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 든 • 손

in #steemzzang10 months ago

냉이꽃을 보고 돌아온 날
조각조각 잘리어도 눈을 감지 않는
씨감자의 이마에 재를 발라
흙으로 돌려보냈다

곡우가 지나고
잠에서 깨어나지 못한 볍씨를
물에 담갔다

물 속에서 숨을 참던 볍씨가 눈을 뜨고
조팝꽃이 핀 논두렁을 따라 걷던 하현달이
하얗게 센 눈썹으로 내려다 보는 한나절
볍씨들도 발가락을 꼼지락 거린다

날실처럼 가지런 한 봄비 그치고
말캉한 봄의 살결을 쓰다듬는
환생의 거룩한 지문

image.png

곡우 무렵 / 오인태

몹시도
등이 허전한 날
누가 또 내 등뒤에서
서성이다 떠나갔을까.
앞에 마주한 사람은
얼굴 표정으로도
마음을 가늠하지만
늘 그랬다.
뒤에 있는 사람은
떠난 뒤에야
이렇게 등이 없는 듯 허전했다.
그때에서야
비로소 뒤를 돌아보면
내 생애의 뒤안이
누군가의 눈물에 젖어 있다.
아, 꽃잎은 모두 지고
비가 오려나

Sort:  

Upvoted! Thank you for supporting witness @jswit.

Coin Marketplace

STEEM 0.06
TRX 0.28
JST 0.046
BTC 63551.42
ETH 1836.33
USDT 1.00
SBD 0.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