱에서
가을 문턱에서/cjsdns
가을이 걸어온다.
들을 지나 이제는 높은 나무 위도 슬그머니 기어오르는 거 같다.
은행나무 잎에 노란 기운이 도는 것이 확연히 며칠 전과 달리 보인다.
가을이 이제는 손에 잡히게 가까이 왔다는 생각이 든다.
오늘 아침에도 늘 그렇듯이 강변을 걸었다.
강변을 걷기 위해 가는 길목에 옛날 유원지 자리에 서있는 은행나무가 눈에 들어온다.
늘 보는 모습이었는데 오늘은 달리 보인다.
배경이 되는 푸른 산이 있어 그런지 아니면 바로 옆에 고목나무 삭정이 때문인지 은행나무 잎이 돋보이듯 노란 기운이 돈다.
살그머니 찾아온 가을이 들판을 누런 분칠을 하더니 이제는 나무까지 기어오르며 치장을 시작한 거 같다.
노란 기운이 도는 은행나무 잎은 보면서 생각했다.
무더위에 지쳐 가을이 게으름 쳐도 누가 뭐라고 안 할 거 같은데 본분을 알아서 잘하는 거 같다는 생각이다.
잘한다, 잘한다고...
요즘 아내와의 대화의 화두는 잘한다, 잘하자, 이다.
열심히 하는 것보다 잘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새롭게 인식하는 게기가 있어 얻은 교훈이며 화두이다.
이 말이 왜 내왔냐 하면, 그동안 인사말은 잘해요 혹은 잘하고 있어요, 보다는 열심히 하세요 열심히 하고 계시네요, 이런 인사말이나 응원이었다.
그런데 막상 일을 하다 보면 열심히 한다는 게 경우에 따라서는 아니한 만 못하다는 것을 절실하게 느끼게 될 때가 있다.
물론 열심히 하는 게 나쁜 것은 아닌데 그 열심히가 잘못된 상황을 인지하지 못하고 열심히 하다 보면 예기치 못한 결과가 오고 인하여 잘못된 것을 바로 잡는데 출혈이 심할 수 있고 원상 복구 자체가 어려우며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낭비할 수 있다.
열심히 하는 것보다 잘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게 되고 나니 말부터 바꾸자는 생각이 든다.
열심히 하자보다는 잘하자로 바꿔보려는데 생각처럼 쉽지는 않다.
열심히 하자와 잘 하자의 의미가 확연히 다르다.
잘하는 것과 열심히가 부합하면 그보다 좋은 것은 없다.
물론 열심히 하는데 잘하는 것이 업히면 나쁘지 않다.
그러나 열심히에 뭔가 잘못이나 오류가 얹어지면 그건 보통 낭패가 아니다.
내 삶은 돌아봐도 그런 오류를 참 많이 겪은 거 같다.
별거 아닌 이 말은 젊어서만 이해를 했어도 조금은 더 나은 인생을 살았거나 뭔가 이루지 않았을까 싶은 그런 생각이다.
가을이 오는 모습에서 스스로도 가을쯤에 서있다는 생각이 들어 그런지 그간 해보지 않은 생각들을 느껴보지 않은 것들을 느끼게 된다.
올 가을에는 바쁘더라도 시간을 내어 용문사 은행나무를 뵈러 가야 할거 같다.
왠지 뭔가 가르침이 있을 거 같은 그런 생각이 든다.
스티미언 여러분 오늘도 행복하세요.
감사합니다.
2024/09/15
천운
Upvoted! Thank you for supporting witness @jswit.
good
Grea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