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 든 • 손

in zzan3 years ago

호남인들끼리 모인 자리에 끼면
나도 모르게 대화에 빨려든다

한참 들어도 무슨 말인지 모르는 얘기에
그들은 뼛속까지 공감을 하고
처음 보는 사람들도 친구가 된다

거시기라는 한 마디에
콕 찍어 하는 말보다 더 혼연일체가 된다
나는 여전히 물 위에 뜬 기름이지만
그래도 재미있다

서울내기 쌀쌀한 이유가
거시기 같은 말이 없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밀가루 반죽에 들어가는 물과 같은 말
바로 거시기가 없어
허구헌날 설미지근하게 살고 있다

겁나게와 잉 사이/ 이원규

전라도 구례 땅에는
비나 눈이 와도 꼭 겁나게와 잉 사이로 온다

가령 섬진강변의 마고실이나
용두리의 뒷집 할머니는
날씨가 조금만 추워도, 겁나게 추와불고마잉!
어쩌다 리어카를 살짝만 밀어줘도, 겁나게 욕봤소잉!
강아지가 짖어도, 고놈의 새끼 겁나게 싸납소잉!

조깐 씨알이 백힐 이야글 허씨요
지난 봄 잠시 다툰 일을 얘기하면서도
성님, 그라고봉께 겁나게 세월이 흘렀구마잉!

궂은 일 좋은 일도 겁나게와 잉 사이
여름 모기 잡는 잠자리 떼가 낮게 날아도
겁나게와 잉 사이로 날고
텔레비전 인간극장을 보다가도 금세
새끼들이 짜아내서 우짜까이잉! 눈물 훔치는
너무나 인간적인 과장의 어법

내 인생의 마지막 문장
허공에라도 비문을 쓴다면 꼭 이렇게 쓰고 싶다
그라제, 겁나게 좋았지라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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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전라도도 아니면서 겁나 소리를 자주 하네요. ㅎㅎㅎ

밀가루 반죽에 물 같은 거시기.... 좋은 비유입니다.

부모님이 그쪽분들이라 저도 겁나를 자주 쓰네요 ㅎㅎ

아따 겁나게 거시기 허네요...

ㅎㅎㅎ

고향 떠나 위로 올라온 뒤로는 사투리를 많이 안쓰게 되더라구요

고향에서 부모님께서 사투리 사용하시면 아이들이 못 알아들을때가 있습니다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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