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해 보리암 아래 석굴을 찾아서

보리암에 갈때 슬리퍼를 신고 갔다. 날씨가 너무 더워서였다.
나는 우산을 들고 갔다. 햇볕이 더무 뜨거웠다. 양산이 이렇게 좋은 것인데 왜 그동안 여자들만 쓰고 다녔을까?
동행들에게 우산을 들고가라고 했더니 들은 척도 하지 않는다.
보리암에 올라가서 보니 우산이 별로 쓸일이 없었다. 안개가 너무 자욱했기 때문이다.

남해에 오래 살았던 친구는 등산을 좋아한다. 일대에 가보지 않은 곳이 없다고 한다.
아침에 일어나면 집앞 동산에 올라간다. 땀에 흠뻑 젖어서 내려온다. 그러니 매일 술을 먹고도 견디는 모양이다.
환갑이 지난 친구가 저녁마다 소주 4병을 마신다.
간도 멀쩡하고 혈압도 없으며 당뇨도 없다.
타고난 건강이다. 난 술안먹으면 더 건강할 것이라고 해주었지만 그의 건강이 부러웠다.

보리암 관세음보살상에게 기도를 올리고 나니 친구가 보리암의 비경을 구경시켜주겠다고 한다.
보리암 밑으로 내려가면 동굴이 있는데 그곳 풍경이 일품이라고 한다.
슬리퍼를 신고 위태위해하게 급경사의 길을 따라 내려갔다.

뭐 별거 있겠는가 했는데 가서 보니 그야 말로 장관이다. 호남지역의 산은 그리 높지 않은 편이다. 그러나 호남의 산들은 지질학적으로 매우 특별한 것 같다. 단순하게 귀암괴석이 아니다. 그래서 부안 고창 쪽은 지질공원으로 지정도 받고 한 모양이다. 마이산도 이상하게 생겼지 않은가 ? 다른 곳에서는 그런 희얀한 모습을 별로 보지 못했다.

제일 처음 들어갈때는 몰랐는데 동굴의 모습이 마치 해골과 같은 형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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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굴안에는 구멍에 세개가 있었다. 거기에 돌을 던저 넣으면 아들을 낳은다고 하는 전설이 있다고 한다.
서울에서 내려간 친구가 기어이 돌을 던저 넣는다.
그 나이에 아들 낳으려고 하느냐고 핀잔을 주었더니 시집간 딸이 아들을 나으라고 대신 던졌단다.
이제는 내가 무엇을 바라기 보다는 자식들이 잘되길 빌어주는 나이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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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굴 바로 앞에 커다란 바위가 있는데 그것을 장군바위라고 한단다. 동굴로 들어오는 길목을 지키고 있는 수문장 같은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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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바위보다는 바위에 붙어있는 나무뿌리에 더 관심이 많이 갔다. 신기했다. 어떻게 저렇게 붙어있는지.
뿌리사진을 멋있게 찍고 싶은데 그게 마음대로 안된다. 그냥 좀 더 크게 찍는 수 밖에 없었다.
이리저리 보정을 해보아도 마음에 들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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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파른 경사길을 슬리퍼 신과 왔다갔다 했더니 종아리가 아팠다.
발가락이 용을 썼던 모양이다. 운동이 많이 되었다는 뜻이리라. 앞으로 오르내리는 길에는 슬리퍼를 신고 다녀야 겠다.

보리암 아래의 석굴은 토박이 아니면 알기 어려운 곳이다. 마음먹고 아래에서 등산을 하지 않고서는 찾아가기 어려운 곳이다.
석굴에서 바라보는 해안 경치가 아름답다고 하는데 안개 때문에 보지 못했다.
여행에서 아쉬움은 양념이다.
마음에 너무 들면 여운이 남지 않는 법이기 때문이다.
아쉬움을 남기고 간다.
날이 좋은 가을 단풍이 올때 다시 한번 오리라 마음에 새기면서 보리암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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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리암에 저런 바위가 있었네요...
기회가 되면 한번 가봐야 겠네요...

네 참 경치가 좋은 곳입니다.

정말 너무 신기한데요 한번 가보고 싶습니다

네 정말 좋은 곳입니다.

조금은 아쉬워야 다시 돌아오겠지요.^^

그렇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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