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 든 • 손

in #steemzzang3 months ago

며칠만 피해 있으면
이 난리도 끝날테니 어서 가거라
미수가루 몇 됫박 허리춤에 차고
그믐밤 산을 넘었다

몸붙일 곳 없던 따라지에게
희끗희끗 서리가 내려 안아 본 손주는
금덩어리보다 귀했다

유아용품점에서 사온 오리 변기는
구석으로 밀려나고
500ml 우유팩이나 빈 맥주병이 변기였다
잘 생긴 고추 보는 재미에
툭하면 손주놈 소변도 마셨다

예비군도 끝난 손자
흑백사진으로 남은 할아버지를 보며
사진처럼 말이 없다

image.png

오줌/ 고운기

어려서 우리 옆집 할아버지는
내 오줌을 받아먹었다, 무슨 병이었는지
어린아이의 깨끗한 오줌이 약효가 있다 했다
동네 아이들 중에서 내가 선택된 이유를 몰랐지만
지금이라도 드러낼 만한 자랑은 아니지만
세상에, 내 오줌으로 사람을 살린다니

술을 많이 먹고 난 아침
당뇨 낀 내 오줌은 아무에게도 쓸모없겠다
어느덧 쓸모없는 인간이 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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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voted! Thank you for supporting witness @jswit.

오줌도 밭에 뿌리면 소중한 거름이 되지요!
당뇨라도... 도움이 될 거라 생각합니다.
자연은 모든 것을 받아주니까요. ^^

예전에 신문광고도 읽은 기억이 있습니다.
무슨 병이었는지 그건 가물가물^^
감사합니다.

아기 오줌이 약이 된다는 말은 들어봤어요. ㅎㅎ

참 재미있는 얘기였어요.
우리는 말도 안 된다고 했고
요즘 추수하는 재미가 쏠쏠 하시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